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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Aug 27. 2017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쐐(5)

오르막길♪ 내리막길♬  알 수 없는 우리 인생~

가족 찬스와 따끔한 충고


 아침이 되어 일어난 우리는 다시 한번 성대한 진수성찬을 먹은 뒤 식량 비축을 위해 '마트 털기'라는 가족 찬스를 쓰기도 한다.

1. 가장 맛잇는 밥은 역시 집밥 2. 어제 식겁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음식을 사버렸다


 또 하나, 아침을 먹으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여행 중 겪은 이야기들을 어머님께 해드리다가 어떻게 식사를 해결했는지 하는 부분에서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여행에서 밥을 무전으로 얻어먹기로 결심한 것은 좋다 치지만 그래서 행한 것들은 오로지 우리 자신들만 생각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우리의 행동을 냉정하게 본다면 식사 해결을 위해 남들을 이용만 했다고 볼 수 있다.

 하물며 은혜를 얻었으면 날름 받아먹기보다는 충분한 보답은 안되더라도 , 예컨대 먹은 음식 설거지라도 하고 나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민폐를 끼치는 것 밖에 안된다는 점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때까지 잘해왔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우리의 무전여행을 위해 막무가내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주변의 무조건 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아주 힘이 들었을 거란 것도 다시 한번 생각되었다. 

 한마디로 '쥐뿔도 없는데 운은 좀 좋은 두 남자의 서울에서 부산까지 본격 민폐 자전거 무전여행'이었다.

 참 모두에게 고마운 동시에 앞으로 도움을 얻으면 받은 만큼 뭐든지 보답 정도는 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라이딩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다시 자전거가 있는 문양역으로 돌아갔다.

하루만에가 거지2인조가 부자2인조로 탈바꿈했다
1. 자전거에 음식을 가득 싫었다 2. 누가 재민이 로프 훔쳐가서 내 가방 개인 로프를 임시로 사용했다

 

 대구 날씨가 장난이 아니게 뜨거웠지만 배가 부르고 일용할 양식도 넘치니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야 니 안 가리고 타면 다 탈 건데.."

 "공짜로 태우고 잘됐지 뭐!!"

 ".. 그렇게 태우는 거 아닌데.."

 "나 대구사람이야!!!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지~"

 

 그렇게 재민이의 말을 간단히 무시하고(정말이지 식량이 있으니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었다)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1. 얼마나 더운지 벌레들이 자전거 바퀴에 자살하러 뛰어 들어왔다 2. 사실 너무 뜨거웠다 3. 밖에선 쉬는게 쉬는게 아니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팔이 갑자기 아픈 게 느껴졌고 재민이는 내 팔을 보고 포복절도를 하였다.


 "야 택촌, 니 팔 다 탓엌ㅋㅋㅋㅋㅋㅋㅋㅋ"

 "헐"


 그랬다.

 까불다가 다 탄 걸 넘어서 욱신욱신 화상을 입어버렸다.

 아이씨.

1. 다 가린 재민이와 빠가사리 김태촌 2. 이제 여행내내 걸치지도 못하고 아파서 잠도 설친다



시원한 라이딩 


 대구를 거의 빠져나와 창녕으로 향할 때가 되니 거짓말 같이 뜨거운 게 사라졌다.


 "와, 원래 여행 내내 비가 올 예정이었는데, 구름은 끼고 비는 안 오고~"

 "럭키가이 맨~"


1. 더운건 갔지만 팔은 아프다 2. 그래도 더운거만 없어져도 기분이 업됬다 3. 길가에 따라오는 강아지를 우리가 신고해줬다


 그런데 창녕을 넘어가는 곳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지도에 나온 길이 공사 때문에 없어졌고 인터넷 지도조차 길을 찾지 못해서 전부 발이 묶인 상태였다.

 

 "거기다 여기선 길을 잘 못 들면 한참을 돌아 가야 한데"

 "일단 사람들을 따라다녀보자"


 많은 사람들과 합류하여 길을 찾고 근처 가게에 수소문해보았지만 우리 포함 모두가 길을 잃어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둘과 어떤 형 같은? 한분만 빠져나와 새로운 길을 찾아보았다.


 그 분과 몇 번의 헤맴 끝에 어떤 샛길로 빠져서 가던 중 그 동행하던 분과도 어느새 헤어졌다.


 몇 번을 헤매고 몇 번을 사람들과 헤어졌지만 이때 우리는 무언가에 이끌리듯(지금 생각해도 이유는 모르겠다) 우리 가는 길을 의심하지 않고 신나게 달린다.

 거기다 우리가 가는 길 옆 밭에서 일하시는 어머님께 여쭸더니 이 길이 창녕으로 가는 지름길이 맞다고 하셨다!

 


 오 마이 갓!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가 가장 빨리 길을 찾아 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마침 소나기가 와서 준비했던 비옷(입고 싶었다)도 입고 시원하게 달려 볼 수 있었다.


 "와 뭐냐 진짜 우리 진짜 운 좋은 거 아냐? 다양한 것도 다 겪었고, 그치 ㅋㅋㅋ"

 "그니까 미쳤다! 비도 딱 오고!!"


