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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yan Bogeun Song Nov 11. 2018

애플 망했으면

이용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애플이 망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조금씩 망해가고 있지만 보다 더 적극적이고 격렬하게 망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벤트 어플리케이션 개발사(궁금하면 링크 클릭)를 운영하는 현직 스타트업 CEO다. 


이벤트(행사)에서 쓰이는 어플리케이션을 전문으로 개발하는데, 평균 한 달에 5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을 애플에 신청한다. 

그리고 애플의 정책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이 난다. 


나는 아래의 4가지 카테고리에서 애플에 대해 비판을 퍼부을거다. 

1~2은 개발자적 측면에서의 빡침이라면, 3~4는 엔드유저의 입장에서의 빡침이다. 


1. 앱 심사 제도

2. 애플 개발자 계정

3. 애플 아이디의 과도한 잠금 장치 

4. 기타 개인적인 애플에 대한 단상



1. 앱 심사 제도


애플의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려고 하면 애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애플의 심사는 과거 일주일 정도 걸릴 때도 있긴 했지만, 요즘은 길게는 48시간, 빠르면 12시간 안에 심사를 해준다. 빠르다고? 예전에 비하면 빨라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느린 거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사전 심의'를 한다는 데에서 문제가 있다. 


사전 심의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 애플은 이런 이유를 대고 있다.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불법/카피 앱은 못 올리게 하여 앱 스토어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그럴듯해보이지만, 그냥 핑계에 불과하다. 애플은 엄격한 사전 심의제도를 통해서 앱을 걸러낸다고 얘기하지만, 이미 올라간 앱인데 유저가 없는 유령 앱들이 전체의 60%가 넘는다. 

사전 심의를 할 때 코드를 까서 보는 것도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왜냐면 코드는 기업 기밀이니까) 

앱스토어 리뷰를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테스터들이다. 그냥 앱을 여러모로 써보고 버그는 없는지, 디자인 수준이 너무 낮지는 않은지, 카피앱은 아닌지 등 앱을 써보면서 테스트하는 테스터에 불과하다. 이 사람들이 무슨 심의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라고 아무 앱이나 막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앱을 최초 올릴 때 bot이 로고 도용이나 사진 도용 등을 걸러내고, 이후 앱이 통과한 후에도 주기적으로 내부 리뷰어들이 앱을 체크한다. 만약 불법적이거나 앱이 유령화되면 구글에서는 체크하여 강제로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버리고, 해당 개발자 계정을 블락한다. 

사후 리뷰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잘 운영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쓰면서 앱스토어보다 딱히 더럽다는 느낌 받았던 적 없다. 


사전 심의를 하더라도 다 걸러낼 수 없는데 왜 개발자들의 불편을 담보로 잡고 사전 심의를 지속하는 것인가? 


개발자들의 불편은 곧 유저의 불편으로 이어지는데 애플만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ex. 일반적으로 앱이 업데이트될 때 구글이 먼저 된다. 우리 회사(xSync)의 경우, 행사에 임박해서 급한 수정이 있으면 애플은 포기하기도 한다.) 



2. 애플 개발자 계정


애플에 앱을 올리려면 개발자 계정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구글도 마찬가지다. 

근데 개발사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애플은 외주 개발사가 다른 회사를 위해 앱을 올리는 걸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고, 구글은 허용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앱을 만들고자 하면, 구글의 경우 우리 회사가 앱을 만들어서 플레이스토어에 올리면 된다. 

그러나 애플은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 애플 개발자 계정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근데 조직위원회의 임원진이 컴퓨터를 잘 못하면 어떻게 될까? 임원진이 모두 갤럭시를 쓰고, 아이폰이나 맥 같은 애플 디바이스가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될까? 

직원이 만들면 된다고? 근데 그 직원이 퇴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애플 개발자 계정을 만드려면 졸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통 1주일은 족히 걸린다.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전에 글을 쓴 적이 있다) 

DUNS 넘버니 통신판매업신고번호니 이런거 다 만드는 것도 졸라게 짜증나는데, 더 빡치는 건 아래의 조건들이다. 

1. 반드시 애플 관련 디바이스가 있어야 한다. 

2. 이중보안을 반드시 걸어야 한다. (해당 디바이스 가진 사람만 로그인 가능하다) 


회사 애플 개발자 계정을 만들 때에는 당연하지만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서 공용으로 쓰기 마련이다. 근데 그걸 디바이스 이중인증을 걸어야만 쓸 수 있도록 강제하면, 결국 어떤 특정 아이폰 또는 맥북이 없으면 로그인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럼 어떤 직원 한 명의 아이폰을 희생하든가, 회사 애플 개발자 계정을 위해 아이폰이라도 한 대 사야 한다는 건가? 


더 어처구니 없는 건 최근 내가 애플 개발자 엔터프라이즈 계정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지금껏 클라이언트들의 애플 개발자 계정 발급 과정을 수없이 가이드하고, 과거에 회사 개발자 계정을 내가 직접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빡침의 연속이었다. 

