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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Jazz] 서정적 트럼펫의 진수

Chet Baker의 "It Never Entered My Mind"

by KEN
AI와 함께하는 음악 감상
최민식이 연기한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2004)에서,
비록 연기였지만 그는 트럼펫을 연주합니다.
극 중 연주된 곡은 ⟪옛사랑을 위한 Trumpet(옛집 가는 길)⟫로,
그 직진성 강한 트럼펫 소리가
영화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던 기억이 납니다.

트럼펫은 다른 악기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곧게 뻗는 음색, 그 직선적인 울림이죠.

가끔은 그런 좌고우면 하지 않는, 한결같이 곧은 음이 듣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

나른해지기 쉬운 휴일 오후,
아마도 다가올 한 주를 준비하며 마음을 다잡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따라 멋진 재즈 스탠더드 곡 중 하나를
트럼펫 연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Chet Baker의 "It Never Entered My Mind"

- 서정적 트럼펫의 진수를 보여주는 완벽한 발라드


"It Never Entered My Mind"는 1940년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와 로렌츠 하트(Lorenz Hart)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Higher and Higher"를 위해 작곡한 작품입니다. Shirley Ross가 처음 선보인 이 곡은 재즈 스탠더드로 자리 잡으며 Miles Davis, Ella Fitzgerald, Frank Sinatra 등 수많은 거장들이 연주한 명곡입니다.


로저스와 하트의 이 서정적인 발라드는 '사랑을 잃고 난 후의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으며, 특히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는 제목처럼 예상치 못한 사랑의 상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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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의 It Never Entered My Mind 연주는 웨스트코스트 쿨 재즈(West Coast Cool Jazz)의 정수를 보입니다. 미니멀리즘과 서정성이 결합된 독특한 해석을 담고 있는 것이죠.


1959년 “Chet”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이 곡은 쳇 베이커가 재즈 발라드로 재탄생시킨 버전입니다.


베이커의 트럼펫 톤은 마치 인생의 피로감을 녹아내린 듯 합니다. 부드럽고 허스키하게 전개됩니다. 프레이즈 반복 속에서도 미묘한 뉘앙스 변화가 있어 묘한 감정의 깊이를 전달해 옵니다.


피아노는 빌 에반스(Bill Evans)가 연주합니다. 꽉 채우지 않고 적절히 공간을 만드는 그의 반주는 베이커의 멜로디 라인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동시에 즉흥적 대화 또한 구현해 줍니다. 곡이 연주되는 동안, 피아노는 철저히 트럼펫을 받쳐주는 역할에만 충실하죠.


쳇 베이커는 이 곡에서 1옥타브 범위 내에서의 제한된 음역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기교를 배제하고 오직 멜로디의 본질에 집중하려는 그의 연주 철학이 반영된 듯 보입니다. 특히 블루 노트*를 절제된 비브라토로 처리하며, 마치 보컬리스트가 가사 없이 흥얼거리는 듯한 인상을 받게합니다. (*주. 블루 노트는 재즈와 블루스 음악에서 주로 사용되는 음계로, 장음계의 제3음, 제5음, 제7음을 반음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음들은 전통적인 서양 음계에는 없는 음으로, 음악에 특유의 "블루지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콘니 케이의 드럼 브러시 워크와 폴 체임버스의 베이스 라인이 창조하는 리듬 구조는 전통적인 스윙 감각을 넘어서서 시간의 흐름을 리듬으로 삼는 듯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트럼펫의 각 음절이 마침표처럼 배치된 연주는 깊은 서정성으로 듣는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동명 연주(1956)가 블루스적 단절감을 강조했다면, 베이커는 잔잔한 수면 아래 흐르는 복잡한 심리적 층위를 포착했다고나 할까요.




이 연주는 베이커가 1950년대 말 헤로인 중독과 법적 문제로 혼란스러운 개인사를 겪던 시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었던 듯 보입니다. 특히 앨범 Chet는 그의 예술적 절정기를 상징하는 곡들의 모임이라고 평하더군요. 케니 버렐(기타)과 허비 맨(플룻)이 참여한 세션의 실험적 편성이 전통적 재즈 편성의 경계를 확장했다는 평가가 그것입니다.


20세기 쿨 재즈 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 연주, 그 아름다움에 함께 참여해 보시면 어떨까요.


모쪼록, 큰 성취를 이루는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서치: Genspark, Felo, Perplexity, Liner, ChatGPT, Cla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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