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촌 May 14. 2016

돈도 시간도 지식도 없다
하지만 우린 동부를 보고 싶다

열정 하나 만으로 떠난 2박 9일 60만원 북동부 1만km 로드트립(1)

-프롤로그-

2015년 어느 날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본 영국 남자의 로드트립.

 보자마자 친구들이 있는 단체 그룹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여 돈 모아서 로드트립이나 ㄱ하자"


 "콜"

 "ㄱㄱ"

 "그럼 먼저 소주 한잔 하자~"

 

 가든 못가든 1초 만에 일단 지르고 보는 내 친구들.


 그러나 이 말이 곧 이루어 질지는 아마 나 빼고는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2016년 어느 날

 20대 후반의 우리는 각자의 길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취업 준비, 공무원 시험 준비, 대학원 준비, 사업 등등 친구들 모두가 현실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철없는 나는 오랜 숙원인 세계여행을 위해 캐나다 안의 캘거리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물론 캐나다에서부터 시작한 이유에 '혹시나' 하는 계산이 있어서 라는 것은 두말 할거 없다.



"빰빠밤빠 빰빠빰빠"


 한밤중에 보이스톡이었다.

 원래 쓸데없이 공평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흠 친구들에게 연락할 시 연락 못하는 친구가 있을 테니 공평하게 다 안 해야겠군. 역시 난 공평해 하하하"라는 좀 모자란 생각으로 그 누구와도 연락을 잘 하지 않고 있을 때였고 그래서인지 전화를 받자마자 들린 재민이와 영서의 목소리가 너무나 반갑고 고맙게 느껴졌다. 


"여~ 김태촌이~!! 소~주 한잔 하자~"

"ㅋㅋㅋㅋ오키 지금 간다 어딘데?"


 2억만 리 떨어진 곳에서의 바보 같은 농담과 간단한 안부 전달 후 재민이가 예상 못한, 하지만 내가 그토록 원하던 '혹시나'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나 이번에 2주 정도 시간 비는데 캐나다 갈까?"


됐다!


"당장 와, 지금 와, 오면 박살 내자!!!!!!!

임잼!! 내가 옛날에 가자한 로드트립 기억나지?"

"에에에에??!!!!"


그렇게 그 날이 동부 여행 출발 D-26일이 되었다.


D-9


 예상치 못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여행 멤버의 변화였다.

 원래 나는 여행을 갈 때 '누구와 가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아쉽게도 재민이 말고 원래 가려던 다른 친구들이 급작스럽게 시간이 안되었다.


 "영서는 시험이 잡혔고 민우는 다른 일, 재광이는 갑자기 아르바이트가 잡혔대"

 "큰일 났네 인터넷에 같이 여행 가자고 올린 이후에도 아무도 연락이 없어"


로드트립의 특성상 차에 태울만큼 태워야 모든 예산이 절약되므로 같이 할 사람이 급했다.


 "그럼 나 아는 동생 있는데 같이 올까?"

 "오 좋지 콜콜!!"


 재민이가 군 시절 때 알던 후임으로 최근까지 재민이에게 여행 가자는 말을 했었다곤 한다.


 "안녕하세요 형 김건우라고 합니다"

 

 이 보이스 그룹톡이 건우와의 첫 만남이었고 그렇게 3인 멤버가 최종 결정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시간이었다.

 이 친구들이 총 캐나다에 14일 동안 오기로 하였고 그중 이틀은 근처 벤프 여행을 가고 나머지 12일을 동부 여행을 하기로 하였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을 2주나 빼기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와 버려 결국 일이 끝나자마자 출발하는 9일 코스로 시간이 단축되었다. 단지 3일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흔치 않은 기회가 줄었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이런 좋은 기회에 무엇도 포기하기 싫었던 우리의 여행 일정은 더욱 촉박해졌다.


 마지막은 계획의 차질이다.

 우선 많은 검색을 해보았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무리'한 여행을 한 사람들을 찾지 못하였고 짧은 기간 동안 어떤 곳에서 어떻게 시간을 사용해야 효율적인지에 대한 답이 전혀 나오지를 않는 상황이었다.


 "야 어떡하나 우리가 이렇게 가는 거 거의 처음인 거 같네, 정보가 없어"

 "태촌, 웬일로 뭔 걱정이야. 하고 싶은 거 하다가 그냥 오자"

 "ㅋㅋㅋ아 진짜네, 너랑 가는데 왜 걱정을 했지"

 "저는 형들 하시는 데로 따르겠습니다!"

 

 멤버 하나는 좋네.

 그래 무작정이다. 

 처음부터 주위에서는 다 말린 여행이었다.

 자기 앞가림한다고 바빠 시간도, 돈도 없는 스물 후반에 '대한민국' 남자들도 로드트립을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D-2

  

  출발 이틀 전이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말해보기 전에 우선 이 둘 모두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그들은 인천공항에서부터 출발 자체를 못할 뻔하고 이쪽 도착 공항에서 또한 영어가 안되어 쓸데없이 붙잡히는 바람에 1시간가량 늦게 나온 유일한 일행이 되었다. 

 덧붙이면 건우는 경유지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왔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을 빼면 우리는 무사히 벤프 1박 2일 여행으로 워밍업을 하였고(건우의 덜렁댐은 이제 시작이었고 핸드폰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캘거리에서도 그 두 명만의 자유여행을 통해 확인한 그들의 '특유의 운'으로 어디서든 죽지는 않겠구나 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벤프 여행과 그들의 캘거리 자유여행도 너무 웃긴 에피소드들이 많아 기회가 있다면 올리고 싶다)



tip


+ 최대한 인원을 채워가라

- 로드트립의 특성상 한 명 차이가 많은 금전적 절약을 가져올 수 있으니 곧, 남는 자리는 손해라고 생각해라.


+ 캐나다는 동부가 다가 아니다

- 혹시나 시간 혹은 경비가 더 촉박하시거나 힘든 여정을 택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서부 여행(밴쿠버, 시애틀 등)이나 남부 여행(솔트레이크시티, 라스베이거스 등), 북부 여행(에드먼턴, 제스퍼 등)등의 선택의 기회가 좀 더 있으니 포기하지 말자.(필자는 이미 다른 곳은 다 가보았고 재민이 또한 뉴욕의 환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무리하게 동부를 가는 것이다)

특히나 캐나다 로키산맥의 명성은 전 캐나다를 대표하고 그중 벤프 여행은 단연 으뜸이다.


+ 캐나다 eTA

- 2016.3.15일 기준으로 eTA(전자여행허가증)를 발급받고 와야지 입국이 된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 셋은 이런 것에 대해 전혀 몰랐고 공항에 마중 나온 친구들이 그 자리에서 신청해줘서 겨우 해결됐다고 한다.(이 점에 비춰 보아 당일 신청도 가능한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 조각의 여행, 누군가 꾸민 꿈인 게 분명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