1. 엔터프라이즈 계정을 만드려면 기존에 회사 계정과 별개의 계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2. 디바이스에 이중보안을 걸어야 한단다. 그래서 내 아이폰에 로그인해서 이중인증을 걸었다. 
3. 회사 이메일로 끝나는 계정이 아니라고 리젝당했다. 
4. 기존에 공용으로 쓰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다시 로그인했다. 
5. 이중인증을 걸려고 했더니 이전에 퇴사하신 분이 자기 디바이스에 이중인증을 걸어놨었다고 한다. 근데 이메일에 대한 권한을 내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인증을 그 어떤 방식으로도 풀 수 없었다. (애플에 전화해도 안 풀어줬다) 
6. 포기하고, 새로운 회사 이메일로 아이디를 만들어서 내 폰에 다시 이중인증을 걸려고 했다. 
7. 내 폰에는 이미 3개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시도했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아이디로 로그인이 안 된다고 경고창이 떴다. (WTF?!) 
8.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 어떤 방식으로도 3개 아이디 제한을 풀 수 가 없다. 
9. 결국 포기하고 개발자 맥북에 이중인증 걸었다. 

애플 개발자 계정에 대한 이해도가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높은 사람은 애플 고객센터 직원 빼고 없을텐데, 내가 이렇게 빡칠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3. 애플 아이디의 과도한 잠금 장치 


윗 문단에서 잠깐 언급했으나, '이중보안'이라는 이 잠금 장치는 어이가 없는 제도이다. 처음에는 일부 기능에만 강제되었지만, 지금은 개발자 계정을 만드려고 해도 이중인증, 앱스토어커넥트에 접속하려고 해도 이중인증... 그냥 조금이라도 복잡한 기능 쓰려면 무조건 이중인증 해야 한다. 


Two-factor Login 이라는 이 보안방식은 그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도 없는 개빡치는 제도이다. ID로 email 을 설정했으면 당연하지만 해당 이메일의 소유 여부가 아이디의 신원확인에 최우선 사항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애플은 이메일을 내가 가지고 있더라도, 이중인증 디바이스가 없으면 로그인이 불가능하게 만든 것인가? ID가 내 이메일인데 내가 디바이스를 잃어버리거나 휴대폰 번호가 바뀐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영영 그 ID를 복구받을 수가 없는 이 병신같은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애플의 모든 서비스는 자사 디바이스가 있어야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앱스토어에서 앱 관련 분석을 하려면 애플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이게 무슨 개같은 정책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디바이스당 3개의 아이디만 로그인 가능하다는 부분은 유저 분들 중에는 거의 아는 분이 없을 테지만, 여러 나라 앱스토어에 로그인해서 쓴다거나 하는 분들은 겪어보셨을 것이다. 이 정책 역시 왜 생겼는지 도무지 의문인 정책으로, 휴대폰을 초기화하기 전까지 그 어떤 방식으로도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구글처럼 이메일로 이상한 곳에서 로그인 한 것 같다고 경고 이메일을 보내는게 합리적인 정책 아닌가? 

당최 이해가 안 된다. 



4. 기타 개인적인 애플에 대한 단상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후로 꾸준히 '제한' 이라는 키워드로 움직였다. 

아이폰에 앱을 다운받으려면 반드시 앱스토어라는 애플이 만든 플랫폼에서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아이폰에 음악을 넣으려면 반드시 아이튠즈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NFC 기능은 탑재했지만, 애플페이 이외의 기능으로는 쓸 수 없다. 

블루투쓰 페어링은 애플 부속품(에어팟 등)에만 특수하게 빠르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외부 디바이스들은 초기 세팅이 번거롭고, 이후에도 조금 느리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제한들이 있지만, 굳이 나열하지 않겠다.)


스마트폰 태동기에는 이 정책이 먹혔다. 

안드로이드는 느렸고, 앱들이 이쁘지 않았고, 사기치는 앱들이 많았고, OS의 버그가 많았다. 

디바이스 종류는 많았고, 제조사들에게 OS 변형을 허용하면서 개인정보 이슈나 OS 완성도에도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버전이 계속 높아지고 제조사들의 안정화 노하우가 쌓이면서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이상 안드로이드가 느리지도 않고, 디자인 수준이 떨어지지도 않으며, 보안성이나 안정성이 특별히 떨어지지도 않는다. 


애플이 만든 세계는 완벽했고, 그 안에 있는 트루먼들은 행복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나둘씩 트루먼들은 자신을 통제하는 애플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바깥 세계로 나가면 엉망이라고 애플은 경고하지만 트루먼들은 유리창 너머의 구글 세계가 생각보다 별로 엉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애플 제품에서 혁신이 실종되었다는 얘기는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것이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이후 시간이 된다면 별도 글로 쓰고 싶지만, 이 글에서는 주제에서 너무 빗나가서 쓰지 못한 애플의 실수들이 있다. 

첫번째는 맥북의 OLED바. 

두번째는 에어팟의 디자인. 

세번째는 Thunderbolt 단자. 


나는 애플이 망해가고 있다고 본다. 

지난 몇 십년 간, 우리는 애플만큼 잘 나가던 IT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목격했다. 

애플이 지금 당장은 꾸준히 수익을 잘 내고 있을지 몰라도 급변하는 IT 세계에서 지금과 같은 폐쇄성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애플이 망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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