우리 운이 너무 좋아 뭐든 같이 하면 될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비가 와서 우천세팅을 하고 길 여쭌 아주머니께 정말 큰 오이도 두개 얻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어서 재미있어!


 비도 곧 그치고 정말 시원하게 달리기까지 한 우리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텐트 치고 밥 얻어먹고 물물교환하고 영화 보고 밤에 드라이브하고 무서운 경험도 하고 서로 한 번씩 죽어보기도 하고 ㅋㅋㅋ 누가 아픈 거 빼곤 다 했네?

 "나 벌에 쏘이고 화상 입고했잖아ㅜㅜ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맞네 진짜네"
 "그건 그렇고 우리 이러다 부산 엄청 빨리 도착하는 거 아냐?"


 이때까지 겪은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희희낙락 서로 달리던 중 이상한 낌새를 챘다.


 "뭐야 바퀴 터졌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 중 셀 수없이 많이 체인이 빠지긴 했지만 바퀴까지 터지다니..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는 더 신이 나며 미친듯한 웃음까지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이렇게 기분 좋다가 이렇게 변수가 생기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운 좋다?! 우리ㅋㅋㅋㅋㅋㅋ"

 "역시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ㅋㅋㅋㅋ"

 "암암. 그래야 재밌지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긍정적인 우리가 같이 있으면 더욱더 잘 맞는 거 같아 너무 좋았다.


처음엔 미친사람처럼 재밌었지 몰라도 시간이 지체될수록 짜증이 났다, 모기가 특히 사람을 더 열받게 했다.



 "아 짜증 나!!!!!!!!!"



 우선 근처에 자전거를 대고 첫날 자전거 사장님께 배운 방법대로 바퀴를 때우지만 계속 바람이 빠지는 상황.

 해가 지자 조금 초조해졌고 무슨 일인지 근처 할머니께서 계신 슈퍼를 빼고는 모든 가게가(파출소 포함) 닫혀 있었다. 


 "진짜 운 좋다고 하자마자 바퀴 터져서 다리가 묶이네, 하."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있는 법.. 젠장."


 그때 어두운 곳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 무전여행 친구들~"

 "어! 안녕하세요!!"


 이번 여행에서 이화령 커피를 시작으로(이후에 음료수도 사주셨다) 세네 번 넘게 마주친('가든'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저씨가 다른 한분과 저만치에서 오시고 계신 것이다.


 내가 타이어를 때우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슈퍼에서 간식도 사주시고 이다음 국도를 이용해서 빨리 도착하는 길로 같이 가자는 제안 등을 받으니 우린 다시 시작(?)됐다.


 "와, 대박 아닌가 진짜? 우리 이렇게 이분들과 한 번은 라이딩하려고 이렇게 바퀴 터진 거 아냐?"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때 마침 바퀴도 더 이상 바람이 빠진 거 같지 않아 우리 4명은 출발했다.


1. 새까맣게 변해버린 손 2. 차가 빠르게 다녀 약간은 위험했다


 우리는 정말 생각지 못한 만남으로 정말 빠른 국도 길을 이용할 수 있었고 바퀴 때운 시간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을 벌었다. 


 더욱이 중간에 바퀴 바람이 또 빠졌고 그것을 아저씨 중 한 분이 더 이상 바람이 빠지지 않게 제대로 때워 주시기도 하셨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멋지게 달리고 있는 사나이들


 알고 보니 커피 아저씨는 자전거에 매우 애정이 있으셨고 본인처럼 조그만 자전거로도 무리 없이 국토종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달리기 시작하신 거고 다른 아저씨는 현직 탤런트로써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기 위해 국토종주를 계획하셨다고 하셨다. 

 

 얼마 안 된 만남이지만 깊은 정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부산 쪽으로 가야 되고 이 분들은 스탬프를 찍으러 다른 방향으로 가야 되었다.

 

 헤어지기 전 우리는 서로의 앞날을 응원해주며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는 다시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며 오늘 하루를 되새긴다.


 "재민, 이래서 인생은 재밌다니까"

 "오르막길 내리막길♬"

 



tip


+ 각종 팁(2)

- 슈퍼에 들려 간식들을 잔뜩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우리는 과자 위주로 거의 샀었다. 그런데 과자 종류는 라이딩하면서 먹기 불편하며 거의 다 남기게 된다. 차라리 초코바나 사탕 같은 것들 위주로 챙기기 바란다.

 자전거 바퀴에 구멍이 나서 때워야 될 경우, 우선적으로 자전거 구멍을 찾게 된다. 이때 자전거에 박힌 구멍이 꼭 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당연히 발견한 구멍만 계속 신경 썼는데 나중에 보니 구멍이 다른 곳에도 나있었다. 제대로 구멍을 메운 거 같은데도 바람이 빠진다면 다른 곳을 꼭 의심해 보길 바란다.(우리가 여기서 시간을 엄청 지체했다)

 라이딩과 함께 썬텐을 원하시는 분들은 대구 근처에서는 삼가길 바란다. 그대로 통닭구이가 돼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팁은 항상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길은 있으니 아무리 힘든 상황도 너무 짜증내지 말자. 본인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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