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시편(45편): 왕실 혼례와 신학적 의미

주석가 ㅣ 윌렘 프린슬루 Willem S. Prinsloo, 성서학자

by KEN

시편 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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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45편은 원래 ‘세속적’ 왕실 혼례곡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표제 중 "사랑의 노래"나 "소산님(백합화 곡조)에 맞춘 것"이라는 표현은 이 시가 불리는 곡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유대교와 기독교 전승은 이 시를 풍유적(알레고리적) 방식으로 읽었으며, 메시아적 관점에서 해석하였습니다.


히브리서 1:8-9은 이 시를 예수 그리스도에게 직접 적용하며, "아들에 관하여는 하나님이여, 주의 보좌는 영영하며"라고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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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기독교 교회는 시편 45편이 묘사하는 왕과 신부의 관계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반영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 자체는 그러한 풍유적 의미를 전혀 암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편 45편의 구조 및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 시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o 시인의 개인적인 서두 발언 (1절)

o 왕에 대한 찬미 (2-9절)

o 왕의 신부에 대한 찬미 (10-15절)

o 왕을 향한 시인의 마지막 발언 (16-17절)


시의 도입부("내 마음이… 말하리니")와 결론("내가… 기억하게 하리니")에 있는 1인칭 진술은 이 시가 수미쌍관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2절의 "그러므로 하나님이 왕에게 영원히 복을 주시도다"라는 표현이 17절에서 "그러므로 만민이 왕을 영원히 찬송하리로다"라는 다른 형태로 반복되는 이중적인 수미쌍관 구조를 이룹니다.


시인의 서두 발언 (45:1)

45:1은 시인의 자기 진술로, 시인이 자신("내 혀는 글솜씨가 뛰어난 서기관의 붓끝과 같도다")과 자신의 노래 주제("좋은 말")를 소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왕에 대한 찬미 (45:2-9)

2-9절은 왕에 대한 찬미를 다루며, 특히 2-7절이 왕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시인은 왕의 개인적 아름다움(2절), 그의 지속적인 왕권, 군사적 힘, 그리고 사법적 역할(특히 정의 수호자로서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상적인 왕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 찬송시는 왕이 신격화되었다는 느낌마저 주는데, 6절에서 왕은 사실상 ‘엘로힘’(ʾelohim, “하나님”)으로 언급됨으로써 신적 속성("영화와 위엄", 3절)을 가진 자로 여겨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시는 다윗 왕권이라는 보다 넓은 신학적 맥락 안에서 해석되어야 합니다.

고대 근동 문명(예: 이집트)과는 달리, 어떤 구약 본문에서도 이스라엘 또는 유다의 군주를 신격화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유다 왕국의 왕은 하나님을 대표하는 자였으며, 하나님과 왕 사이에는 친밀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입양자로 여겨지기까지 했지만(참고. 시 2:7), 신격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시편 45편 역시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며, 찬양 단락은 "그러므로 하나님이 왕에게 영원히 복을 주시도다"(2절)와 "그러므로… 하나님이… 왕에게 기름을 부어"(7절)와 같은 표현을 기본 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 구절들은 왕이 하나님의 승인을 받았고 야웨가 그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진술합니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시편 45편이 노래로 경축하는 왕의 결혼식은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신학적인 기초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 장면과 신부에 대한 묘사 및 권면 (45:8-15)

45:8-9은 결혼 장면을 묘사하는데, 왕실의 화려함, 값비싼 옷을 입은 신랑, 그리고 다음 단락에서 주목을 받을 왕의 신부에 초점을 맞춥니다.

시인은 전형적인 지혜 언어를 사용하여(45:10-15) 신부에게 자기 소유의 땅을 포기하고서 새로운 집과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고 왕비로서의 신분을 취하도록 촉구합니다.

또한 시인은 신부에게 왕이 "네 주인이시니" 그에게 경의를 표하라고 조언합니다.

