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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Aug 23. 2023

채사장, 『시민의 교양』

나를 알게 해주는 기본


나를 바꿀 것인가, 세계를 바꿀 것인가는 근원적인 대립이다. 세계와 나, 사회와 개인이라는 구분은 근본적으로 갈등의 관계다. 사회는 개인을 유혹한다. 넓은 사회의 품에 안겨 쉬라고. 반대로 개인은 극복하고 싶다. 사회를 딛고 일어서려 한다. - p.5 line 5~8


시민은 놀랍도록 참을성이 강해서 문제가 악화되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가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너무 늦어 사태가 악화되었을 때가 보통이지만, 시민의 움직임이 사회의 분위기를 역전시킨다.

진짜 문제는 움직이지 않는 시민에게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부동의 시민들이 문제다. 그들이 사회의 절대다수일 경우 그 사회는 균형을 잃어버리고 특정 계층, 특정 계급의 이익만을 반복적으로 보장하는 부정한 사회로 변질될 수 있다. - p.45 line 1~9


시민에게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물론 모든 구체적인 사회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 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있어야 한다.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으로, 자본가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시민들 스스로가 개별 쟁점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을 때, 사회적 담론들은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논의되어갈 것이다. - p.160 line 4~12


진리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 번째 관점은 고정불변의 진리가 우리 외부 어딘가에 실재한다는 관점이다. 두 번째 관점은 고정불변의 진리란 없으며, 진리라는 것은 인간 개인이 자신의 내면에서 구성하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진리는 내 외부에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스스로 구성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사는 데 하나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런 생각이 교육의 형태와 방향을 결정하는 근본 토대가 된다. - p.198 line 1~6


“저는 떠나지만 비서실장님은 지금처럼 계속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나를 바꾸는 것과, 세상을 바꾸는 것. 우선 나를 바꿔야 합니다. 나의 일에 열정을 쏟아붓고, 사람들과 경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그렇게 건강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다음으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하나의 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이를 반영하는 하나의 정당을 지지해야 합니다. 나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을. 산문을 접고, 티브이를 끄고,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나의 현실을 직시한 후에 정말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가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세계를 복잡하게 이해하려다 지치지 말고, 세계를 관통하는 단순함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일의 세계를 시장의 자유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정부의 개입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시민 각자가 현명하게 나의 이익에 따라 선택을 할 때, 그 선택은 사회 전체를 살 만한 사회로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민은 세상의 주인이고, 역사의 끝이며, 그 자체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 p.283 line 2 ~ p.284 line 5


 미래의 한국사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물론 이것은 하나로 고정된 방향은 아닐 것이다. 직면한 현실을 고려하고,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서 시민이 그때마다 선택해야 할 문제다. 당장 눈앞에 놓인 미래는 세계적인 저성장과 통화량 팽창 경쟁,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다. 앞으로의 세계는 디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개별 국가의 인플레이션 정책이 주가 될 것이고,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 중심의 대기업은 어려운 시기를 바듯하게 견뎌낼 수 있을 것이고, 노동자는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에 따른 내수 부진과 빈부격차의 심화를 겪게 될 것이다. -p.344 line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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