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거북선~♪다른 배들 통통!!♬ 기가 막힌 한밤의 드라이브!
만반의 준비를 하다
눈을 뜨니 아침 10시 30분.
AM 10:30이 찍힌 시계를 보고 아침 일찍 일어나자 라고 했던 다짐이 꿈이 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다.
하루 한 끼만으로 이런 턱없는 오버페이스를 하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리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어제 하루 몸소 경험한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기로 했다.(물론 먹는 것 준비다)
근처 자취방들을 수소문하여 비치된(?) 음식을 감사하게 가방에 저장하고 출발 전 라면까지 든든하게 끓여 먹은 우리는, 진웅이 차를 타고 어제 자전거를 세워 둔 곳이 있는 곳으로 다시 거꾸로 이동했다.
다시 출발! 충주 - 수안보 - 문경 가는 길!!
배도 부르고 먹을 것도 챙겼으니 다시 한번 기분 좋은 출발이다!
다시 한 시간 정도 달려 어젯밤 묵었던 자취방을 지나고 수안보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니 정말 멋있는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안보 - 문경까지 가는 새재 자전거길은 정말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했고, 수안보에 도착할 때쯤 어제와 마찬가지의 자신감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화령 고개
우리가 늦게 출발한 탓에 수안보를 지나자마자 날이 어두워졌고 수안보부터 몇몇 사람들에게 '이화령 고개'의 존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저씨, 이화령 고개가 왜 그렇게 유명한 거예요?"
"아마 너네 코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개일 걸?"
"에이, 저희 이미 좀 많은 고개들 넘어왔어요! 그치, 택촌?"
"단숨에 넘어버리자!"
... 얼마 뒤
"얼마나 올라온 거지.."
"몰라.. 끝이 없냐.."
얼마나 올라갔을까
뒤에 짐이 많았던 우리는 거의 끌고 올라갔고, 제법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의 불빛이 보이면서 점점 고지가 다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린 거북선~
우리가 이런 고개를 올라왔나 하는 성취감도 잠시, 포토타임을 얼른 가진 우리는 바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내려가는 길이 정말 기가 막혔다. 정말 어렵게 올라온 만큼 긴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30분 이상을 내리막길로 내려온 것 같고 내려오니 바로 문경에 다을 수 있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라는 당연한 진리를 억수로 긴 내리막길로 확실히 체험했다.
우린 거북선~♪다른 배들 통통!!♬
너무 시원하고 기분 좋게 내려온 우리는 '거북선'을 따라 부르면서 문경을 진입하였고 역시나 태헌이론 일까.. 곧이어 거북이와 마주친다.
"에에 거북선과 거북이라.."
"이것도 인연인데 여기서 좀 쉬었다 갈까?"
그리고 우리는 준비해 온 타월에 물을 적셔 땀을 닦고 세수도 하면서 너무도 기분이 좋아졌고 간단한 세면을 하고 간식을 먹으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온대간대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우와!!!!"
"이야호!!!!!"
역시나 십장생의 기운이었을까,
거북이와 잠시 조우 한뒤, 우리의 머리는 너무 상쾌해 져버렸고 너무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밤새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밤하늘의 펼쳐진 별들과 구름
너무나 시원한 밤바람
고요한 벌레 소리와 우리 밖에 없는 도로
이때만큼은 정말 달리는 것에 푹 빠져 사진도 거의 찍지 않았다.
아마 달리는 것에 푹 빠진 날이 아닌가 싶다.
이날 우리는 상주보까지 달려버린 다음 해 뜨는 것을 보며 잠이 든다.
tip
+ 각종 팁(1)
- 우선 우리가 자전거를 멀리 세워 놓고 다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만능가방에 자물쇠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자전거 자물쇠나 기타 유사한 물품을 챙겨가길 바란다.
네이버 자전거 지도가 간혹 안 맞는 구간들이 있다. 이때는 헤매지 말고 중간중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이때는 근처 주민 이어도 좋고 같이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도 상관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날 달리다가 벌에 쏘이기도 하였다.