신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신부 역시 화려한 신부 옷차림을 입고 신부 수행원들의 행렬을 이끌고 가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왕을 향한 시인의 마지막 발언 및 왕조의 연속성 (45:16-17)

마지막 단락(45:16-17)은 다시 왕에게로 향합니다.

세계적 왕권을 가진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왕과 그의 후손에게는 복입니다.

시인은 왕의 조상들과 아들들에 관해 언급함으로써 왕조의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왕의 결혼은 백성과 왕가 모두에게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구약 시대에는 왕이 야웨를 대표하는 자이자 백성을 축복하는 도구이기도 했기 때문에, 왕가의 안녕과 연속성은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왕의 결혼은 다양한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시편 45편은 그러한 행사를 엿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시편 45편은 겉으로는 왕실 혼례를 다루는 '세속적'인 노래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왕의 신적 승인, 정의로운 통치, 그리고 왕조의 연속성을 통한 백성의 안녕과 번영이라는 심오한 신학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 전승은 이 시를 메시아적이고 풍유적인 방식으로 해석해 왔지만, 원래의 맥락에서결혼이라는 인간사의 중요한 사건을 통해 하나님이 깊이 개입하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신학적인 찬송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성서 번역, 특히 개역개정판은 현대적 의미로 이해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번역본과 해석본을 함께 비교해 읽는 것은 본문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 번역본은 개인적으로 맥락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에 함께 옮겨 드리니, 읽으시는 데 조금이나마 유익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라 자손의 결혼 축가
시편 45편 
1 
내 마음의 강둑 터뜨려
아름다움과 선함을 흘려보냅니다.
그 강물 글로 바꾸고,
시로 담아내어 왕께 바칩니다.

2-4 
“왕께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지신 분,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은혜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께서 왕에게 복을 내리셨습니다. 아주 큰 복을.
용사시여, 허리에 칼을 꽂으소서.
찬양받으소서! 합당한 영예를 받으소서!
위엄 있게 전차에 오르소서! 의기양양하게 달리소서!
진리를 옆에 태우고 달리소서!
정의롭고 온순한 이들을 위해 달리소서!

4-5 
왕의 가르침은 어둠 속의 환한 빛.
왕의 날카로운 화살
원수의 심장 꿰뚫으니,
왕의 적들이 먼지 속에 맥없이 널브러집니다.

6-7 
왕의 보좌는 영원무궁한
하나님의 보좌.
왕권의 홀은
올바른 삶의 척도.
왕께서 올바른 것을 사랑하시고
그릇된 것을 미워하시니,
하나님, 왕의 하나님께서
향기로운 기름을 왕의 머리에 부어 주셨습니다.
벗들을 제치고
당신을 왕으로 세워 주셨습니다.

8-9 
왕의 의복은 맑은 공기 흠뻑 머금어
산바람의 향기 발하고,
편전에서 흘러나오는 실내악은
왕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듭니다.
제왕의 딸들 왕의 궁전에서 시중들고
왕의 신부 황금빛 보석으로 단장하여 빛이 납니다.

10-12 
왕후시여, 잘 들으소서. 한 마디도 놓치지 마소서.
이제 조국은 잊으시고, 고향에 연연하지 마소서.
이곳에 계십시오. 왕께서 왕후님을 간절히 원하십니다.
왕께서 그대의 주인이시니, 그분을 받드소서.
결혼 선물이 두로에서 밀려들고,
부유한 내빈들이 선물을 두 손 가득 들고 그대에게 옵니다.”

13-15
(금실로 수놓아 눈부신
왕후의 웨딩드레스.
금실로 짠
왕후의 예복과 정장.
왕후가 왕 앞에 나아가고 들러리 처녀들이 그 뒤를 따른다.
기쁨과 웃음의 행렬!
성대한 입궁식이 거행된다!)

16-17 
“왕이시여, 이제는 아드님들을 생각하소서.
부친과 조부에 연연하지 마소서.
왕께서는 아드님들을
온 땅의 제후로 삼게 될 것입니다.
나는 왕의 이름이 세세토록 전해지게 하겠습니다.
뭇 백성이 오래도록
왕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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