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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 욥기 (엘리바스의 세 번째 발언)

욥기 22:1–30

by KEN

성경연구주석 구약

욥기


■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엘리바스의 세 번째 발언 (욥기 22:1–30)



(세번째) 발언의 구조



엘리바스의 마지막 발언은 그 분량에서 이전 두 차례의 발언보다 훨씬 짧지만, 그 내용의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욥의 고난이 죄의 결과임을 주장하며, 이번에는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욥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형식은 비난에서 점차 훈계와 권면으로 전환되며, 욥에게 회개와 회복의 길을 제시합니다.


(1) 하나님께 인간이 끼치는 유익 없음 (욥 22:2–5)
(2) 욥의 (추정되는) 죄목 열거 (욥 22:6–11)
(3) 하나님의 초월성과 인간의 무지 (욥 22:12–14)
(4) 악인의 길에 대한 경고 (욥 22:15–20)
(5) 회개 권면과 회복의 약속 (욥 22:21–30)



(1) 하나님께 유익을 끼치지 못하는 인간 (욥 22:2–5)



엘리바스는 “사람이 하나님께 유익하게 하겠느냐?”는 질문으로 발언을 시작합니다. 이 논리는 하나님의 공의가 인간의 행위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신학적 전제를 담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은 인간에게서 아무런 유익도 얻지 않으므로 인간을 괜히 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겉으로는 하나님의 초월성과 완전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욥의 고난이 반드시 죄 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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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욥이 저질렀다고 상정된 구체적 죄목들 (욥 22:6–11)



엘리바스는 직접적으로 욥을 가리켜 말하진 않지만, 약자에 대한 착취와 사회적 불의를 죄목으로 나열하며 은연중에 그를 지목합니다. 이는 그가 실제로 본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악인이 저지를 법한 죄들을 나열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욥기 31장에서 욥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반박하는 죄목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열거된 죄목
- 가난한 자의 담보를 무리하게 취함 (22:6)
- 목마른 자에게 물을, 굶주린 자에게 떡을 주지 않음 (22:7)
- 강자의 힘을 이용해 땅을 차지함 (22:8)
- 과부와 고아에 대한 무관심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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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죄들은 당시 고대 근동 사회에서 특히 중대한 도덕적 죄로 여겨졌으며, 선지자 문헌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사회 정의의 핵심 주제들입니다 (cf. 사 1:17; 암 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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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나님은 보이지 않으시는가? (욥 22:12–14)



엘리바스는 인간이 하나님이 보지 못하신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욥이 하나님의 멀리 계심을 빌미로 하여 징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추측하며, 하나님은 여전히 모든 것을 보고 계신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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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나님에 대한 묘사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하나님, 그리고 모든 것을 감찰하시는 재판장의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4) 악인의 길을 따르지 말라 (욥 22:15–20)



엘리바스는 악인의 삶이 결국 파멸로 귀결된다는 전형적인 지혜 문학의 도식을 따라 설명합니다. 이 부분은 18:5–21에서 빌닷이 말하는 구조와 유사하며, 엘리바스는 악인의 최후가 파멸이라는 메시지를 욥에게 다시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핵심 논리
- 악인은 번성하지만 갑자기 멸망한다 (22:16)
- 의인은 그들의 멸망을 보고 기뻐한다 (22:19)
- 그들은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셨다”고 말하였기에 멸망했다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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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진술은 욥의 고통이 일시적 징벌이 아니라 악인의 길을 따른 결과라는 논리를 강화합니다.



(5) 회개 권면과 회복의 약속 (욥 22:21–30)



엘리바스의 발언은 훈계와 권면으로 절정을 이룹니다. 그는 욥에게 하나님과 화목하라고 권면하며, 진심 어린 회개를 통해 다시 복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권면은 언어적으로 부드럽고 감성적인 톤을 취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욥이 죄인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주요 권면들
- “하나님과 화목하고 평안하라” (22:21)
- “전능자에게 돌아오면 네가 복을 받을 것이다” (22:23)
- “전능자를 네 보화로 삼으라” (22:25)
- “그리하면 네 길에 빛이 비치리라” (22:28)


이 마지막 구절(22:28)은 욥기 3장에서 욥이 어둠을 간구하던 장면과 의도적으로 대조됩니다. 엘리바스는 어둠 가운데 있던 욥에게 다시 빛이 임할 것이라고 설득합니다. 그러나 이 빛은 욥의 무죄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회개라는 조건에 따른 결과로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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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신학적 주제

22:30은 “죄 없는 자가 아니라도 그가 중보할 수 있다”고 진술합니다. 이는 욥기 42:8–10에서 욥이 친구들을 위하여 중보 기도하는 장면을 선취하며, 욥의 의로움이 하나님의 인정을 받아 타인을 위한 중재자로서의 기능을 하게 됨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정리: 엘리바스 발언의 의도와 한계



엘리바스는 이번 발언에서 처음으로 지속적인 훈계와 권면의 언어를 사용하며, 욥을 향한 공격적 태도를 다소 완화합니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근본적으로는 전통적 지혜의 논리를 반복하며, 욥의 고난이 반드시 죄의 결과라는 기조를 유지합니다.


또한 엘리바스는 회개의 가능성과 회복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일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그의 권면은 욥이 죄인이라는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실패한 설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엘리바스의 신학은 정형화된 인과응보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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