+ 수안보 소나무집
- 수안보에 들어서자마자 시장기를 느낀 우리는 특유의 철판을 깔고 부탁을 하였고 '수안보 소나무집'에서 제대로 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사장님은 별로 탐탁지 않아하셨는데 오히려 일하시는 할머니께서 우리를 엄청 챙겨 주셨고(밥 또한 재민이가 거의 포기할 만큼 많이 주셨다) 너무 고마워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는데 쑥스러우신지 계속 피하셨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 한 여름밤의 경험
- 기분 좋게 문경을 달리고 있을 때였다.
문경 국군체육부대 쪽을 지나자 완전한 시골길이였고 밤이라 길도 잘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네이버 지도조차 먹통이 되었다.
우리는 곧 길을 잃었다.
새벽이라 근처엔 우리 둘과 서늘한 공기밖에 없었고 들리는 소리란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밖에 없었다.
길을 잃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 둘의 특유의 웃음기 또한 조금은 잦아들었다.
우리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더욱더 즐겁게(?) 무서운 얘기를 하며 여러 군데의 길을 뒤지던 중, 마침내 '이 길만 큼은 아니길' 하고 바라던 곳이 최종 순위에 오르고 말았다.
그곳은 바로 언덕 밑으로 보이는 터널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터널 안은 끝이 보이지 않은, 혹은 도무지 입구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지 않게 어둠이 깔려 있었고, 검은 도화지 보다도 더 까맣게 보였다.
더욱이 우리가 언덕 밑 입구까지 가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른 가장 큰 이유는 터널 입구 쪽에서 뭔가가 계속 움직이는 인기척을 우리 둘 다 느꼈기 때문이다.
"너도 느꼈지? 이 시간에 저런 곳에 뭐가 있어야 말이 될까.."
".. 갑자기 피곤한데, 그냥 여기 텐트 칠래..?"
이미 이화령 고개를 올라가며 무서운 이야기도 왕창 하고 더 나아가 귀신과의 접선(?)까지 유도했었던 게 막심한 후회가 되던 찰나 우리는 십여 분 만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귀신은 별로 무서울 거 없어. 우리 둘이 있는데 안 쫄면 돼! 니는 귀신도 별로 안 무서워하잖아 태촌! 오히려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무섭지 그치..?
"그니까!! 근데.. 귀신도 인기척이 나나..?"
이때부터 다시 삼십여 분간 사람에 관한 무서운 이야기로 주제를 바꾼 뒤 한참을 이야기했다.
더 무서워질 기분이 들지 않을 때가 와서야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누군가 달려오면.. 계획대로 내가 재킷으로 상대가 찌르려는(?) 팔을 덮치고..?"
".. 내가 뒤에서 얼른 턱주가리를 날린다.. 오케이.. 가자.."
비장한 각오와 준비를 한 뒤 우리는 서로 엄호를 하며 언덕을 내려갔고, 다 내려올 때쯤 되자 설마 했지만 예상했듯이 저기 멀리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사람이 움직이는 게 보이자마자 나는 급제동을 걸지만 언덕에서 자전거가 쉽사리 서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누군가 지켜봤다면 허둥대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순간만큼은 이때까지 상상해온 위기상황의 실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달려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겨우 다시 진정이 되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여기에 통용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움직이던 사람 형상은 바로 한쪽 팔을 흔들며 공사 중 서행을 알리는 공사부 인형이었다.
그리고 까만 터널도 어두웠지만 약간은 허무(?)하게 지나 칠 수 있었다.
역시 가장 무서운 건 귀신도, 사람도 아닌 본인 상상이다.
+ 밤하늘
- 이 날 우리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 몇 가지 이유인 이화령 고개의 내리막길, 시원한 거북선에서의 샤워 말고도 밤하늘이 큰 지분을 차지하였다.
정말 우리나라가 밤에도 이렇게 이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경험이었다.
밤하늘의 별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밤하늘에도 색깔이 몇 가지가 있고 그것들이 구름과의 아주 기묘하고 아름다운 콜라보를 이루며 장대한 장관을 펼치고 있었다.
밤하늘 사진을 꽤 찍었지만 핸드폰의 화질로는 담아낼 수가 없었다.
아마 군대에서나 시골에서 야영을 한 경험이 있다면 그 정도로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고 말 해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