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수덕사에 다녀왔습니다.
수덕사는 백제 때 창건한 절인데 고려 충렬왕 34년(1308)에 대웅전이 건립되어 지금까지 전해집니다.
올라가는 길이 그늘도 보이지만 따가운 햇볕이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돌탑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습니다.
누구의 어떤 바램들을 담은 돌탑인지 그 사연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올라가는 길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미술관 앞쪽에 비로자나불이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줍니다. 비로자나불은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라는 뜻으로 밝은 빛을 비추어 모든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하시는 분입니다.
처음 만나는 문은 일주문입니다. 사각형 모양 위에 기둥을 세워 지붕을 얹는 건축물과 달리 2개나 4개의 기둥을 일직선으로 세워 지붕을 얹은 건물이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은 절의 영역이 시작되는 곳으로 온갖 나쁜 마음을 깨끗이 버리고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입니다. 4마리의 용이 어떤 나쁜 것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면 눈을 번득이고 있습니다.
다음 만나는 문은 금강문입니다. 두 명의 금강역사가 부처님의 세계를 지키고 있습니다. 왼쪽의 금강역사는 그 힘이 코끼리의 백만 배가 된다고 하니 이곳에서는 함부로 나쁜 짓을 할 수 없겠습니다.
금강역사로도 부족할까요?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이 한번 더 부처님의 세계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천왕문을 지나자 수덕사7층석탑이 한켠에서 조용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 탑은 1931년에 만공스님이 건립한 탑입니다. 만공스님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의 불교 정책에 반대하고 조선불교를 지키려고 노력하신 분입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범종각입니다. 수덕사의 범종은 1973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오늘 수덕사에 온 이유는 바로 범종각의 포뢰와 고래 모양의 당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보고 이렇게 직접 고래 모양의 당을 보는 것은 오늘 처음입니다.
포뢰와 고래 모양의 당 이야기는 예전에 썼던 아래 내용을 다시 한번 옮깁니다.
"범종은 온 세상의 고통받는 중생을 그 소리로 구제하는 중요한 의식 도구이며, 그 소리는 지옥까지 전해져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깨달음을 얻게 하여 구원한다고 한다.
우리가 이야기할 용은 용왕의 셋째 아들 포뢰이다. 포뢰는 범종 위에 조각되어 있다. 왜 종 위에 셋째 아들 포뢰를 조각한 것일까? 포뢰는 목소리가 아주 커서 고함지르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범종 위에 조각해서 이 종소리가 크게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포뢰가 고래를 무서워했다는 것이다. 완전함을 가진 진정한 용이 되기 전 부족한 게 이것저것 많았나 보다. 그래서 종을 치는 막대기를 고래뼈 모양으로 만들거나 고래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상상해보라. 종을 치는 고래 모양의 막대기가 다가오자 포뢰는 종위에서 너무 무서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것이다. 오지 마! 으악! 무서워! 아파! 그리고 종소리는 아주 큰 소리로 멀리멀리 나아가는 것이다. "
대웅전은 보기만 해도 그 오래됨을 알 수 있는 건물입니다. 지은 시기를 알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입니다. 1308년에 지었으니 700살도 넘는 건물입니다. 대웅전에 모셔진 세 분의 불상 또한 조선 인조 17년(1639)에 제작된 목조 불상으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아미타불과 약사불입니다. 대웅전 앞에 위치한 수덕사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인 665년에 세워진 것으로 전하지만 실제로는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부처님의 나라를 수호하는 또 다른 동물 사자와 불법의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코끼리를 만났습니다. 으르렁거리는 사자는 귀엽고, 무거운 탑을 지고 있는 코끼리는 즐거운 놀이를 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