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종합대학원 정희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희준 교수는 지난 38여 년간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과 전략을 담당해 현장을 누볐으며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기업 교육과 영업 혁신을 연구해 학생들과 현장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정희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자공학도에서 영업 전문가, 다시 박사와 교수로 이어진 커리어 여정과 배움, 영업, 리더십, 박사, 교수 등 도전하는 삶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다음은 정희준 교수님 인터뷰 내용이다.
Q. 교수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지난 2024년 4월부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사업지원처장 업무를 담당하고 동시에 기업교육본부 업무를 돕는 영업 혁신 연구 센터 센터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코카콜라에서 22년, B2B 솔루션 기업 이콜랩에서 약 16년간 근무했고, 마지막 3년은 이콜랩 베트남 법인장을 겸한 아시아 전략영업 담당일도 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2010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관리 MBA를, 2020년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졸업하셨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교수님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본래 전공은 전자공학이었습니다. 처음 코카콜라에 입사했을 때도 기술사업부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됐고, 물류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영업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2008년에 영업본부장으로 퇴직한 후, B2B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콜랩에 입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직을 리딩하기 위해선 이론과 학문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당시 풀무원에 계셨던 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의 최용주 총장님과의 인연으로 학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되었고, 그 결과 핀란드 알토대학교의 MBA 과정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정년이 55세였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를 자문했을 때, 다양한 현장에서의 경험, 특히 B2B 영업 분야에서의 성과를 학문적으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을 학문화하려면 결국 박사학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최용주 총장님을 찾아 제 생각을 말씀드렸고, 영업 분야에 대한 공통된 관심 덕분에 박사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알토 MBA 과정 내에 영업 전공 트랙이 있었고, 겸임 교수 기회도 생겼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공부와 연구였고, 저에게 큰 자극과 의미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MBA와 박사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과 현장의 경험이 맞물려 기회의 문이 열렸고, 그렇게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Q. 앞서 말씀해주셨듯이 교수님께서는 코카콜라에서 최연소 임원이 되신 이력이 있으신데요. 몇 살 때였고,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A. 코카콜라 임원이 된 건 아주 이른 사십 때였습니다. 본래는 자동판매기 설치와 유지보수 일을 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제 첫 번째 목표는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파운틴(컵에 직접 음료를 따르는 시스템), 자동판매기, FCB(슬러시 형태의 음료기기) 같은 장비가 편의점과 소비시장에 폭넓게 설치되던 시기였고, 이 장비들은 대부분 수입품이라 고가였죠.
그런데 의외로 매뉴얼을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원서를 하나하나 번역하고 분석하면서 기계의 원리를 익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점차 조직 내에서 ‘문제 해결사’로 인식되기 시작했죠.
그 지식이 처음엔 제 안에만 있었지만, 매뉴얼을 만들고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고, 고객들에게도 주기적인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장비의 문제점도 개선하고, 관련 정보를 제조사에 피드백하며 전체 프로세스를 정비해 나갔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눈에 띄게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기기 사업부를 총괄하는 임원 승진 제안을 받았고, 그 계기로 물류 사업부까지 맡게 됐습니다. 장비 관리업무가 물류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함께 맡게 된 거죠. 당시엔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분야라는 점에서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수락했고, 그 선택이 제 경력에 전환점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투자하는 자세였던 것 같아요. 새로운 변화가 닥쳤을 때 두려움보다는 ‘어떻게 즐기며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런 태도 덕분에 비교할 수 없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얻게 됐습니다. 결국, 나만의 차별화된 무기를 만드는 노력, 그것이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학생으로 계셨다가 현재 교수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 강단에 섰을 때의 소감과 학생일 때와 교수일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A. 첫 강의를 했던 순간 정말 감회가 새로웠어요. 왜냐하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도 그 강의실에서 학생으로 앉아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경험했던 것들, 제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학생들과 나누는 입장이 된 겁니다. 물론 제 지식과 경험 아직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여러분과 같은 자리에서 수업을 들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그 경험들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전히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진심이 학생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 커리어 여정을 따라가고 싶어 하거나 비슷한 꿈을 꾸는 학생이 있다면, 제가 걸어온 길이 작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수업 중이나 이후에 학생들이 추가적인 조언이나 의견을 구하면, 언제든 주저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게 단순히 교수로서의 역할을 넘어, 한 시대를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후배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저 역시 누군가가 길을 제시해주길 막연히 바랐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위치에 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을 통해 어떤 점이 가장 좋았다고 느끼셨고 이 과정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우리 학교 박사과정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 중심의 실천적 학문과 글로벌 감각을 동시에 학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논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문제 해결 능력, 데이터 기반 통찰력, 전략적 사고의 깊이를 기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은 현장 전문가와 연구자 사이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게 해줍니다. 연구만 하는 것도, 현장만 보는 것도 아닌 ‘이론과 실무의 교차점’을 찾게 되죠. 이게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사과정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금전적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박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입니다.
