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시편(46편): 흔들리지 않는 신뢰와 평화

주석가 ㅣ 윌렘 프린슬루 Willem S. Prinsloo, 성서학자

by KEN
2학기 개강일입니다.
그간은 특강 등 수업이 주중에 있었지만, 정규 강의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모로 분주한 나날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이, 흔쾌히, 자발적으로
그 분주함에 파묻히고자 합니다.

늘 새로운 나날입니다.
아주 통속적인 말, 그러니까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어떤 사람이 그렇게도 갈망했던 내일"이라는
그 축복과도 같은 오늘 하루를
좀 더 알차게 살아보기를 또 새롭게 결심합니다.

언제일지 모를 '끝을 기다리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내일'을 개척해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46:1-11, 우리말성경]
1 하나님은 우리 피난처이시요, 힘이십니다. 고통당할 때 바로 눈앞에 있는 도움이십니다.
2 그러므로 땅이 없어진다 해도, 산들이 바닷속에 빠진다 해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3 바다 물결이 으르렁거리며 철썩거려도 산들이 끓어올라 흔들린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셀라)
4 지극히 높으신 분이 계시는 성소를 흐르며 하나님의 성을 기쁘게 하는 강이 있습니다.
5 하나님께서 그 성안에 계셔서 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이것은 이른 아침에 하나님께서 도우시기 때문입니다.
6 이방 민족들이 소동을 일으켜 왕국들이 흔들렸지만 주께서 소리를 높이시니 땅이 녹아 버렸습니다.
7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십니다. (셀라)
8 와서 여호와께서 하신 일들을, 그분이 어떻게 땅을 황폐하게 하셨는지를 보십시오.
9 그분은 땅끝까지 전쟁을 그치게 하시고 활을 부러뜨리시고 창을 두 동강 내시며 병거를 불태우십니다.
10 "차분히 생각해 내가 하나님임을 알라. 내가 이방 민족들 가운데서 높임을 받고 내가 땅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11 전능하신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 피난처이십니다. (셀라)

시편 46편에 대한 내용을 주요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시편 46편의 핵심 주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주제는 1절("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과 후렴구("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7, 11절)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 주1) "만군이 여호와"라는 표현은 마치 '군대의 신'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올 때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 의미를 파악해 보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미주에서 별도로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 시는 "셀라"라는 용어와 후렴구를 바탕으로 1-3절, 4-7절, 8-11절의 세 스트로피로 나뉘어지며, 각 스트로피는 위험과 위협에 직면했을 때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룹니다.


각 스트로피의 내용을 살펴보시죠.

첫 번째 스트로피 (46:1-3절)

1절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피난처", "힘",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라는 세 명사로 묘사합니다.

위험을 우주적 무질서나 혼돈의 세력으로 묘사합니다.

땅과 산이 부서지고 무너지는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굳건히 서 계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질서가 무질서로 변하더라도 신실한 이들은 여전히 야웨를 신뢰할 수 있으며, 그분은 자기 백성에게 흔들리지 않는 피난처이자 신실하신 분으로 증명됩니다.

두 번째 스트로피 (46:4-7절)

위협을 정치적 무질서("뭇 나라가 떠들며"(6절, 개역개정)_"이방 민족들이 소동을 일으켜"(우리말성경))로 묘사합니다. 우주적인 무질서("산이 흔들려"와 "물이 솟아나고")와 정치적인 무질서를 묘사하는 데 동일한 히브리어 동사가 사용됩니다.

이 스트로피는 하나님의 성을 흐르는 고요한 물의 이미지(4절)를 통해 평화와 기쁨, 안정을 표현하기 위해 낙원 주제를 시온 전승과 결합하여 사용합니다.

이것은 성읍 자체의 힘이 아니라, 성읍에 임재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가리킵니다(5절).

가장 무서운 위협과 위험 속에서도 우리의 평안과 안정은 오직 하나님 안에만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1, 5절)

세 번째 스트로피 (46:8-11절)

이 시의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직접 화법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야웨의 행동에 경의를 표하고 그분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라는 명령형 호소("와서 여호와의 행적을 볼지어다"(8절),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10절))를 담고 있습니다.

