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있었을 때가 아마 여행을 시작한지 한 달 즈음 되었을 때다. 워낙 여행 중 예상치 못한 일을 자주 겪다보니, 지하철을 거꾸로 탔음에도 자동으로 무덤덤하게 대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생각한 건 "이게 진짜 성장이구나."라는 거다. 너무 익숙해져서 나는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체화되어 삶에 새롭게 적용된 습관 말이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용감함도 커진다.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는 경험이 쌓이니까, 이전에는 두려워서 엄두조차 못 내던 걸 자동으로 하게 된다. (역시 잘 할려고 애 쓸 필요가 없다. 때가 되면 다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재밌는 부분은 점점 예상치도 못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거다.
오늘 하루만 따져도 갑자기 앞으로 가던 차가 후진을 다가와서 사고날 뻔 한 일,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 해변가로 가는 길이 아무도 외진 곳이라 혼자 벌벌 떨었던 일, 그렇게 도착한 해변가는 게이들의 누드비치라는 일이 있다. 이전이었으면 시작조차 안했을 거라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들이, 점점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상황들 속에 들어가있을 때, 꽤나 자주 혼란스럽다. 그러다가도 이런 순간이 반복될수록 이런 변화와 변수에 대해 무덤덤해진다. 오히려 이것이 인생의 진면모라는 생각을 가지며 받아들이게 된다. 더불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에 집중한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성장이자, 내가 여행을 통해 얻기를 원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