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by 이장순

길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있던 것이라고는 가시 더불

가시 더불을 헤치고

엉켜있는 나뭇가지를 꺾으면서

험한 길을 가려던 건

산속 깊은 곳 숨겨진 논이 있던 까닭

두 시간 걸어가야 닿을 수 있는

오지의 언덕에는 늙은 아버지의

잔상이 흔적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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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려나

산적처럼 우렁찼던 팔

떡 벌어진 어깨

나무꾼과 선녀 같던

어머니 아버지

젊음을 산 넘어 논에 남겨 두었었다

그리워라 잔상 속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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