의사결정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도전입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해낼 수 있어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학위 이상의 의미를 줍니다. 자신을 믿고 꾸준히 준비한다면, 박사과정은 분명 여러분의 인생에 값진 이정표가 될 겁니다.
Q. 교수님은 55세에 박사과정을 시작해 60세에 졸업을 하셨는데요. 시간적 여유나 체력적 부담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 나이에 가능할까?” 저 역시 다국적 기업 이콜랩에서 일하고 있었고, 업무량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배움에는 나이와 장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MBA를 하겠다고 했을 때, 상사였던 일본인 임원이 물었죠. “이미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왜 돈 들여서 공부를 하느냐”고요. 박사를 한다고 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실했어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학문적으로 정리된 시각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았던 것도 아니지만, 결심하고 시작하면 방법은 자연히 생긴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정말 그 말처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습니다.
Q.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인생 2막은 어떻게 펼쳐졌습니까?
A. 박사를 마친 해가 정년퇴직하는 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MBA도 했는데 박사까지 왜 했냐”고도 했죠. 그런데 그게 정말 큰 전환점이 됐어요. 첫 번째는 지금처럼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기회가 생겼다는 것과 두 번째는 은퇴 후에도 기업에서 다시 러브콜이 왔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선 제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우려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퇴직 이후에도 다시 함께 일해줄 수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동남아시아 전략영업과 베트남 법인장을 3년간 역임하게 됐죠. 그 모든 것이 박사과정에서의 배움과 태도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결국 MBA와 박사가 교수님께 어떤 ‘무기’가 되었던 셈이네요.
A. 맞습니다. 저는 인생을 전쟁이자 전투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기려면, 상대방을 알아야 하고, 나에게 어떤 무기가 있는지도 알아야 하죠. 제가 선택한 무기가 바로 MBA와 박사과정이었습니다.
공학도로서 비즈니스를 배운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어요. 개념적이고 이론 중심의 접근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었어요. 강의 하나하나가 마치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3시간씩은 반드시 논문에 투자했고, 나머지 시간은 일상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시간을 저축하며 박사과정을 마무리했죠. 열심히가 아니라 즐기면서 했기에 끝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Q. 교수님은 MBA와 박사 과정을 모두 직장 생활과 병행하셨는데요. 당시 삶이 굉장히 빡빡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셨을까요?
A. 이건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빡빡하게 느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여유롭게 보낼 수도 있겠죠. 저 같은 경우는 ‘열심히’보다는 ‘즐기면서’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마치 여행처럼요. 우리가 새로운 관광지에 가면 ‘이게 내가 책이나 사진에서 본 그 장면과 같을까, 다를까?’ 궁금하잖아요. 그리고 실제로 눈으로 봤을 때의 감동은 또 다르죠. 저에게 MBA와 박사과정은 그런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MBA는 매 수업이 저에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입니다. 공학은 논리적이고, 앞뒤가 딱딱 맞아야 직성이 풀리는 분야죠. 그런데 비즈니스는 개념적이고 가치 중심적입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게 오히려 저에게는 새로운 자극이자 학습의 즐거움이었어요.
