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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Aug 22. 2023

금태섭, 『디케의 눈』

정의는 살아있는가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혹은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제삼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진실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법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어떤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 p.12 line 8~14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에는 거의 언제나 ‘은폐’나 ‘축소’라는 의심의 그림자가 따른다. 하지만 사심 없이 선의를 가지고 수사나 재판을 한다고 해서 오판의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직접 사건을 목격하거나 겪은 사람이라고 해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정확하게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실에 대해서는 항상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 p.20 line 2~8


진실은 쉽게 알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 p.68 line 17~18


어떤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외부의 적과 만났을 때 내부의 희생양을 찾아 구성원들의 단결을 이뤄내고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도한 것은 역사상 흔히 있던 일이다. 중세 유럽에서 있었던 마녀사냥도 흑사병과 십자군 운동으로 인한 곤경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일어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병이 전염된다는 개념조차 없었던 당시의 지식으로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려웠기 때문에 흑사병의 원인을 악마와 내통한 마녀의 짓으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독일에서 정권을 잡은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 냉전 체제 아래에서의 매카시즘의 발호,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그리고 9.11 이후 이슬람 교도에 대한 편견과 차별 등 마녀 재판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 중 많은 경우에 법이 희생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약자를 괴롭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법률가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법의 역사에서 어두운 기억이 아닐 수 없다. p.88 line 19 ~ p.89 line 12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그 책임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리고 희생자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 p.93 line 18~20


과거에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해서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반드시 높다고 할 수도 없다. - p.117 line 3~4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등장한다. 악의적이거나 극도로 심한 과실로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입혔을 때는 실제로 입은 손해의 크기와 상관없이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불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p.168 line 2~6


어느 나라에나 현실과 맞지 않는 법률이 있다. 이런 현상은 주로 기존에 만들어진 법률이 사회가 변화하면서 더 이상 적용하기 힘든 낡은 것이 되었는데도 정식으로 폐지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에 생긴다. - p.178 line 6~9


날 때부터 범죄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인종이나 피부색이나 출신지역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이 달라지지도 않고 우수함이나 열등함이 결정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 p.261 line 20 ~ p.262 line 2


『흠흠신서』의 ‘흠흠(欽欽)’이란, 삼가고 또 삼간다는 뜻이다. 일체의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양쪽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그리고 몇 번이고 돌이켜 생각해서 진실에 보다 가까이 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산 선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법의 원리다. - p.262 line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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