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준비가 없어도 가능한 박물관 교육방법 두번째-2

지도에 살짝 미션 얹기

by 랄라라

별다른 준비 없이 지도와 형광펜만으로도 충분히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이전 글에서 이야기해보았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가 없어도 가능한 박물관 교육방법 첫 번째>에서는 리플릿만으로도 충분히 박물관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이야기했었다.

문화유산을 대할 때 많은 지식을 익히길 바라는 많은 부모님들과 선생님들께 제시한 이 방법들을 꼭 해보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문화유산이나 역사를 대하는 목적이 지식을 익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낯선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를 억지로 익히게 하는 것은 앞에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선생님이 오늘 전학 온 아이를 소개하며 '친하게 지내!'라고 말하고 나서 잠시 후 왜 "친하게 지내지 않니?"라고 묻는 것과 같다. '친해진다'는 것은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며, 그 두 가지는 반드시 '자발성'이 필요하다.


입체적으로 이해되는 화성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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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화성이나 공주의 공산성, 서울 성곽, 부여의 부소산성 등은 놀이판에 최적화되어 있다. 성곽을 따라 선을 긋고, 각 구조물마다 말이 서는 위치를 표시하면 끝이다.

미션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구조물의 기능에 따라 간단히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봉돈은 적이 쳐들어왔을 때 연기를 피워 알리는 곳이니 페널티를 부여해 한번 쉰다.

중요한 4개의 문인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에 도착하면 주사위를 한번 더 던진다.

군사 지휘소인 서장대에 도착하면 다른 사람 중 한 명을 쉬게 할 수 있다.

남수문과 북수문은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이 정도의 미션을 정하고 한 바퀴는 금방 끝나니 몇 군데의 장소(예를 들어 서장대, 장안문, 봉돈) 등에 멈출 때까지 계속 돌게 하는 것이다.

아! 그리고 놀이 시작 전 캐릭터를 정한다. 정조, 혜경궁홍씨, 채제공, 정약용 등으로.

이렇게 놀이를 시작하면 보통 5-6바퀴는 돌아야 끝이 난다.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

첫 번째는 낯섦이 사라진다. 아이들 입에서 적대나 포루, 각루, 암문, 공심돈 등의 단어가 익숙해진다. 그리고 실제 화성에 답사를 갔을 때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아..내가 지난번 남수문에 빠지지만 않았더라고 이길 수 있었는데.."

"내가 이길 수 있었는데... 네가 서장대에 도착해서 날 쉬게 하는 바람에 oo이가 이겼지!!!"

두 번째는 성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동남각루에 갔을 때 동남각루를 분절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이라는 전체 구조 속의 한 부분으로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흡사 조감도 속의 한 지점을 바라보는 느낌을 가지게 된달까? 이렇게 놀이를 하고 갔을 때 수십 번을 가본 곳임에도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을 가진 적이 있다.


화성, 공산성, 부소산성, 서울성곽 모두 위에 보이는 관광안내지도를 곳곳에서 배포하고 있고, 굳이 미리 준비하고 싶다면 각 시청에 전화하면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다르다. 꼭 한번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글의 제목 그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가능한, 그렇지만 꽤 재미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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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이판은 관광안내지도를 그대로 놀이판으로 만들어본 것이다. 단지 화성 건설 놀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지 요소를 더 추가했다. 화성성역의궤에 나오는 화성 건설에 사용된 재료를 카드로 만들어서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얻을 수 있도록 하여 그 카드를 다 모을 때까지 놀이를 계속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모임에서 이 놀이판을 활용한 교실 수업, 답사, 놀이를 했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참여한 놀이였다.


이런 놀이는 또 어떨까?


안산 원곡동 다문화특구가 있다. 안산혁신지구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다.

'안산의 현재와 내일을 걷다'라는 주제로 신길동 선사유적지, 수암동 독립운동 유적지, 성호기념관, 원곡동 다문화특구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때 원곡동 다문화특구에 대한 프로그램이 지도를 활용한 것이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거리에 교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설명한다는 것이 너무나 제한적이고 재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함께 제작한 참여한 교사들이 말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게 아주 짧은 영상을 제작하고, 그 영상을 지도 옆에 QR코드로 제시하였다. 물론 지도 상 미션은 모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둠에서 스스로 계획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작 전과 미션 후 정리활동을 통해 흥미로운 활동뿐 아니라 의도한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사본 -초등 다문화 활동지 리플렛(B4)속면.pdf_page_1.jpg


흥미가 아니라 목표가 있어야 교육이다

문화유산교육이든 박물관 교육이든 역사교육이든 무조건 재미있게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소개하는 방법은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목표가 있어야 하며, 그것은 내용에 의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시하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문화유산과 친숙해지고, 그 친숙함이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가 없어도 가능한 박물관 교육 방법>은 사실 준비가 한 가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OOO이다. 박물관 교육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글은 미리 <답사를 간다면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