Q.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팁을 하나 드리자면, 저는 시간을 ‘저축’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주 토요일에는 5시간, 수요일 저녁에는 3시간을 반드시 논문에 투자하겠다고 정해뒀어요. 그 시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켰습니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논문을 진행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업무나 일상, 취미에 쓸 수 있었어요. 물론 박사 논문을 집중적으로 쓰던 1년 동안은 좋아하던 취미 활동을 잠시 멈추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시간은 ‘투자’였다고 생각해요. 짧게는 힘들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충분히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38년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 영업과 고객 관계 관리를 이끌어온 베테랑입니다. 코카콜라 한국에서 특수영업을 시작으로, 한국 코카콜라 보틀링에서 물류 및 마케팅 그리고 영업 본부장을 역임하였고, 후 Ecolab 코리아와 베트남에서 핵심 고객 전략 영업 및 지사장역을 수행하였습니다. 영업의 길을 걸어오시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처음부터 영업을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코카콜라에서 물류 부서장으로 일하던 시절, 식당 채널을 공략하기 위한 과제를 보게 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고가의 업소용 냉장고 문제였죠. 장비 한 대에 80~90만 원이 들다 보니 식당 입장에선 부담이 컸고, 이는 영업 확대의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 방식으로 전환하고, 단가를 25만 원까지 낮추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렇게 식당 유형에 맞춰 맞춤형 제공 기준도 제안했고, 이는 곧 채널 확대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실적을 통해 회사에서 영업 본부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본격적인 영업 커리어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현장 지점장들의 정성적 접근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정량적 분석과 전략적 서비스 제안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죠.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는 냉장고 무상 점검과 진열 재구성 서비스를 제공하며 선반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Q. 이후 이콜랩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영업을 전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콜랩에서는 ‘가치 영업(Value Selling)’을 실현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고객을 알고, 둘째 우리를 알고, 셋째 그 사이의 연결점을 찾는 것입니다. 이 연결점이 바로 ‘비즈니스 마인드’이며, 그 중심에는 ‘공감’이 있습니다. 고객의 언어, 어려움, 기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나의 솔루션으로 그것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를 고객의 관점에서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음료 기업과의 거래에서는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진입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토탈 운영비용 최적화 (TCO, total costs optimization)’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100원짜리 제품 10개로 해결하던 문제를, 200원짜리 제품 3개로 해결하면 실제로는 고객이 더 이익을 본다는 개념이죠. 여기에 ‘토탈 플랜트 진단(TPA)’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후 ‘토탈 플랜트 솔루션(TPS)’으로 연결해 실질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안하면서 수주를 성사시켰습니다.
Q. 영업에서 관계와 사후관리도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A. 맞습니다. 제안 이후의 실행과 사후관리는 신뢰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솔루션 적용 이후 실제로 약속한 가치가 실현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응합니다. 또 고객사의 생산 본부장들을 주기적으로 초청해 정보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사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고객 추천’이 나올 수 있었죠.
또한 미팅 중 고객이 무심코 흘린 고민이나 니즈가 있으면, 제 분야가 아니더라도 관련 전문가를 연결해 드립니다. 때로는 이런 태도가 제품 제안보다 더 큰 신뢰를 얻게 하더라고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영업에 있어 결정적인 신뢰 자산이 됩니다.
Q. 정리하자면, 교수님께 영업이란 무엇입니까?
A. 영업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 자신과 조직의 강점을 파악하며, 그 사이를 연결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입니다. 결국은 ‘신뢰’와 ‘공감’이 핵심입니다. 고객이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영업의 본질입니다.
