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를 말해주자

by 이장순

요즘 남편은 고마워를 남발한다.

극한의 가난을 경험해서 일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기적의 연속임을 느껴서 일까?

"물 좀 가져다 줄래" 말하기에

물 한 컵을 이쁜 유리컵에 따라주자

남편이 말한다.

"고마워."

말한마디에 짜증냈던 일들이 미안해진다.

고맙다는 말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안다.

시간이 흐르듯이 우리 맘의 기적도 희미해져 고마움도 희미해져갈것이다.

도배를 하고 싱크대를 갈고 가스레인지를

달았던 집이 새로움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처럼

고마워를 말하지 않는 그를 만날 것이다.

새로운 마음 새로운 다짐 새로운 감정이 일 때마다

우리는 새로워지고 새로움을 잃어 간다.

새로움이 당연시되고 당연한 모든 것들이 권리처럼 받아들여진다.우리는 사소함에 기적을 모른다. 사소한 기적은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주어진 우리의 권리였으니까!걸음의 기적도 말함도 축복도 보이는 은총도 당연한 것,

당연한 것조차 선택받을 수 없는 이들도 있음을 생각지 않음으로 고마워를 생각지 못한다.

당연한 모든 일들에 고마워를 말해주자.



작가의 이전글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