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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웅 Aug 31. 2020

<주토피아>, 단점을 먼저 보는 게 이상한 건가?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사람 이야기

6. 여섯 번째 느낌은 디즈니의 숨은 명작(?) <주토피아>입니다.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많은 어른이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죠. 제목 그대로 동물들의 유토피아 (Utopia)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 속엔 인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특징이 확실해서 더 유쾌한 영화입니다.


※ 영화의 일부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식동물들과 육식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사는 행복한 도시 주토피아(zootopia). 경찰학교 수석졸업을 마치고 주토피아 중심부로 배치된 토끼 주디는 연쇄 실종 사건을 맡게 되고, 서서히 그 비밀을 풀어나간다. 우연히 알게 된 여우인 닉을 알게 되고 주디와 닉은 비공식적인 합동 수사를 진행한다.

출처: Disney
메인 OST( 가수 Shakira가 부른 'Try Everything' )가 흘러나오며, 주디가 주토피아에 입성하는 장면에서 디즈니의 상상력과 표현력의 절정을 보여준다.

눈에 보이는 걸 우선 볼 수밖에


각자의 분수에 맞게 살자는 부모님의 말씀에도 '버니빌(bunnyburrow)'의 토끼 주디는 반드시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주토피아에 입성합니다. 주토피아는 풀이 그대로  ZOO + uTOPIA 의 합성어입니다. 이곳은 차별 없고, 편견 없는 세상이죠. 하지만 그곳에도 편견과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육식동물에 비해 덩치가 작은 초식동물이라는 이유로 주디에겐 주차단속업무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주디는 분노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죠. 이 모습에서 느낀 점이 2가지 있습니다.

출처: Disney

1. 악덕 범죄를 소탕해야 하는 업무를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육식동물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처음 보는 토끼에게 맡기지는 않을 것. 2. 하지만 토끼가 범죄를 소탕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 사견(personal opinion) 일뿐, 팩트는 아니다. 이 두 가지 생각이었습니다. 1번을 쉽게 회사생활에 적용시켜 생각하면, 어느 팀장도 막 입사한 신입사원한테 큰 프로젝트를 맡길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물론 <주토피아>가 지적하는 건 이런 현실적인 예시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주디를 선택하지 않고 몸집이 큰 육식동물에게 실종 사건을 준 이 결정부터 비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사람은 우선 보이는대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주토피아>가 지적하는 건 이런 현실적인 예시는 아닙니다. 결과론적으로 주토피아는 2번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전방위적인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빗댄 것이죠.



편견 '더하기' 편견 = 강요


제가 생각하기엔 <주토피아>의 차별적 포인트는 생물학적인 요소에 있습니다. 육식 동물이 가진 힘과 덩치, 날카로운 발톱 vs 초식 동물의 작은 몸, 약한 힘. 눈에 보이는 요소들에 있죠. 이를테면 우리 사회의 인종 차별, 성차별 문제입니다. 당연히 타고난 걸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얘기하고 있는 건 타고남에 묻어있는 사람들의 '생각의 전환'입니다. 타고난 걸 바꿀 수 없기에, 타인의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 전환의 예로 주디의 부모님이 대표적입니다.

출처: Disney

<주토피아>는 대비 강조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전형적인 교훈 주입 형식이죠. 그런 의미에서 영화 초반만 봤을 땐, 굉장히 무서운 영화입니다. 주디의 부모님 조차 분수에 맞게 살라며, 당근이나 팔라고 합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편하다는 말로 꿈을 포기하고 정착하는 삶을 살라고 하죠. 단지 초식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라는 부모가 있다니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반부엔 부모님도 결국 가치관이 바뀝니다. 결론이야 어떻든 무서운 대사가 포함된 이 장면의 포인트는 외모적 편견에서 시작된 생각은 꿈을 포기하라는 강요까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걸 경계하자는 것이겠지요.

영화 초반:  안돼! , 분수에 맞게 살아 >> 중반: 거봐 역시 안돼 >> 후반: 기특하구나, 네가 해냈어!



영리한 주토피아는 인간을 배제했다
출처: Disney

<주토피아> 영리한 연출 중 하나는 '인간'을 배제했다는 것입니다. 잘 보면 주토피아에는 인간과 긴밀하게 엮인 동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강아지, 고양이는 주토피아에 살지 않습니다. 더구나 인간을 연상시킬만한 영장류도 등장하지 않죠. 우화의 기본 속성 "동물이나 무정물의 의인화를 통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신비로운 설정으로 사회풍자 및 도덕적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꾸며진 짧은 이야기"를 잘 지키고 있습니다. 인간을 떠올리지 않게 하면서 우리 삶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어렵지만, 초식 vs 육식의 단순한 구도로 인종, 성차별 문제를 저격하고 있습니다. 그 우화 형식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고,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치만 결국 디즈니가 말하고 싶어하는 건 그 재미 속에 담긴 메시지입니다. <주토피아>는 그걸 꼭 읽어야 하는 영화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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