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시편(47편): 하나님의 보편적 왕권 찬양

주석가 ㅣ 윌렘 프린슬루 Willem S. Prinsloo, 성서학자

by KEN
[시 47:1-9, 우리말성경]
1 오 너희 모든 백성들아, 손뼉을 치라. 승리의 소리로 하나님께 외치라.
2 지극히 높으신 여호와는 두려운 분이시다. 온 땅을 다스리시는 위대한 왕이시다.
3 그분은 사람들을 우리 아래 복종시키시고 저 민족들을 우리 발아래 두실 것이다.
4 우리를 위해 유산을 선택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그분이 사랑하시는 야곱의 자랑거리다. (셀라)
5 기뻐 외치는 소리와 함께 하나님께서 나팔 소리 울리는 가운데 올라가셨다.
6 찬양하라. 하나님을 찬양하라. 찬양하라. 우리 왕을 찬양하라.
7 하나님은 온 땅의 왕이시니 찬양의 시로 노래하라.
8 하나님께서 이방 민족들을 통치하신다. 하나님께서 그 거룩한 옥좌에 앉으셨다.
9 백성들 가운데 귀족들이 아브라함의 하나님의 백성이 돼 모여 있구나. 이 땅의 방패들이 하나님께 속해 있으니 그분은 지극히 높임을 받으셨도다.


시편 47편의 중심 주제는 하나님께서 우주 전체의 왕이시라는 찬양시입니다.


시는 1-5절과 6-9절로 나뉘며, 두 개의 스트로피가 병행법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A1: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권유 ("손바닥을 치고", 1절)
B1: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는 이유 ("왜냐하면", 2-5절)
A2: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권유 ("찬송하라", 6절)
B2: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는 이유 ("왜냐하면", 7-9절)


시는 주요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시의 통일성을 강화하고 핵심 주제를 강조하는 효과를 보입니다.

하나님의 왕권이 중심 역할을 하며, "온 땅에 큰 왕"이심을 세 차례 반복하여 진술합니다 (2, 7, 8절).

히브리어 어근 'lh("높은")를 세 번 사용하여 하나님의 고귀함과 영광을 강조합니다 ("지존하신", 2절; "하나님께서… 올라가심이여", 5절; "그는 높임을 받으시리로다", 9절).

"만민"(3, 8절), "[모든] 민족"/"하나님의 백성"(1, 3, 9절), "온 땅"(2, 7절) 등의 주제어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명령문은 1, 6, 7절에 나옵니다.

이러한 낱말의 반복을 통해 주제인 "하나님은 자기 백성과 모든 민족과의 관계에서 큰 왕으로 찬양을 받으신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스트로피 (1-5절)

A1 (1절): "손바닥을 치고… 하나님께 외칠지어다"와 같은 병행법을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광범위한 권유를 담습니다.

B1 (2-5절): 찬양해야 할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보편적 통치(2절)

둘째는 이스라엘의 선택과 관련된 과거 역사(3-4절)입니다. 시인은 군사 용어를 사용하여 땅의 정복과 소유가 야웨의 왕권을 나타내는 표지라고 말합니다.

이 스트로피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보좌로 올라가신다는 내용(5절)에서 절정에 달하며, 하나님의 높으심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습니다 ("지존하신", 2절; "하나님께서… 올라가심이여", 5절).


두 번째 스트로피 (6-9절)

첫 번째 스트로피의 거울상(mirror image)과 같습니다.

A2 (6절): "찬송하라"는 명령형이 다섯 차례나 반복되며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권유를 담습니다.

B2 (7-9절): 찬양해야 할 이유를 다시금 하나님의 보편적 왕권에서 찾습니다.

이스라엘과 온 백성이 하나님을 지극히 높은 왕으로 인정하고 찬양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시편 47편의 제의적이고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습니다.

신년 축제 가설: (주 1)

바빌로니아의 마르둑 신이 매년 가을 축제 기간마다 왕으로 즉위하는 것과 유사하게, 야웨를 왕으로 선포하는 신년 축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이 가장 대중적입니다. 시편 93, 96-99편과 같은 대관식 시들도 이 가설과 관련되어 논의되곤 합니다.

종말론적 해석:

이 시를 하나님의 미래 통치를 묘사하는 것으로 보아 종말론적으로 해석하는 방법론도 있습니다.

특정 역사적 상황 가설:

이스라엘이 시편 47편의 배경에 적합한 군사적 성공을 거둔 다양한 특정 역사적 상황들을 제안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이러한 가설과 제안들이 설득력이 아주 약하다고 평가합니다. 시 자체는 그 역사적이거나 제의적인 배경을 암시하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만약 시의 배경에 관해 추론해야 한다면, 포로기나 포로기 이후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이 시기에 하나님의 백성은 자기들의 왕들과 군주제에 환멸감을 느낀 나머지 야웨를 보편적이고 영원하신 왕으로 선언했을 것이라는 추론입니다. 이는 시편 47편의 핵심 주제인 하나님의 보편적 왕권 강조와도 잘 연결됩니다.



참고서적

1.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주 1) 마르둑의 신년축제

마르둑의 신년축제는 바빌로니아의 가장 중요한 새해 축제인 아키투(Akitu) 축제로, 창조신 마르둑을 기리고 국가와 왕권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종교적·국가적 대의식이었음.

기원과 배경

아키투 축제는 본래 농경 신앙에 기반을 두고 봄의 시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였으나, 바빌로니아로 전파되면서 국가 차원의 대형 이벤트가 되었던 것. 핵심 신화는 마르둑이 혼돈의 신 티아마트(Tiamat)를 무찌르고 우주 질서를 세웠다는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임.

축제는 우주의 질서를 재확립하고 왕의 통치권을 신정적으로 정당화하는데 활용된 것으로 보임.

절차 및 주요 의식

음력 니산월(Nisannu, 3-4월경)에 약 10~12일간 진행되며, 바빌론 중심 신전 에사길라(Esagila)에서 시작.

사제들은 에누마 엘리쉬를 낭송하고, 마르둑 신화와 창조 의식극을 올림.

왕의 굴욕 의식이 유명, 왕이 신전에서 제사장에게 뺨을 맞고 무릎을 꿇는 의식으로, 신 앞에서 인간적 나약함을 고백하고 신의 축복을 받아 정당성을 인정받는 형식. 아울러 ‘성스러운 결혼’(Hieros Gamos) 의식 등을 통해 왕과 여사제의 결합이 신과 인간의 결합을 상징, 국가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던 것으로 전해짐.

축제 마지막에는 신상 행렬로 도시 곳곳을 순례하며, 마르둑이 직접 도시를 축복한다고 믿었음.

사회적·문화적 의미

축제 기간 도시 전체가 들썩였고, 민중의 축제와 제사, 행진, 연극, 가면극,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림.

마르둑 신년축제는 단순한 농경의례에서 국가의 통치 질서와 왕권, 우주 질서의 재확립을 상징하는 거대한 의례로 발전. 페르시아 통치기 이후에도 형태를 달리하며 오랫동안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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