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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 욥기 (수아 사람 빌닷의 발언)

전체 개괄

by KEN

성경연구주석 구약

욥기


■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수아 사람 빌닷의 발언의 전체적 개괄 (욥 8:1-22; 18:1-21; 25:1-6; 26:5-14)



배경적 이해와 명칭 분석


수아 사람 빌닷은 욥기에서 세 차례 등장하는 욥의 친구들 중 두 번째로 발언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속한 ‘수아’라는 지명은 구약 성경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아브라함의 첩 그두라가 낳은 자식들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는 “수아”(창 25:1-6)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대체로 ‘동방’ 지역으로 옮겨 살았으므로, 욥기에서 등장하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빌닷 역시 욥기의 무대가 되는 ‘동방’의 지혜자였으리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또 다른 견해로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수후’(Suhu) 지역 출신일 수도 있지만, 이 견해는 비교적 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빌닷의 이름 자체는 구약의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어원적으로 “하닷의 아들”이라는 의미일 수 있지만, 그러한 이름이 욥기의 히브리 청중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주었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만 세 친구 모두 먼 곳에서 온 외부의 지혜자들로서, 그들의 이름이 의도적으로 이국적으로 설정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빌닷의 신학적 전제와 주요 논지


빌닷의 세 차례 발언들은 겉보기에 일관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명확한 두 가지 신학적 전제에 근거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은 철저하게 정의로우신 분이며, 그분은 불변하는 세계 질서(즉 인과응보의 원리)를 철저하게 통치하신다는 점입니다.

둘째, 이러한 정의의 질서는 인간의 고통이나 번영을 결정하는 유일한 척도이기에, 불행이나 고난을 겪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죄악을 살펴 회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닷의 이 같은 신학적 확신은 욥에게 닥친 고난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빌닷은 욥이 심각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근거로, 욥이 자신도 모르는 죄를 숨기고 있거나 하나님 앞에서 위선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암시하거나 때로는 명시적으로 비난합니다.



빌닷의 각 발언에 대한 구체적 주석과 분석


(1) 첫 번째 발언 (욥 8:1-22)


빌닷의 첫 번째 발언은 친구들의 초기 접근 방식과 유사하게 욥을 위로하려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강한 질책과 교훈적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빌닷은 하나님이 절대적으로 정의로우시며 의인과 악인을 각각 다르게 대우하신다는 점을 분명히 말합니다(욥 8:3-4). 그는 욥의 자녀들이 이미 죽었음을 하나님이 그들의 죄악 때문에 심판하신 것이라 해석하며(욥 8:4), 욥에게는 하나님께 속히 회개하고 은총을 구할 것을 촉구합니다(욥 8:5-7). 빌닷은 특히 고대 조상들의 지혜를 인용하며, 악인의 운명과 하나님의 공의가 세상 질서 속에서 명백히 드러난다고 강조합니다(욥 8:8-22).


(2) 두 번째 발언 (욥 18:1-21)


빌닷의 두 번째 발언은 한층 더 공격적이고 신랄해집니다. 여기서 빌닷은 욥이 자신의 죄를 숨긴 채 스스로를 무죄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말하며, 악인의 필연적 멸망과 파멸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는 악인의 운명을 어둠과 덫, 재앙으로 표현하며, 욥이 바로 그런 악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은연중에 암시합니다(욥 18:5-21). 이는 악인의 파멸이 얼마나 철저하고 불가피한지 강조하여, 욥의 현재 처지를 죄의 증거로 간주하는 빌닷의 확고한 인과응보 신념을 보여줍니다.


(3) 세 번째 발언 (욥 25:1-6; 26:5-14)


빌닷의 세 번째 발언은 세 친구들의 발언 중 가장 짧지만, 그만큼 핵심을 명확히 표현합니다. 여기에서 빌닷은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과 위대함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더러운 존재인지를 강력히 선언합니다(욥 25:4-6). 빌닷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언급하면서, 욥의 주장 자체가 터무니없음을 비꼬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욥기 26:5-14 절은 일반적으로 욥의 발언으로 간주되나, 일부 학자들은 이를 빌닷 발언의 연장으로 보기도 합니다. 만약 이를 빌닷의 발언으로 해석한다면, 빌닷은 하나님의 능력과 주권이 자연 세계의 모든 영역에 미치며, 인간이 이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하고 무지한 존재임을 더욱 장엄하게 강조하는 것입니다.



신학적·문학적 함의


빌닷의 발언은 인과응보 원칙에 기초한 신학의 한계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하나님의 절대적 정의를 너무 좁게 해석하여, 인간의 모든 고난을 죄의 결과로 환원시키는 오류를 범합니다. 욥기는 이를 통해 인간의 경험이 신학적 논리에 쉽게 포섭될 수 없으며, 하나님의 정의가 인간의 제한된 관점과 이해를 훨씬 초월한다는 점을 암시적으로 드러냅니다.


빌닷의 강력한 언어와 시적 표현들은 독자들에게 강한 문학적 감명을 주지만, 그의 신학적 한계는 결국 욥기 전체의 논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빌닷이 놓친 것은 하나님의 신비와 깊이로서, 그의 신학이 욥의 고난과 같은 삶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독자들은 깨닫게 됩니다.

이와 같이 빌닷의 발언들은 욥기 속에서 중요한 신학적 논점들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으며, 욥기가 지닌 문학적, 신학적 깊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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