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그 이후

7kg까지 물건을 줄이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by 최시나

가진 것은 없지만 가지고 싶은 것은 너무도 많았던 대학교 1학년. 그 시절은 아직 한국에서 미니멀리즘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때다. 어느 날 나는 서점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신간도서 섹션에 있는 <두 남자의 미니멀리스트>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미니멀리스트? 그게 뭐지? 호기심에 든 책이었으나 정말 놀랄만치 단숨에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살면서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는데, 아니 내 영혼의 가슴이 뛰었는데, 그것은 내 이전의 세계가 완전히 사라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다. 나는 뒤지고 또 뒤졌다. 내 심장을 흔든 이 사상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관련 책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토대로 그녀가 인용한 사람들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읽었고 세네카를 읽었다. 그렇게 '미니멀리즘'이라는 사상에 장장 5년간 심취해 있었다. 그래, 그냥 미쳐있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가진 게 없었는데, 진짜 가진 것이 없게 되었다. 그렇게 스물여섯이 되던 해, 그러니까 어쩌면 가장 세상이 궁금하고 그래서 탐험하고 또 많은 것을 소유할 나이에, 나는 고작 7kg의 물건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무게는 상징적이게도 기내용 수화물의 무게. 나는 그러니까 수화물까지 위탁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줄여왔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 미니멀리즘이라는 사상을 소유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소유를 줄인다는 생각 자체를 가장 강하게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가장 적게 가졌지만 가장 강한 탐심으로 거기까지 갔다. 그렇게 내가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까지 도달하고서야 나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는 다름 아닌 나에 대한 앎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미니멀리즘은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서 나의 최소주의는 꽃을 피웠다.

자유생활이 시작되었다.




* 참고로 위 사진은 프루테리언을 했던 시절 나의 냉장고 사진. 한 때는 냉장고 없이 살기가 목표이던 시절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