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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무도 - 일상을 위한 일탈" _ 탈춤 공연 리뷰

2025년 4월 26일, 평택 한국소리터 지영희홀

by KEN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이 소중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 손끝의 미세한 떨림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하루가 꼬박 지났지만, 그 미묘한 움직임과 리듬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장고와 징, 아쟁, 태평소, 북이 만들어낸 깊고 강렬한 울림이었습니다.


그 여운이 아직 내 몸에 남아 있을 때, 공연에서의 감동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가장무도 - 일상을 위한 일탈"은 평택에서 개최된 공연으로, 한국소리터 지영희홀에서 2025년 4월 26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이 공연은 전통 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관객들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선사하였습니다.


공연 개요
- 일시: 2025년 4월 26일 (토요일) 오후 4시
- 장소: 한국소리터 지영희홀, 경기도 평택시
- 출연진: 민현기, 김재민, 최민우, 이정동, 김문겸, 박희수, 김태호 등 (천하제일탈공작소)


"가장무도"는 탈춤을 통해 다양한 개성을 지닌 탈꾼들이 어우러져 신명 나는 춤사위를 선보였던 공연입니다. 이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관객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적 일탈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합니다. 평택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천하제일탈공작소가 제작한 이 공연은, 전통 예술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도 목적을 두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공연 구성의 주요 내용 및 테마


1. 탈춤의 현대적 재해석과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공연명 "가장무도 - 일상을 위한 일탈"은 '가장(假裝)'과 '무도(舞蹈)'의 합성어로, "탈을 쓰고 자신을 변화시켜 춤추는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의 일탈을 경험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천하제일탈공작소는 전통 탈춤의 형식과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감성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전통'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한다"고 진행 리더였던 '이매마당'의 이주원은 말합니다.


따라서 공연을 진행한 천하제일탈공장소는 관객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적 일탈"을 제공하고자 했으며, "현대인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질을 찾는 여정을 제안"하고자 했다고 전합니다.


2. 탈춤의 사회 비판적 기능과 현대적 적용


한국의 탈춤은 "조선시대 엄격한 신분제 속에서 탈이라는 익명성을 빌려 지배계층을 풍자하고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민중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천하제일탈공작소는 이러한 탈춤의 "사회비판적 기능의 현대적 적용"을 시도하는 팀입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양반을 풍자했던 탈춤의 정신은 오늘날 권력과 자본의 불평등, 성차별, 사회적 소외 등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비판하는 매개체로 확장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고성오관대 문등북춤과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이매마당 등에서 보여지는 병자와 약자의 몸짓을 통한 이야기 전달은, "현대 사회의 차별과 권력관계, 성역할에 대한 비판" 등이 녹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3. 지역별 다양한 탈춤의 소개 및 특징


무대에 오른 여덟 가지 탈춤은 각기 독특한 개성과 상징적 의미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공연의 문을 연 북청사자놀음의 북청사자는 웅장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등장과 동시에 객석을 압도했습니다. 함경남도 북청에서 유래한 북청사자놀음은 사자탈을 쓰고 악귀를 물리치며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민속놀이입니다. 사자탈의 힘찬 춤사위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어 등장한 봉산탈춤의 먹중춤은 검은 얼굴 위에 흰 눈동자만 빛나는 먹중의 강렬한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황해도 봉산군에서 전승된 이 탈춤은 승려의 탐욕과 위선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빠른 장단에 맞춘 익살스러운 몸짓은 관객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봉산탈춤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활달함이 생생히 전달된 무대였습니다.


고성오광대의 문둥북춤은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듯한 강렬한 표현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경상남도 고성 지역에서 연행되는 이 춤은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문둥이가 등장하여 사회의 부조리와 편견을 풍자합니다. 한센병 환자의 고통과 삶에 대한 의지를 북소리와 구음(口音)에 실어 전하는 춤사위는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으며,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는 듯한 몸짓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습니다.


이어 펼쳐진 은율탈춤의 목중춤은 황해도 은율 지역에서 전승된 탈춤으로 승려의 모습을 빌려 사회적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했습니다.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대사와 능청스러운 연기는 서민들이 겪는 고난과 현실을 생생히 담아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절제된 춤사위에서 전통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릉관노가면극의 장자마리춤은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몸짓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강릉단오제에서 공연되는 이 탈춤은 양반의 하인인 장자마리가 놀이판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검은색 의상과 임신한 듯한 몸매를 대비적으로 표현한 두 인물이 선보인 조화롭고 신비로운 움직임은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관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가산오광대의 할미춤은 경상남도 사천의 가산오광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할미와 영감의 갈등을 통해 가족 내 갈등과 사회적 문제를 풍자합니다.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펼쳐진 할미의 익살스러운 몸짓은 때로는 푸근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현실을 꼬집으며 관객들에게 진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함께 선사했습니다.


양주별산대놀이의 연잎춤은 경기도 양주에서 전승된 것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춤사위가 돋보였습니다. 염불장단의 거드름춤과 타령장단의 깨끼춤으로 구성된 이 춤은 손목과 고개를 까딱이는 섬세한 동작으로 한국적인 멋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한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이매마당은 경상북도 안동 하회마을에서 전승된 것으로, 이매의 익살스러운 캐릭터가 돋보인 무대였습니다. 어눌하면서도 순박한 매력을 지닌 이매가 관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흥미를 더했고, 하회탈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공연의 마지막까지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멋진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천하제일탈공작소의 탈춤 레퍼토리 소개 영상 (유튜브)


감상 및 정리


"가장무도 - 일상을 위한 일탈" 공연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탈춤의 정신을 오늘날 관객들과 생생하게 호흡하며 되살리려는 '천하제일공작소'의 열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다채로운 탈춤 레퍼토리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습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 공연이 탈춤이라는 전통 예술이 결코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소통의 수단이자 즐거움을 선사하는 생동감 있는 문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면 속에 담긴 해학과 풍자, 그리고 삶의 애환은 시대를 초월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평택 시민뿐 아니라 한국 탈춤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내 뒷좌석에 앉은 외국인들과 앞쪽에 앉은 중년 여성분이 한국적인 장단과 탈춤 특유의 몸짓을 공연 내내 따라 하며 열정적으로 추임새를 넣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습니다.


공연 말미, 무대로 인도된 다섯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소년이 보여준 힘찬 탈춤 몸짓과 활기 넘치는 몸사위는 우리 민족의 흥과 열정을 생생하게 전하며 공연의 백미가 되었습니다.


무대 위 공연자들과 객석의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지는 탈춤 공연을 보면서, 이러한 흥겨운 조화가 진정한 한국적 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습니다.



250424. 평택 한국소리터 지영희홀 공연 포스터 및 프로그램


공연장 분위기 (일부)
공연장 밖 평택호, 카이트서핑(Kitesurfing) 모습과 서해안선 기차 철교



북청사자 [천하제일탈공작소] 추는사람금천 ㅣ 사자난장 (feat. 고성오광대)


강령탈춤 中 미얄할미, 고성오광대 中 문둥북춤,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 中 이매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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