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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웅 Nov 22. 2020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 있어

아.. 저.. 미래를 위해 사는 동물이라서요. 현재는 안 행복해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기도, "로또 1등 되게 해 주세요"


복권은 일주일에 한 번만 추첨한다. 그럼에도 월요일에 복권을 사면 일주일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토요일 오전쯤엔 1등은 내 껏이라는 기대감에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혹시 내가 되지 않을까? 되면 뭐부터 하지? 집을 살까.."


불행하게도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 있다.


불행하다고 표현한 건 과할지도 모르지만, 행복이 미래에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성인남녀 조사 결과 가장 선호하는 요일은 금요일(52.3%)과 토요일(29.3%)이었다. 10명 중 무려 5명이 금요일을 제일 좋아하는 요일로 꼽았다. 토요일은 쉬는 날이라고 해도, 금요일은 왜일까? 금요일엔 학생은 학교를 가고, 직장인은 회사에 출근하는 날인데도 말이다. 반대로 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요일은 일요일과 월요일이라고 한다. 일요일은 출근, 등교도 안 하는데 왜 싫어할까..


당신은 금요일이 좋습니까? 일요일이 좋습니까?

이 질문의 답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문장을 더 붙이면 대답하기 전 멈칫할 것이다.

당신은 출근을 하는 금요일이 좋습니까? 하루 종일 쉴 수 일요일이 좋습니까?


금, 토, 일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지 모르지만,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위해 산다. 나무 의자에 앉아 코피 터져가며 공부하고, 합격을 위해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뼈와 살을 깎아가며 자식을 위해 일하는.. 이 시대의 어둠을 뚫은 불빛 아래의 모든 삶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보낸다.


욜로(YOLO)라는 말은 한때의 유행을 지나 인터넷 게시판 어딘가에 스며들었고, 타오르는 부동산 시장에 뛰어는 사람들을 보며 "결국 인간은 미래를 위해 살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자신이 그리지도 못하는 우상향 그래프를 위해서, 사람들은 오늘 먹을 커피 한잔을 포기한다. 


그 어떤 동물도 내일 먹을 뷔페를 위해서 오늘 하루를 굶지 않을 것이다. 인간 빼고.


당신에게 행복할 수 있는 24시간을 준다고 해도 내일의 불행이 두려워서, 월요일의 출근이 싫어서 오늘의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행복 회로'라는 말을 좋아한다. 발생하지 않은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단어다. 어쩌면 행복 회로라는 말은 앞으로 벌어질 두려움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낸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행복 회로라는 말은 얼마나 좋은가. '행복'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요즘에 말이다. 


인간의 행복이 미래에 있다는 걸 거스를 수는 없다. 그래도 오늘만 살고 사라질 게 아니면 행복은 미래에 적당히 두고, 오늘은 회로를 열심히 돌려보자. 비록 내일 출근해서 만신창이가 될지언정, 상상은 공짜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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