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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May 15. 2024

그라데이션 분노자

내 안의 내 마음 ep.6

엄마가 되고나서부터는 감정이 거의 널뛰기하듯 변하게 되었다.  첫째가 초등학교 올라가기 전까지도 내가 그런지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결혼이 10년 차가 되니 서서히 내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감정이 요동치는 내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눈물을 흘린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눈물을 흘린다고 되는 건 없다. 내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깐. 바뀌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들에서 진짜 나무아미타불관세보살 읊으며 속에서 화를 가라앉혀야 하지 싶다.


결국 오늘도 난 참지를 못 했다. 자기 위해 누웠는데 그것도 잠시 물 마시러 가고 약 바르러 가야 하고 갑자기 피가 나기도 하고... 잠자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30분이 소요가 된다.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서 징징거리며 느그적 할거 뻔히 알고 있는 나는 말로 빨리빨리 이야기하다가 "그만 자!!!"라는 세 글자로 그라데이션 분노를 질러 버렸다.  그걸 우리 첫째는 적응된 것 같으면서도 내 눈치를 보곤 단 몇 초만에 코 골면서 자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나도 사람인지라 따라다니면서 이야기를 하고 3~4번 참고 호흡하면서 기다려도 우리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있다. 기다려줘야 한다, 참으면 된다, 알아서 한다, 모든 말들이 맞긴 하지만 정작 그 시간들이 아주 짧은 시간이라 기다려줘도 될 법한데 속에서는 빨리빨리 엄마 모드가 계속 돌아간다.


안 그래야지, 기다려줘야지,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난 조바심이 나는지 아이들에게 빨리빨리를 요구하게 된다. 여유가 없어 그런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항상 어른이라는 이유로 그다음에 일어날 거 미리 지레짐작하고 걱정하며 계획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엄마 틀 안에 가두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여유로움이 없어 분노들이 더 깊어지는 건지 그 분노가 여유로움을 못 찾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반성모드로 잠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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