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뉴스에서 올 3분기 출생아 수가 분기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며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도 0.82명에 그치며 한국은 이미 인구절벽으로 2030년 잠재성장률도 1.5%로 떨어진 상태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결혼 및 육아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라 꼬집으며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환경이라 한다. 이에 정치인들은 서로 나서서 애만 낳아라, 국가가 키워준다라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1월, 나는 두 번의 유산의 아픔을 딛고 세 번째 임신에 성공했다. 모더나 백신 2차를 맞고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프고 난 후라 임신 준비를 미루고 싶었다. 그러나 백신과 임신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 임신 시도를 했고 뜻하지 않게 아기가 찾아왔다.
처음으로 아기집과 난황을 확인한 기쁨도 잠시, 2주 후 아기 심장소리를 들으러 간 산부인과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기의 심장이 뛰지 않아 계류유산이 되었다는 것! 결국, 나는 소파술을 통해 임신을 종결시킬 수밖에 없었다. 나의 세 번째 임신은 그렇게 또다시 유산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남편과 함께 임신 준비를 시작한 후, 나는 한시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임신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난임이란 꼬리표를 먼저 얻었다. 고령 임산부가 겪을 수 있는 조산, 유산, 합병증 등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도 하기 전부터 나는 임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먼저 마주해야 했다. 거기다 코로나라는 국가적 재난 시국으로 보건소의 산전 지원 등은 모두 올스탑 된 상태에서 임신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난임 병원과 산부인과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 초기에 겪는 유산은 산모의 잘못이 아니라고들 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없어 자연적으로 도태된 것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말들은 유산을 겪은 여성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임신 초기 자궁 속엔 손가락 한 뼘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배아가 자리하고 있지만, 임신을 알아챈 순간부터 여성은 엄마가 된다. 가슴이 부풀고 유두의 통증을 느끼며 출산 후 모유 수유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고 임신을 위한 호르몬 변화로 갖은 증상들에 시달린다. 그러니 아무리 산모의 잘못이 아닌 유산이라 해도 그 상실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소파술을 받고 회복실에 혼자 누워있던 나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짧게 스쳐간 인연은 그렇게 또 한 번의 슬픔으로 남았다. 아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비단 나 혼자만 겪는 슬픔은 아니었다. 유산이 확정되었을 때 남편은 오열을 했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회복실에서 나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소파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겪은 이 아픔은 임신을 준비하는 평범한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었다.
아기를 갖고 싶어도 아기를 갖기 힘든 난임 여성에게 수많은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내놓는 평가와 정책들은 겉만 번지르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이미 나와있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임신한 여성과 출산 후의 육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꾸준히 난임 및 불임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는 있지만 지원하는 횟수와 비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정적 부담을 호소하는 난임 부부들도 적지 않다.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유산의 아픔을 겪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책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환경만을 탓할게 아니라 이런 현상에 맞춰서 재빠르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세 번째 유산을 겪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산모의 유산 후 심화된 심리적 위축과 신체적 부담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절벽을 극복하고 아기를 낳고 싶은 모두가 안심하고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의 보호가 이제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