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달 동안 방문한 나라
태국, 아랍 에미리트, 미국, 프랑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페인 (총 13개국 - 동남아시아 / 북미 / 중동 / 북유럽 / 중유럽 / 서유럽)
방문한 도시
방콕, 카오야이, 두바이, 뉴욕, 보스턴, 파리, 빌뉴스, 리가, 탈린, 헬싱키, 스톡홀름, 오슬로, 피오르드 지방, 베르겐, 오르호스, 코펜하겐, 뮌헨, 바르셀로나, 몬세라트, 시체스 (약 20개 이상의 도시)
나름대로 여유를 가진다고 했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곳을 다녔음을 실감한다. 이런 나를 보면 두려움 따위는 못 느끼고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여행 중 만난 한국인과 전 세계인들 모두가 나의 열정, 도전 정신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말해줬다.
그러나 정작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예민함이 아주 높고, 두려움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여전히 완벽해지려는 강박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걸 떠나서 원래 타고나기를 촉이 좋게 태어난 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일뿐이지, 그런 능력치를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새로운 곳을 간다는 건 흥분과 두려움의 연속이다. 새로운 경험을 얻어낼 수 있다는 즐거움과 내가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같이 든다. 꼭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이기 지켜야하는 문화와 규칙이 있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는 없다.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도 한몫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은 짜릿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육체적이든 심리적이든 녹초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면 집으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항상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도전하는 것에만 이야기를 나웠으니, 이런 이면의 이야기는 신선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여행의 진짜 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여행을 마무리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경제적, 육체적, 심리적, 인생의 방향성, 가족들과의 만남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단 확정된 것은 앞으로 다가올 9월 말 추석을 기점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현재 고민은 15일 로드트립이 끝난 후, 무엇을 할 것인가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체력이 좋고 기분이 좋을 땐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가보고 싶다가도, 힘들 땐 집으로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이미 충분히 잘했기에 도망은 아니지만 가능한 더 오래 혼자서 생존해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버텨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꼭 한 번에 끝장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또한 집으로 돌아가기 전 여행에서 배움을 정리하고 사업에 녹여내는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어쨌든 일상으로 돌아가면 집중력이 흐려지기에.
일단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내 눈 앞에는 당장의 로드트립이라는 큰 숙제이자 축제가 남겨져있다. 마냥 인생에 몸을 내던져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도 좋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로드트립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마무리 될 때즈음, 나의 다음 행선지를 고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