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

by 김영중

시작은 영어 회화 스터디 운영을 우연히 맡으면서다.

서울로 상경하여 혼자 살던 탓에 공부도 할 겸 사람도 만날 겸 영어 스터디에 매주 참여했다. 영어 토론 스터디, 영어원서 읽기 스터디, TED 영상 스터디 등 다양한 종류의 영어 스터디를 경험했다.

몇 년간의 참여 경험이 무형의 연륜으로 드러났는지 새로 참여한 영어 스터디에서 선뜻 운영진 역할을 제안했다. 두 번째 참석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참석부터 나는 스터디 운영 업무를 수행했다. 사실 운영이라고 해봐야 10분 정도 미리 도착해서 스터디원들을 환대해주고, 3~4명씩 프리토킹할 수 있도록 그룹을 즉석에서 배정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몇 개월이 지났다. 운영은 쉽고 재미있었지만, 주말 오전마다 강남역 스터디 장소까지 가는 게 고역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사당역에 영어 토론 스터디를 직접 만들었다. 체계적으로 운영하려 노력했던 탓인지 열심히 참여하는 인원이 스무 명까지 증가하였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지만, 인터넷 카페의 간단한 모집 글 몇 줄에 주말 아침 시간을 내어 참여하는 스터디원들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를 이끄는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 후로 주식투자 스터디, 운동모임, 상업적으로 돈을 받고 운영하는 독서모임까지 다양한 모임을 이끌었다. 회사에서는 연차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소규모 프로젝트도 이끌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덕분에 모임이나 프로젝트의 결과가 좋았다. 처음으로 이끄는 역할 자체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느 날 단체 카톡방에서 누군가 자신은 ENFP라며 MBTI 검사 결과를 업로드했다. 너도, 나도 검사 결과를 올리는 사이, 나의 결과는 ENTJ, 사령관 유형이 나왔다. 결과가 우스웠다. 그 동안의 경험이 ENTJ 유형을 만든 건지, ENTJ 기질이라서 과거 역할들에 흥미를 느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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