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던 집 근처 카페가 있다. 문을 열면 밝게 맞아주는 스태프분들과, 탁 트인 통창이 반겨주는. 동네서점이 없어서 헛헛했는데 지하층에 책과 문구류들을 넓은 공간에 카테고리 별로 정성스레 진열해 놓고, 보지 못한 독립출판물들이 있어 반가웠던 참이었다. 책 몇 권을 사가고, 잘 본 책의 작가님들을 이후 북페어에 가서 만나기도 했다. 뭔가를 마시러 가는 카페긴 했지만 출판물에 대한 애정이 있는 주인장이 운영하시는 공간 같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주문하는 곳에 키오스크가 놓여 바리스타와 오늘 주문할 메뉴에 대해 정답게 주고받는 대화가 없어졌고, 지하층에 책장은 한편에 작은 것만 빼고 사라졌으며, 대신 딱딱한 책상이 놓여 독서실처럼 혼자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머물다 간다. 위층에 있던 전시 공간을 지하로 옮겨 간이로 진행하고, 위층은 모두 오피스층으로 임대하나 보다. 작가소개가 간략히 적혀있고 방명록을 남기게 되어있지만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나 그 자리는 삭막하다.
좋아하던 공간을 빼앗긴 나는 그저 솜사탕 씻은 너구리가 된 기분. 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감상적이게 된다. 물론 앞으로 방문하긴 할 거다. 자주는 못 오겠지만. 다음에 오면 다른 느낌일 수도 있겠지.
사라져 가는 우사단길의 건물들을 취재하는 친구를 본 적 있다. 철거 전의 모습이라도 기억하고 남기고 싶다고 했다. 집 근처 동네여서 소중하게 생각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 공간이 우리에게 오래 존재하면 좋겠다 싶다가도, 갑자기 모든 것의 유효기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씁쓸해지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