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안내지도 하나면 된다.
어린 시절 누구나 사회시간에 각 지역의 특산물을 외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주 배, 대구 사과, 강화 화문석 등...
지금도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그때 징글징글하게 외우라고 시켰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각 지역의 특산품들이 바뀐 것들이 많다.
'지리'는 외울 것들이 참 많은 과목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고민한다. 그런데 그것을 꼭 외워야만 하는 것일까?
왜 그렇게 지리지를 만들었을까?
좀 더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조선 초기로 가보자. 조선은 나라를 세운 후 여러 가지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 세금을 감면하고 농업기술을 발전시키고, 왜구를 소탕한다.
많은 정책 중 하나가 지리지의 편찬이다. 국토를 넓히고, 국가 재정의 안정과 국방의 안정을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국가경영의 중요한 사업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이 그것이다.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나와있는 그 세종실록지리지말이다.
물론 독도와 관련하여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것은 세종실록지지지 153권의 내용이다.
우산(于山)과 무릉(武陵) 두 섬이 삼척현의 정동(正東) 해중(海中)에 있다.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아니하여 날씨가 맑으면 가히 바라볼 수 있다. 신라 때에 우산국(于山國) 또는 울릉도(鬱陵島)라 하였는데 지방(地方)이 1백 리이며 사람들이 지세가 험함을 믿고 복종하지 아니하므로 지증왕(智證王) 12년에 이사부(異斯夫)가 하슬라주(何瑟羅州) 군주(軍主)가 되어 이르기를 ....
놀이는 언제나 옳다
하지만, 그때 당시도 지리지를 익힌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나 보다. 이러한 지리지를 쉽게 익힐 수 있는 놀이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승람도 놀이>이다.
승람도놀이는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부루마블 게임이다.
1. 주사위를 던져 6이 나오면 시인, 5가 나오면 한량, 4가 나오면 미인, 3이 나오면 스님, 2가 나오면 농부, 1이 나오면 어부가 된다.
2. 서울에서 출발하여 경기도 서부 → 충청도 → 경상도 → 전라도 → 황해도 → 평안도 → 함경도 → 강원도 → 경기도 동부를 유람한 후 가장 빨리 되돌아오는 사람이 승리한다.
3. 단순히 생각하면, 숫자가 높은 시인이 가장 빨리 서울에 도착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신분에 따른 제약과 특혜가 있어서 놀이의 묘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시인이 평양의 ‘연광정’에 이르면 다른 사람들이 얻은 수를 모두 차지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4. 여러 말이 한 곳에 겹칠 수도 있는데, 이때도 일정한 규칙을 정해 놓는다. 미인이 먼저 가 있으면 승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승려가 있는 곳에 미인이 들어가면 승려의 다음번 수를 미인에게 주어 미인이 앞서 가게 한다.
5. 또 한라산과 울릉도에 회오리바람을 설정하여 바람에 의해 더 빨리 갈 수 있게 하고, 반대로 전쟁이나 유배 같은 방을 만들어 일정을 늦추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히기도 한다.
6. 이런 식으로 한양을 떠나 8도를 먼저 도는 사람이 이긴다.
출처: 한국문화원연합회 https://ncms.nculture.org/folkplay/story/4380
미리 시인이나 미인, 스님, 어부 등 역할을 정한다는 것도 흥미롭고, 놀이를 하면서 역할에 따른 제약과 특혜 또한 재밌다. 시인이 평양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얻은 수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한라란에 가면 회오리바람을 설정하여 더 빨리 갈 수 있다니.. 놀이판을 한글로 해석하여 만들면 지금 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 몇몇의 박물관이나 업체에서 한글로 <승람도놀이>를 보급하고 있기는 하다.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럼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서 별다른 준비 없이 박물관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관광안내지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철도박물관에서 시작했다. 철도박물관에 갔더니 <우리나라 철도 노선도>가 있었다. 이 철도 노선도를 놀이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철도 노선도를 윷놀이판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에서 시작해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놀이말이다.
놀이 설계는 전혀 어렵지 않다. 복잡해 보이는 노선도지만 박물관에서 알아야 할 중요한 지역 또는 노선을 미리 익힌다. 이를 바탕으로 오른쪽 표시한 것처럼 적당히 말판이 멈추는 곳을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반드시 가야 할 곳을 설정한다.(대전역, 대구역, 목포역, 강릉역 등). 노선도가 갈라지는 곳은 그곳에서 멈추면 어디로 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멈추지 않으면 미리 멀리 돌아갈 수 있도록 화살표를 표시한다.(윷놀이를 생각하면 된다.)
정조의 능행차 길을 그대로 놀이판으로도 활용해보았다. 미리 각각의 장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학습한 다음 이 길을 이용해서 놀이를 했다. 장소가 많이 없어서 주사위가 아닌 가위바위보를 활용했다. 가위로 이기면 한 칸, 바위로 이기면 두 칸, 보로 이기면 세 칸. 놀이란 것이 언제나 그렇듯 이 단순한 것을 아이들은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즐거워했다.
미리, 현장에서, 갔다와서라도 언제나 지도 한장이면 ok!
부여나 수원화성도 마찬가지다.
관광안내소나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관광안내지도를 모둠별로 주고, 그 지도에 가야 할 곳을 철도 노선도에 표시했듯이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가야 할 길을 다른 색깔의 펜으로 경로를 그려주기만 하면 끝. 어디 어디로 가야 할지 사전학습으로도 쓰고, 방문했을 때마다 지리적으로 그곳이 어떤 입지에 있는지도 살피고, 사후학습으로 어디를 방문했는지,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나누었는지 놀이를 하면서 이야기 나누기도 딱이다. 특히 관광안내지도는 유적지의 대략적인 설명도 함께 있어서 아이들이 미션을 제공하면 스스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역할도 한다. 실제 1박 2일로 부여에 가서 저녁에 사후 놀이로 이 놀이를 했더니 하루의 정리와 그 다음 날의 계획이 저절로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더 멋진 계획이 된다고?
승람도놀이처럼 관광지도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미션을 부여하는 방법과 qr코드를 활용하여 쉽게 자료를 링크하여 미션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은 두 번째-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