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는 건 쉬운데 버리는 게 어려워

by 리정



10년 전 1,000만 조회수를 찍으며

인생의 리즈시절을 달성했던 A는

그 이후로 몇 번의 실패를 연이어 겪으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자연스레 A에 쏠렸던 스포트라이트는 퇴색되었고 인지도 역시 줄어들었다.

이후 그는 프로젝트를 따 낼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필모그라피를 어필하기 위해


“제가 그때 1,000만 조회수 만들었던 그 A입니다”란 멘트를 던져야만 그들의 눈빛이

의심에서 호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던

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그때의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란

자기 의심까지 겹쳐 자존감이 낮아지니

뭘 해도 주춤주춤 실패의 연속.

홈런을 쳤으나 10년째

덕아웃에만 머물고 있는 루져의 기분이었다고.


그러다 최근에서야 그걸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단다.클라이언트 미팅 자리에서도 더는

그 1,000만 조회수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온갖 자격지심에 옭아매 보내버린 세월.

어쩌면 그는 그것을 내려놓은 게 아니라

오랜 세월에 묻혀 자신도 이제는

질려버린 게 아닐까 싶지만.


10년이란 시간을 넘어서야 이제야 비로소

내 안의 그 하나를 버릴 수 있었다는데.

이걸 하나 버리는 데 10년이 걸렸다는데.

어른은 버릴 줄 아는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라던데.


가지긴 의외로 쉬운데 뭐 하나 버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산다는 건 버려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버리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린 절대 완벽히 버릴 수 없다.


인간은 그렇게 명쾌하게 완벽하지 못한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