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25:1-6(26:5-14?)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빌닷의 마지막 발언은 욥기 대화 중 가장 짧은 발언으로, 전체가 단 6절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고전적인 지혜 문학 전통 속에서 반복되어 온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하나님의 절대적인 위엄에 대한 핵심 사유가 농축되어 있습니다.
25:2 “권세와 두려움이 그와 함께 있고 그는 높은 곳에서 화평을 베푸시느니라.”
이 구절은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와 질서 부여의 능력을 강조합니다. ‘권세’(שָׁלֹם, 평화로도 번역 가능)와 ‘두려움’(מוֹרָא)은 하나님의 위엄과 존귀를 묘사하며, 그는 모든 존재의 위에 군림하시는 분이심을 시사합니다.
25:3 “그의 군대를 어찌 셀 수 있으랴 그가 비추시는 자에게는 해가 비치지 아니하겠느냐.”
하나님의 ‘군대’는 하늘의 별들이나 천사적 존재들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사 40:26). 그 수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얼마나 광대하고 질서정연한지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죠.
하나님의 위엄을 먼저 얘기하면서 빌닷은 인간의 유한성을 대비하여 제기합니다.
25:4 “그런즉 사람이 어찌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겠으며 여인이 낳은 자가 어찌 깨끗하겠느냐.”
엘리바스의 첫 번째 발언(4:17)과 유사한 구조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다시 제기합니다.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서 인간은 스스로 의롭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5:5 “보라 그에게는 달이라도 빛나지 못하고 별도 깨끗하지 못하거든”
천체조차도 하나님의 완전성과 비교할 때 불완전하게 보입니다. 이는 시편 19편이나 욥기 9장에서도 유사한 표현들이 사용되는 구절로, 자연 질서를 통한 신의 초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25:6 “하물며 구더기 같은 사람, 벌레 같은 인생이랴.”
극단적인 비유를 통해 인간의 유한함과 무가치함을 표현합니다. 이 표현은 욥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기보다는 지혜 문학에서의 인간 이해(잠 30:2-3)와 유사한 인식의 연장선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저자 귀속에 대한 논의
학자들 중 다수는 욥기 26:5–14가 빌닷의 발언에 속하지 않고 욥의 응답의 일부라고 보지만, 내용상 25장의 맥락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부는 이를 빌닷의 발언의 확장 또는 편집적 연속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26장의 표현 방식과 신학적 주제는 욥이 9장에서 전개했던 하나님의 위대함에 대한 묘사와 더 가깝습니다.
26:5 “죽은 자의 영들이 물 밑에서 떨며 물 속에 사는 것들도 그러하도다.”
‘렙하임’(rephaim)은 스올의 유령들을 의미합니다. 죽은 자들도 하나님의 존재 앞에서 떤다는 표현은 그분의 통치가 죽음의 영역까지 미침을 시사합니다.
26:6 “스올은 하나님 앞에 드러나고 멸망도 가리움이 없느니라.”
하나님의 눈에는 어떤 것도 숨겨질 수 없습니다. ‘스올’과 ‘아바돈’(멸망)은 고대 지하 세계의 개념을 형상화한 용어입니다.
26:7 “그는 북쪽을 허공에 펴시며 땅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 매다시며”
천체와 지구의 구조에 대한 고대인의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하늘은 북쪽의 자폰(Zaphon)을 통해 상징되며, 땅은 하나님의 권능에 의해 공간 속에 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26:8 “물을 빽빽한 구름에 싸시나 구름이 터지지 아니하느니라.”
고대 근동 세계관에서 구름은 물을 담은 가죽부대와 같이 이해되었으며, 그 질서 유지는 하나님의 손길로 설명됩니다.
26:9 “그는 보좌의 앞을 가리시고 구름으로 그것을 덮으시며”
하나님의 왕좌는 인간의 눈에 감춰져 있으며, 그 영광은 감히 직면할 수 없는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26:10 “수면에 경계를 그으셨으니 빛과 어둠의 경계가 이러하니라.”
지평선은 고대 우주관 속에서 빛과 어둠의 경계, 곧 하나님의 창조 질서의 상징입니다.
26:11 “그가 꾸짖으시매 하늘 기둥이 흔들리며 놀라느니라.”
‘하늘 기둥’은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산을 의미합니다. 자연 현상의 변화는 모두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결과입니다.
26:12 “그는 능력으로 바다를 잔잔하게 하시며 지혜로 라합을 치셨으며”
라합은 혼돈의 상징, 혹은 신화적 바다 괴물을 지칭합니다(사 51:9). 하나님은 창조 질서 수립을 위해 혼돈을 제압하셨습니다.
26:13 “그의 입김으로 하늘이 맑아졌고 그의 손이 날쌘 뱀을 찌르셨느니라.”
이 역시 창조 초기의 혼돈 세력을 무찌르시는 하나님의 행동을 상징합니다. 날쌘 뱀은 ‘리워야단’을 연상시킬 수 있습니다(욥 3:8, 사 27:1).
26:14 “보라 이것은 그의 길의 단편일 뿐이요 우리가 그에게서 듣는 소리는 속삭임일 뿐이라. 그의 능력의 우렛소리는 누가 능히 깨달으랴.”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단지 ‘속삭임’ 수준일 뿐이며,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인간 이성으로는 결코 온전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는 야웨의 말씀(욥 38–41장)과 직결되는 주제입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