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에 걸린 걸 알고 수술을 했다.
잘 들어둔 보험덕에 주머니가 빵빵해졌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
'피아노를 배워볼까?'
초등학생시절, 동생과 함께 피아노학원을 잠시 다녔었다.
나는 체르니를 들어갈 차례였는데 동생이 학원을 그만뒀다. 그 순간부터 어찌나 학원이 가기 싫어지던지 나도 따라 그만두고 말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피아노에 대한 동경은 남아있었다.
첫째를 낳고 둘째를 낳으니 그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그때 마침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있던 피아노 개인교습은 나에게 운명처럼 느껴졌었다.
누워있던 아이가 잡고 일어나 돌아다니기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다시 피아노를 배웠다.
내가 악보를 아직 볼 줄 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렇게 짧게 맛본 피아노는 나에게 또 다른 갈증이 되었다.
하지만 어른 강습료는 주 2회 30분인데 아이들 강습비보다 비쌌다.
18만 원.
당장 배우지 않아도 사는데 문제는 없으니 그냥저냥 마음을 흘려보냈었다.
그런데 이렇게 수중에 돈이 들어오니 언제 흘러갔냐는 듯 빠르게 다시 내 맘을 빼앗았다.
내가 다시 피아노를 배울 때 누워있던 아이가 피아노를 시작하고 동시에 나도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수업의 떨림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다.
어린 시절 골방에서 배우던 피아노였는데, 성인이 되어 시작하니까 그랜드피아노에서 레슨을 해주신다.
귀한 피아노에서 배운다 생각하니 손가락이 절로 긴장의 춤을 춘다.
삐그덕 삐그덕.
불협화음 속에서도 서투르지만 악보를 읽으며 손가락을 움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