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삶을 다룬 에세이를 기획 중입니다.

by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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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로 뒤숭숭한 며칠이었는데요, 오늘은 다행히 해가 떴습니다. 물론 아직 폭우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실 테고, 주말쯤에는 다시 전선이 북상한다는 말도 들리지만요. 그래도 당장 뜬 해가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처음 공개하는 내용인데요. 빛소굴 출판사에서 국내 소설가와 시인 선생님들을 모시고 앤솔러지 에세이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삶과 글을 담은 에세이예요. 글쓰기에 대한 고민들, 그리고 글 쓰는 삶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요. 이 기획을 처음 할 때부터 독자들은 명확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글을 쓰고 고치며 고민하고 있을 예비 창작자들이 첫 번째 독자이고요. 그리고 작가라는 구체적인 꿈까지는 아니더라도, 글 쓰는 삶에서 희열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앤솔러지에 참가한 작가님 한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원고의 방향성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죠. 아직 젊은 나이시지만 첫 책을 내신 지는 이미 20여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작가님이셨어요. 고백하자면, 사실 조금 긴장했었습니다. ‘내가 혹시 괜히 입을 잘못 놀려 창작자의 창의력을 억눌러버리는 것은 아닐까’ 따위의 고민이었죠. 그래도 기획자로서 이 책의 방향에 대해선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반드시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통화를 해보니 그런 걱정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작가님께서 신중하게 제 의견을 경청해주셨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말해주셨기 때문이었어요. 유머러스하신 작가님 덕분에 긴장을 쉽게 풀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기획자로서, 저자로서 이 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니 얘기가 물흐르듯 술술 진행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제가 미처 생각 못했던 접근 방식도 알려주셨어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예비 창작자들을 위한 작가님의 마음이 진심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글 쓰는 삶의 고독함을 견뎌낸 사람만이 다른 이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손을 내밀려 할 테니까요. 아직 정식으로 책을 내지 못한 예비 창작자들은 그 어려움이 오죽할까요. 지금도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대화를 계기로 든 생각은 ‘좋은 기획을 하자’입니다. 팔릴 만한 기획, 돈이 될 만한 기획, 모두 다 좋습니다. 저도 출판사를 운영하니 그런 걸 신경을 써야만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은 기획’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내게 좋은 기획’이랄까요. 사실 이 기획의 한 귀퉁이에는 제 인생 이야기도 조금 들어가 있어요. 저도 꾸준히 소설을 쓰고 있거든요. 아마추어 작가로서의 고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성 작가님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궁금했고, 이렇게 기획이 탄생해버렸습니다. 완전히 사심이 듬뿍 담긴 기획이죠. 사심이 듬뿍 들어가다보니 열정적으로 방법을 찾게 되고 작가님들과도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말씀해주셨죠. ‘이렇게 에디터가 자기 이야기처럼 열정적으로 해주시면 책이 잘 나오더라고요.’ 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이번 책은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성장하는 출판인으로서 제가 잘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획’에 대한 감도 조금은 잡은 것 같고요. 하루하루가 배울 것 투성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