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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May 01. 2024

영감 받아 글쓰기

20231202 네 번째 수업


 어느 우중충한 화요일, 영국의 어느 주택가의 평화로움은 여느 날처럼 날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았다.

 2층 창문에서 보이는 옆집 담벼락 위의 고양이만이 오늘 Q에게는 새로운 흥밋거리 일 뿐이었다.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동양의 조그만 나라인 한국에서 온 Q에게 영국에서의 첫 이주일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에 출장 온 첫날부터 매일 아침 일찍 회사로 나갔다. 출근 전 Q와 한국에 있는 그의 어머니와의 5분도 채 안 되는 간략한 통화를 시키는 게 그의 아버지가 Q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국에서 어머니와 있을걸 하고 Q는 후회했다. 그의 아버지를 일주일간의  단식투쟁으로 겨우 설득해서 해외 출장을 따라왔지만 이건 Q의 명백한 실수였다.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놀이터에 나가 노는 게 일상이었지만 여기서는 놀이터까지 가는 것조차 너무 멀고 어색하다.


 “오늘은 아빠가 조금 늦을 거야”

Q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빠가 이야기했지? 오면 너만 고생이라고. 반성 많이 하고 있으라구. 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고.”

Q의 아버지는 조금은 고소하다는 듯 Q에게 덧붙였다.


 이 주 동안 Q가 한 일이란 너무나 단순했다.

 시차로 인해 아침부터 일찍 눈을 떠 2층 창문으로 멀리 주택가 끝에 뜨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 아침의 통화, 그리고 하루 종일 알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대는 TV시청뿐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2층 창문 너머로 처음 보는 회색 줄무늬의 고양이가 Q의 주의를 끌었다. 그 고양이는 벽돌담 위에서 몇 시간 채 전혀 미동이 없었다. 옆집에서 나온 아저씨가 그 고양이에게 조금은 이상한 소리를 내어 보아도 그 고양이는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움직임이 없는 그 고양이를 그 누구라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Q에게는 영국에서 처음 만나는 흥밋거리였다.

 한국에서도 놀이터를 오가는 길에 고양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고양이를 만지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Q는 고양이가 좋았다.

 그리고 영국에서 처음 만나는 저 고양이는 영국 고양이는 원래 다들 저런가 라는 Q의 의구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냈다.

 그 고양이가 언제 움직이는지, 움직일 때까지 누가 이기나 Q는 속으로 생각하며 그 고양이를 관찰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Q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시차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했던 Q가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창문 커튼 사이로 어둑어둑한 밤이 되었음을 또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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