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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9] 욥기 (빌닷의 두 번째 발언)

by KEN

성경연구주석 구약

욥기


■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빌닷의 두 번째 발언 (욥기 18:1-21)


욥에 대한 빌닷의 좌절 (18:1-4)


빌닷은 욥의 반응과 발언에 대해 깊은 불쾌감을 느낍니다. 그는 욥이 친구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조언을 헛된 것으로 치부하며 대화 자체를 모욕했다고 느낍니다.


욥기 18:2-3에서 그는 욥의 말이 “거센 바람” 같다고 말함으로써, 욥의 언변이 경솔하고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이는 잠언 15:1-7의 지혜 전승을 암시하며, 말의 절제가 곧 지혜라는 고대의 이상과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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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에서 그는 욥을 분노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을 해치는 자로 묘사합니다. 욥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찢으셨다고 고백한 것(욥 16:9)을 반박하면서, 실제로 자신을 파괴한 것은 욥 스스로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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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빌닷은 단순한 신학적 입장 제시를 넘어서 도덕적 판단과 인격적 비난을 병행하고 있으며, 욥의 고통을 무지하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하나님의 질서에 대한 옹호 (18:5-7)


빌닷은 하나님의 우주 질서와 도덕 질서를 옹호하며, 그 질서가 욥의 주관적 불평으로 인해 흔들릴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18:5-6에서는 악인의 “빛”이 꺼지고 그의 “불꽃”이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는 지혜문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상징으로, 빛은 생명, 번영, 하나님의 은총, 어둠은 죽음, 파멸, 소외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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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에서 “그 힘 있는 걸음이 곤고하게 된다”는 표현은, 외적으로 번성하던 자가 갑작스럽게 몰락하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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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보응의 신학(deed-consequence theology)에 입각한 주장으로, 악인의 몰락이 필연적이라는 고대의 도덕 논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악인을 기다리는 덫과 파멸 (18:8-10)


빌닷은 잠언이나 시편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기 꾀에 넘어가는 자’의 전형을 악인에 대입하여 묘사합니다.


18:8에서는 “스스로 그물에 걸려 넘어지고”, 18:9-10에서는 함정과 덫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표현이 나옵나다.


이 구절들은 악인의 몰락이 외부적 힘의 작용이 아니라, 그의 악함에 대한 정당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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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빌닷은 욥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묘사를 통해 욥이 스스로 던진 그물에 걸린 악인일 수 있음을 은근히 암시합니다.



질병과 죽음의 신화적 묘사 (18:11-14)


18:11-12에서는 “두려움이 그를 사방에서 놀라게 하고, 그의 발을 따라가며, 기근이 그의 힘을 파괴하며, 재앙이 그 옆에 서리라”고 말합니다. 이는 시편 91편에서 의인을 보호하는 하나님의 사자들과는 정반대의 형상입니다. 악인은 보호받지 못하며, 고립된 채 무너져간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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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에서는 “사망의 장자가 그의 지체를 먹을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단순한 병의 묘사가 아니라, 죽음 그 자체를 인격화한 존재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우가리트 신화의 ‘모트(Mot)’ 신, 즉 사람을 삼키는 죽음의 신을 연상시키며, 악인들이 결국은 죽음의 신에게 넘겨질 운명임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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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에서 악인은 “그의 장막에서 쫓겨나 공포의 왕에게 끌려간다”. 이 또한 지하세계로의 추방을 의미하며, 악인의 죽음이 단순한 자연사가 아니라 신적 질서로부터의 영원한 추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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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말소와 기억의 파괴 (18:15-19)


18:15: “그 장막에는 유황이 뿌려질 것이라”는 구절은 고대에서 유황이 불결함과 저주의 상징으로 여겨졌음을 반영합니다. 이는 악인의 삶터가 완전히 파괴되어 불모지가 될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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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17에서는 그들의 “뿌리와 가지가 마를 것이다”, “이름이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후손의 단절과 기억의 말소라는 히브리적 사유에서 가장 두려운 운명을 말하며, 신적 심판이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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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19에서는 “빛에서 어두움으로 몰아내어지고… 자손이나 후손도 없게 될 것”이라는 구절을 통해 악인의 생물학적, 사회적, 문화적 흔적이 완전히 사라질 것임을 예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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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욥이 자녀를 잃고 후손 없이 남겨졌다는 점에서 그의 현실과도 통하는 부분으로, 빌닷이 이 내용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의심을 낳습니다.


정리: 경건하지 못한 자들의 운명 (18:20-21)


18:20에서 “동편 사람도 놀라고, 서편 사람도 공포에 휩싸인다”는 표현은, 악인의 최후가 전 세계적으로 회자될 정도로 끔찍한 사례가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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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에서 그는 “과연 이것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의 처소니라”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이는 경건하지 못한 자들, 즉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한 자들의 필연적 결말이라는 확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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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의 이름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전체 논조는 욥이 바로 그러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이며, 동시에 욥을 무의식적으로라도 악인들과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설득의 시도입니다.


신학적 고찰


빌닷은 욥의 상황을 보응신학(행위-결과)의 체계 안에서 해석합니다. 그는 악인이 반드시 고통과 죽음을 겪고, 후손이 끊기고, 사회로부터 지워지며, 신의 심판을 받는다는 형벌의 목록을 열거합니다. 이러한 발언은 욥의 실제 경험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으며, 이를 통해 욥이 악인이라는 암시적 정죄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욥기 전체의 신학적 흐름—의인의 고난, 하나님의 자유, 인간의 무지—와는 긴장관계를 가집니다. 빌닷의 주장은 논리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을 왜곡하는 신학의 위험성을 드러냅니다. 그는 자신의 세계관이 정당하다는 전제 아래 욥의 실제 고통을 억누르고 왜곡하려 한 것입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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