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 욥기 (엘리바스의 두 번째 발언)

욥기 15:1-35

by KEN

성경연구주석 구약

욥기


■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엘리바스의 두 번째 발언 (욥기 15:1-35)



발언 내용의 구조



엘리바스의 두 번째 발언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서론과 욥에 대한 정면 비판 (15:1–6)
(2) 지혜에 대한 주장과 욥의 오만함에 대한 질책 (15:7–19)
(3) 악인의 운명에 대한 전통적 지혜 전승의 재진술 (15:20–35)



(1) 서론과 욥의 말에 대한 비판 (15:1–6)



엘리바스는 첫 번째 발언(욥 4–5장)과 유사하게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거칠고 직설적입니다.

“지혜로운 자가 어찌 헛된 지식으로 대답하겠느냐? 어찌 동풍으로 그 배를 채우겠느냐?” (15:2)


이 구절에서 ‘동풍’은 메마르고 파괴적인 자연의 힘을 의미하며, 욥의 말들이 지혜로운 자의 발언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한다고 주장합니다. 욥의 말은 열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 뿐, 지혜에 기초한 성찰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 죄악이 네 입을 가르치나니 네가 간사한 자의 혀를 택하였느니라” (15:5)


엘리바스는 욥의 말이 ‘자기 입으로 자기를 정죄’하고 있으며, 그의 말이 무의미하고 도리어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는 욥의 이전 발언들—특히 하나님의 공의에 대한 질문들(예: 욥 9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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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혜 전승에 대한 엘리바스의 권위 주장 (15:7–19)



“네가 제일 먼저 난 사람이냐? 산들이 있기 전에 출생하였느냐?” (15:7)

이 구절은 잠언 8장에 나오는 ‘태초의 지혜’ 개념과 연관됩니다. 엘리바스는 욥이 마치 하나님처럼 모든 것을 아는 듯 말한다고 비난하며, 조롱조의 질문을 통해 그 오만함을 꼬집습니다.


“하나님이 네게만 말씀하셨느냐? 지식이 네게만 있느냐?” (15:8)

이는 엘리바스가 자신과 친구들을 지혜의 전통을 따르는 자들로 자처하며, 욥의 태도가 이 오래된 전승을 무시한다고 간주하는 대목입니다. 그는 조상들이 전한 지혜의 권위를 앞세워 욥의 주장을 불경스럽고 독선적인 것으로 본것입니다.


엘리바스는 욥의 말에 분노가 담겨 있다고 판단하며(15:12–13), 욥이 “하나님을 향하여 그의 영을 돌이켰다”고 질책합니다. 욥의 의문 제기 자체를 하나님에 대한 도전으로 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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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악인의 운명에 대한 교훈적 전언 (15:20–35)



엘리바스는 경험과 전통에 근거한 ‘악인의 말로’에 대한 긴 묘사를 제시합니다.


“악인은 평생 동안 고통을 당하며 포악자의 해 수는 정해져 있나니” (15:20)

이 문단은 마치 지혜문학의 전형적인 교훈처럼 전개되며, 엘리바스가 전통적 ‘인과응보’의 논리를 반복하는 장면입니다. 특히 15:25–27절에서 악인은 스스로 교만하여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로 묘사됩니다. 이 특징은 곧 욥의 태도와도 유사하게 연결될 여지를 주며, 간접적으로 욥을 악인의 범주에 포함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그가 하나님을 향하여 손을 펴며 전능자에게 대항하며” (15:25)

여기서 ‘손을 펴며’라는 표현은 고대 근동에서 반란과 적대적 행동을 상징하는 행위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엘리바스는 욥이 자신의 말과 태도를 통해 마치 전능자에게 도전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엘리바스는 악인의 말로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 항상 두려움 속에 삶 (15:20–24)

• 풍요로움이 무상하게 사라짐 (15:28–30)

• 자손의 멸절 (15:34)

• 불의 열매는 헛된 것 (15:35)


“그들은 재앙을 잉태하고 죄악을 낳으며 그들의 뱃속에서 속임수를 준비하느니라” (15:35)

이 결론은 인간의 죄가 결국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는 고전적 지혜의 결론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지나치게 일반화되어 있으며, 실제 욥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속 대화(특히 욥의 반론)에서 심각한 논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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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신학적 논점



지혜에 대한 독점성 주장:

엘리바스는 자신의 말이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시각이나 경험(욥의 고난에서 비롯된 질문들)을 배격한다. 이는 지혜 전승의 정체성과 변화를 둘러싼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논의를 반영한다.


인과응보의 단순화:

엘리바스는 “고난은 곧 죄의 결과”라는 1차원적 논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욥의 실제 경험(의로운 자의 고난)을 설명하지 못하며, 결국 하나님의 마지막 말씀이 엘리바스의 견해를 반박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된다(욥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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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효과와 고조:

두 번째 발언은 첫 번째보다 훨씬 감정이 실려 있으며, 엘리바스의 태도는 초기의 신중한 조언자에서 단호하고 논쟁적인 비난자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세 친구의 발언이 갈수록 비타협적으로 변해가며 욥과의 단절이 심화되는 문학적 흐름의 일부이다.




정리



엘리바스의 두 번째 발언(욥기 15장)은 고대 지혜 문학의 전형을 보여주며, 전통에 의거해 욥의 발언을 반박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발언은 실제 상황에 대한 깊은 공감이나 통찰 없이, ‘악인은 고난 받는다’는 도식을 강요할 뿐이다. 이로 인해 욥의 실존적 고통과 질문은 더욱 격렬해지고, 독자는 전통적 지혜의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이 발언은 이후 하나님의 말씀(욥 38–41장)과의 대비 속에서 인간 지혜의 불충분함과 하나님의 초월적 지혜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드러내는 결정적인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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