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기 위해,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

by 새벽별바다



결국 2026년이 오고야 말았다. 앞자리가 본격적으로 바뀌는 해이다.

나는 어떠한 일에서 해방은 되었지만 회사일은 놓지 못하였다. 회사밥으로는 앞으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곤 하는데, 이미 레드오션인지 뭐든 하나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이 밤의 무게가 무거워질 때쯤 어릴 적 나의 모습, 꿈, 다짐, 생각 등을 하나씩 톺아본다.


후회.

남는다.

그때 왜 그런 판단을 했을까. 그때 왜 그렇게 남의 말만 듣고 살았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정말 흔들리지 않고 내 모든 것을 바쳤는가.

아니면 여러 이유를 대며, 중간에서 그 기회의 줄들을 다 잘라버렸는가.

셀 수 없는 강박의 후회들이 함박눈의 눈송이처럼 아른거린다. 결국 땅에 굳고 얼어 짓밟히고 더러워져 본래의 순수함을 잃고, 고단한 인생들에 깔려 살다 봄에게 그 남은 육신을 내어준다.


그런데,

말이지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 없다.

사람들은 내게 글의 재능이 있다고 했다.

20대 후반에서야 알게 된 재능, 자신은 없었다.

쓰고 나서 평가받는 삶이 점점 나에게는 거대한 피로감으로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쓰는 것을 본디 좋아하지 않았다.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좋아하고, 쓰라리고 눈물 가득했던 삶을 회피하는 할 뿐이었다.


-야구부에 들어가고 야구선수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공부 잘하는 학교에 들어가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면 어땠을까?

-어릴 때부터 잘생겼었다면 어땠을까?

-고등학교 때 중고 색소폰만 나에게 하나 있었다면 그렇게 힘든 군대를 안 가도 됐을까?


가정하며, 행복회로를 돌리는 용도였다. 그래서 글도 행복하고 희망찬 글을 써야지 했다.

그런데 왠지 내 글은 삶의 애환으로 가득 찼고, 밝은 미래, 판타지, 해피엔딩은 잘 써지지 않았다. 공모전도 그저 심사위원들이 어떨까 하며 급하게 마감 친 것들 뿐이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글을 쓴 적이 거의 없었다.


여름 곰팡이 비릿한 냄새가 조금 남아있는 자취방에는 책타워와 그리고 그 책타워에서 넘쳐 갈피를 못 잡은 책들이 좌식탁자 위에 쌓여있다. 작년 중순 알라딘에 40권을 중고로 팔았는데도 이만큼 쌓여있다. 쌓여있는 책들 중 내 오감을 즐겁게 하면서 맛있다고 느낀 책이 너무 적다. 제목에 끌려 사도, 유명한 작가여도, 내가 끝 페이지까지 넘기는 책은 많지 않다.


완독 한 책이 별로 없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 조금씩 이 세계를 살아오면서 족적을 남긴 문호들의 텍스트를 조심스레 넘겨짚어보는 중이다..

나는 잘 쓰지도 않으면서 오만 방자했음을 느낀다. 그래서 쓰는 것이 더 무섭고 두렵다

나는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독서가인척 했다. 사기만 해놓고 읽지도 않은 책이 대화 주제에 나오면 읽은 척을 하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인척 재능만 있다고 우겨대는 그저 희끗한 별 하나였음을 인정한다.


출처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를 정말 감명 깊게 봤다. 최강록 셰프의 우승 소감은 대한민국의 모든 요리사를 승자로 만들어주는 감명 깊은 말이었다. 나를 위한 요리를 태어나서 라면밖에 안 했다는 게 충격이었다. 그렇게 높게 가닿은 분들도 그렇게 느끼는데, 내 삶에 나는 얼마나 존재했을지... 그저 돈을 위해, 생계를 위해, 자존심을 위해, 상처를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잘할 수 있는것,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인 것 같다. 쓰고 또 써서 언젠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 꾸준해보고 싶다. 오늘까지는 두서없는 글의 향연이겠지만 이제 공부도 해보고 싶다.

이제는 정말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나를 위해서라도


설령 이곳이 내 창피함을 쓰고 공개되는 일기장이어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한다.

다시 써보기 위해 올해 첫 글을 이곳에 남겨본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위해 쓴다. 그러면 그 자체로 트렌드가 된다.

이제는 정말 고시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쓰고 읽고 해보고 싶다.


파인다이닝 음식 하나를 만들 때 그 셰프의 살아온 인생이 텍스쳐가 되어 쌓아 지듯

나도 내가 먹어도 맛있는 글, 그리고 언젠가 나의 독자가 될 분들과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도 맛있는 글을 대접하고 싶다.


쓰는 인간.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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