Q. 한국과 해외,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마케팅과 판매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또 해외 영업 시 주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가장 큰 차이는 문화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관계 중심의 영업이 강합니다. 기술이나 제품의 경쟁력이 있어도, 고객과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접근 자체가 어렵죠. 그래서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신뢰가 중요합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기술 중심, 성과 중심의 거래 문화입니다. 논리적 제안, 데이터 기반 설명이면 관계 없이도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죠.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근무할 때 가장 놀란 건 계약 문화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집 계약도 종이 한 장이면 되는데, 베트남에서는 아파트 임대 계약서만 해도 10페이지가 넘어요. 100만 원 정도의 소액 기념품 제작에도 3부의 계약서 작성, 지역 사장의 서명이 필요했죠, 또 법인카드로 경비를 지출할 경우, 2만 원이 넘으면 업체 대표의 도장 찍힌 세금계산서를 받아야 비용 처리가 가능했습니다. 이처럼 문화는 그 사회의 행동 패턴이고, 이를 이해해야만 효과적인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도 영업 방식이 점점 서구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관계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걸까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도 점점 기술 기반, 데이터 중심의 영업으로 가고 있는 건 맞지만, 여전히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고객이 나를 신뢰하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면,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기술은 머리로 이해하지만, 관계는 가슴으로 설득되는 거거든요. 감정이 개입되는 만큼, 관계가 오히려 더 큰 영향을 줄 때도 있습니다. 다만, 관계 중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폐쇄적인 영업 구조가 되기 때문에, 균형이 중요하죠.
Q. 마케팅에 실패했을 때,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다음 제품에 적용하는지 궁금합니다.
A. 마케팅이 실패했을 땐 두 가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 솔루션 자체에 이슈가 있었는가? 둘째, 고객이 솔루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특히 B2B 시장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솔루션이라도 고객이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를 느끼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고객관점에 초점을 둔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제가 늘 말하는 건, 제품을 설명할 때도 정성적으로 말하지 말고 정량적으로 말하자는 겁니다. 감성에 기대는 게 아니라, 수치화된 가치로 보여줘야 고객이 신뢰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두 배지만 효율이 세 배라면, 결국 비용이 절감된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고객의 입장에서 “이 제품을 도입함으로써 무엇을 얻는가?”를 고객의 언어로 해석해서 제시하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Q. 교수님의 강의 주제 중에는 ‘B2B 판매에서의 스토리텔링’ ‘체계적인 판매’ ‘판매 전략’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B2B 판매를 잘하려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핵심은 고객의 파트너가 되려는 자세입니다. 고객보다 고객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고객이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해결 방향을 제안해야 진정한 B2B 영업이 됩니다. 단, 고객의 과업과 무관한 제안은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유제품 제조기업에 자동차 산업 기술을 설명해봐야 소용없죠. 결국은 고객의 맥락 안에서, 고객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B2B 영업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B2B 영업의 본질을 ‘신뢰를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과 가치 전달’이라고 정의합니다. 고객이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하고, 그 성과가 곧 우리의 성과가 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십의 자세가 핵심이에요. 고객도 우리를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 파트너로 인식해야 하죠.
기술이나 제안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과정만 강조하거나 결과만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결과를 이끌 수 있는 과정을 설계하고, 그것을 고객과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진짜 B2B 영업입니다.
Q. B2B 영업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첫째는 공감입니다. 고객은 쉽게 본인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내가 그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대화가 열립니다.
둘째는 가치 제안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파악했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정량적인 수치가 반드시 따라야 해요.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비교가 가능하고, 평가도 됩니다.
셋째는 스토리텔링입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부드럽고 설득력 있게,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 그것이 고객에게 어떤 의미인지 스토리로 설득해야 하죠.
쉽게 말해 “좋구나”에서 “그래, 사야겠다”까지 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실전에서 통하는 B2B 영업 커뮤니케이션입니다.
Q. 마지막으로 브랜드뉴스 구독자분들께 인터뷰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지금도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커리어의 매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무기를 계속 정제하고, 갈고 닦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MBA든, 박사든, 어떤 배움이든 간에 그것은 학위를 넘어 삶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뉴스 구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무기를 꾸준히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그 여정이 곧 여러분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