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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대화들

by 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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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서른이 되면 숏컷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게 로망이였는데. 커리어 우먼처럼."

"근데 별거 없지?"

그렇네. 서른이란 대체 뭘까.

"너랑 헤어지면 결혼 못하겠다 싶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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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

20대 초반을 함께 보낸 그 때처럼 뜨겁진 않지만 항상 따뜻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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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온 몸이 뜨거운 기운에 잠들지 못한 밤.

하루 종일 통화하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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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양보하는 것이 아냐/

당신이 날 정말 사랑한다 느낄 때. 치킨을 시켜 놓고 날 기다릴 때, 손이 많이 가는 새우를 열심히 까서 먼저 줄 때, 길가다 뜬금없이 볼을 부비거나 생얼을 보고 더 예쁘다고 말할 때. 사실 모든 순간에 난 사랑 받고 있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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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똑같이 반바지, 치마를 입었는데 모기가 내 다리만 14방을 물었다. 남산 타워 앞 벤치에서 지수는 계속 십자가를 만들며 모기에 물린 다리를 꾹꾹 눌러줬다.

"왜 내 다리만 물까?"

"나처럼 모기들도 여보만 좋아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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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공원/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 지하로 내려가면 피아노 한 대가 있다. 공대생이 피아노라니!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며 열심히 친다. 누가 내려오는 소리에 흠칫 놀라 연주가 멈췄다. 마치 우리 둘만의 비밀이 생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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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온통 나 밖에 없었던 미래가 점점 우리로 물들어 간다. 1년 뒤에 뭘 할지, 3년 뒤에 어디를 갈지. 누군가가 있는 미래가 낯설면서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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