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평택으로 거처를 옮긴 지도 만 2년이 되었다.
이곳은 일가친척 하나 없는 낯선 지역이었다. 그간 직장으로 인해 서울과 수원, 평택을 거쳐 대전과 청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시를 전전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한 터전으로 이곳을 선택했다.
• 서울과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도심의 번잡함은 덜한 곳.
• 걸어서 스타벅스, 일식집, 파스타집은 물론 맥도날드와 버거킹까지 갈 수 있는 곳.
• CGV, 백화점, 도서관, 문예회관 등 문화시설이 도보권에 있는 곳.
• 스타필드, 코스트코, 기차역(KTX·GTX·일반철도·전철 포함)이 가까이에 있는 곳.
이런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지금의 주거지에 정착하게 되었다.
모든 것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두어 가지 아쉬움을 꼽자면 이렇다.
첫째는, 주변에 산이 없다는 점이다. 지명부터가 ‘평택(平澤)’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한자 뜻 그대로 ‘평지(平)’에 ‘연못(澤)’이 많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원래 넓은 들판과 풍부한 수자원을 자랑했으며, 과거에는 늪지대와 연못이 많아 이를 반영해 ‘평택’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대규모 간척사업 이전까지의 평택평야는 조수가 밀려드는 갯벌과 갈대가 무성한 습지대였다고 하니, 그런 해석이 무리는 아닌 듯하다. 지금의 시청과 스포츠 콤플렉스 인근 도로명이 ‘조개터’인 것만 보아도, 그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던 시절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래전 피난민들이 그곳에 움막을 짓고, 먹을 것이 없어 갯벌에서 조개를 캐어 연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골고루(平) 윤택하게(澤) 사는 곳’이라는 해석도 전해진다. 넓은 평야에서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 해석이든 지금의 내 일상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핵심은, 이곳에는 높은 산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아니 가장 사소하지만 은근한 불만이다.
둘째는, 이 지역에 미술관이나 문학관이 여타 유서 깊은 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니, 실상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내가 방문한 거의 모든 도시에서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이 미술관과 문학관이었다. 지역의 삶과 정신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평택에는 그런 시설이 없다. 어딘가 ‘얇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위안이 있다면, 고덕지구에 새롭게 건립 예정인 중앙도서관에 이런 문화공간이 반영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러한저러한 이유로 평택에 정착하게 되었고, 지난 연말부터는 다양한 ‘꺼리’를 찾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오늘은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공연 관람
평택시(문화재단)에서도 나름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일 텐데, 그럼에도 간혹 괜찮은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내가 관람했거나 관람할 예정인 공연 목록은 다음과 같다.
특징을 꼽자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서인지 내용이 전반적으로 무겁지 않고, 비교적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11월부터 4월 마지막주인 이번 주까지의 공연 감상 계획
그이가 2024년에 발표한 주제는 ‘모차르트’였다. 두 차례 공연 모두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타악기로만 구성된 앙상블의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고, 두 아들과 함께 관람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6월, 공연 감상 계획
오늘(4/25) 오후 2시부터 예매 오픈 되자마자 예매 완료...^^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전 좌석 매진이다.)
Day 1. Prelude to Passion : 열정의 서곡
. 로시니 Overture to the Barber of Seville for 2 Celli (arr. Cicely Parnas)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 체르니 Rondoletto Concertant in F Major, Op. 149 협주적 론도, 작품 149
. 생상 The Swan from Carnival of the Animals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 바씨 Fantasia da Concerto su temi del Rigoletto di Verdi 리골레토 주제에 의한 협주 환상곡
. 라벨 Introduction et Allegro for Harp, Flute, Clarinet and String Quartet 서주와 알레그로
. 드보르작 String Quintet No. 3 in E-flat Major, Op. 97 현악 5중주 제3번 내림마장조 작품 97
Day 2. Journey to Enrichment : 풍요의 여정
. 페르트 Spiegel im Spiegel for Cello and Piano 거울 속의 거울
. 피아졸라 "La Calle 92" (Arr. for Viola and Cello) 92번가
. 피아졸라 Tango Preparense for Viola, Cello and Double Bass 탱고, 준비하라
. 디앙 Tango en Skai for Violin and Guitar 가짜 탱고 등
. 피아졸라 Tanti Anni Prima (Ave Maria) for Violin and Guitar 아베 마리아
. 보케리니 Guitar Quintet No. 4 in D Major, G. 448 "Fandango" 기타 5중주 4번 라장조 작품 448
. 파야 La Vida Breve for Cello and Guitar 허무한 인생
. 파야 Ritual Fire Dance from El Amor Brujo for Violin and Piano 발레음악 사랑은 마술사
. 머스토넨 Nonet No. 2 for 4 Violins, 2 Violas, 2 Violoncelli und Double Bass 9중주 제2번
Day 3. Magic of Melody : 선율의 마법
. 베토벤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 '안경'
. 부르흐 Piano Quintet in g minor 피아노 5중주 사단조
. 이그나토비츠 Toccata 토카타
. 사뮤 Dance of the Knights de Sergei Prokofiev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기사들의 춤
. Mozart Exsultate, jubilate, K. 165 for Soprano and Strings 소프라노와 현을 위한 작품 165
Day 4. Echoes of Celebration : 축제의 메아리
. 슐호프 5 Pieces for String Quartet 현악 4중주를 위한 5개의 소품
. 베토벤 Piano Trio No. 4 in B-flat Major, Op. 11 "Gassenhauer" 피아노 3중주 "거리의 노래"
. 셰드린 "In the Style of Albéniz" for Cello and Piano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알베니즈 스타일로"
. 스벤센 String Octet in A Major, Op. 3 현악 8중주 가장조 작품 3
지방에 살고 있는 것의 특권이랄 수도 있겠다. 매우 접근성이 높은 공연장, 그리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환경 등등. 시민을 위한 이런 기획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시청 등 관련부문에서 일하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