8절의 야웨의 위대한 행동은 9절에서 전사의 행동으로 구체화됩니다.

여기서는 야웨께서 단순히 전쟁을 수행하는 전사가 아니라 전쟁을 끝내시는 분, 즉 평화를 이루시는 분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추가됩니다.

야웨는 승리자이자 정복자이시기에 평화의 조건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십니다.

하나님은 온 세상 끝까지 인정과 찬양을 받으셔야 하며, 후렴구는 야웨의 전능하심과 그분만이 안전을 주실 수 있음을 증언합니다.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록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이겠지요

많은 학자들은 주전 701년 히스기야왕 통치 기간에 있었던 앗시리아의 예루살렘 포위 공격에서 하나님께서 경이롭게 구원하신 사건을 이 시의 역사적 상황으로 간주합니다. (혹시 기회가 되시면, <고대 이스라엘 역사> (J. 맥스웰 밀러. 존 H. 헤이스 저) 제11장. '히스기야' 편 433쪽 이하 자료를 참조해 보시길 권합니다. 당시의 맥락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시는 포로기 이후 하나님의 백성이 고통받을 때 그들을 격려하고 야웨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편 46편은 야웨에 대한 믿음이 하나님의 백성을 위험과 재난으로부터 자동으로 보호해 줄 것이라는 보증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그들의 역사 전반에 걸쳐 위험과 고통을 경험했으며, 특히 포로기에는 그들의 안전과 야웨 임재의 상징인 예루살렘과 시온이 파괴되기도 했습니다.



참고서적

1.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2.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 _ J. 맥스웰 밀러. 존 H. 헤이스 저, 1996년





주 1) 구약성서에서 자주 반복되는 “만군의 여호와”라는 표현 살펴보기


어휘적 의미

- “여호와”(YHWH): 이스라엘의 언약의 하나님, 자존자.

- “만군”(צְבָא֑וֹת, ṣəḇāʾôṯ): 문자적으로는 “군대들, 무리들”을 의미. 구약에서는

.. 이스라엘의 군대(출 12:41),

.. 천상 군대 즉 하늘의 천사들(왕상 22:19), 또는 하늘의 별들을 포함한 우주의 세력(신 4:19; 사 40:26)

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임. 따라서 직역하면 "군대들의 주, 무리들의 주"라는 의미가 됨.


신학적 함의 이해

- 전능자의 호칭: 하나님이 단지 이스라엘의 신만이 아니라, 천상과 지상의 모든 세력을 다스리시는 우주적 통치자임을 강조

- 전쟁과 구원 맥락: 역사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전쟁과 위협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이 전쟁의 주권자로서 자기 백성을 지키신다는 신앙을 표현. 특히 사무엘상, 열왕기, 이사야, 예레미야에서 자주 등장.

- 성전 신학과 연결: “만군의 여호와”는 종종 시온/예루살렘 성전과 관련되어 쓰임(시 24:10; 사 6:3–5). 성전에서 예배하는 하나님은 단순한 지역 신이 아니라, 하늘 군대까지 거느린 주권자라는 고백.


이 표현의 역사적 배경

이 표현은 사무엘상 시대 이후 두드러지게 사용되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주변 강대국들과 맞서면서 자신들의 하나님을 우주의 전능한 주로 고백한 결과로 보임.

특히 이사야 예언에서 “만군의 여호와”는 거룩과 심판, 우주적 영광을 강조하는 상징적 이름으로 나타남(사 6:3).


정리해 보면...

“만군의 여호와”라는 표현은 단순히 전쟁의 신이라는 뜻이 아니라, 천상·지상의 모든 세력을 다스리시고,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시는 구원자, 우주적 통치자라는 신앙 고백을 담고 있음.

즉, 이 호칭은 하나님이 국지적이고 제한된 신이 아니라, 만물의 주권자이자 모든 권세 위의 왕이라는 점을 선포하는 구약의 중요한 호칭이라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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