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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웅 Aug 11. 2020

<킹스 스피치>, 음악의 언어를 느끼다

협주곡을 연주하는 인간

5. 다섯 번째 느낌은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입니다. 2011년 제83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고, 주연인 콜린 퍼스는 훌륭한 말더듬이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개인적으로는 역사에 남을 만한 '역사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킹스 스피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흠잡을 곳 없는 스토리, 그리고 훌륭한 음악으로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 영화의 일부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버티(조지 6세). 그의 콤플렉스는 말을 더듬는 것. 그러나 그는 2차 세계 대전 속에 영국의 안녕을 위해 대국민 연설을 해야하는 왕. 결국 아내의 소개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삐걱삐걱 대지만 서서히 마음을 맞춰 나간다.

출처:TWC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의 연기가 압권이다. 미술은 배우들의 연기에 우아함을 더해준다.


베토벤 7번 교향곡 2악장을 제대로 쓰다


<킹스 스피치>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입니다. 베토벤과 함께 시작하는 후반 15분 정도의 연설 장면은 이 영화의 제목이자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를 사이에 둔 제프리 러쉬와 콜린 퍼스 사이에는 베토벤 7번 2악장이 흐릅니다. 2차 세계대전을 알리는 영국 왕실의 짧은 전시 연설이지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사실 베토벤 교향곡 7번은 춤곡 스타일로 알려질 정도로 리듬이 강한 음악입니다. 그중 2악장은 특이하게도 우울한 느낌이 드는데, 다소 웅장한 느낌 때문인지 영화 곳곳에서 사용되었습니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더 킹>에서 사용되었죠). 개인적으로는 베토벤 7번 2악장이 <킹스 스피치>를 완성시켰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지막 전시 연설 장면과 쿵짝이 잘 맞았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라디오에 모여있는 군중들의 모습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요.

출처: TWC



클래식 음악은 인간을 표현한다


<킹스 스피치>에는 곳곳에 클래식 음악이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에 사용된 클래식 음악들은 왕의 권위를 표현하거나 긴장을 풀어주는 등 각 장면들을 잘 표현했습니다.

1. 베토벤 7번 교향곡 2악장 - 마지막 연설 장면

2.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  버티와 로그의 첫 만남

3.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 장조 K.622 - 언어 치료 장면

4.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2악장 - 군중 앞에 선 버티의 엔딩 장면


히틀러에 맞선 첫 전시 연설을 마치고 대중 앞에 서는 버티의 뒤로 흐르는 음악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2악장입니다. 훌륭하게 연설을 마친 버티의 모습에 걸맞은 음악이죠. 그 외에도 내내 대립하던 버티와 로그의 갈등 해소 장면에도 경쾌한 클래식 음악을 넣어 분위기를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 링크 : 베토벤 7번 교향곡 2악장 유튜브 영상. 3분20초 까지 영화에 나온 부분입니다. (예술의 전당-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https://youtu.be/g2KFJ4qppvo


협주곡을 만들어내는  주인공

클래식 음악 하면 고전적, 우아함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적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요즘 음악도 물론 좋지만 대부분 기계가 만들어낸,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소리들이죠. 반면 클래식 음악은 오로지 인간만이 연주할 수 있고, 조금만 들어도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은 '협주곡(concerto)'이기 때문입니다. 피아노 독주곡도 아름답지만 피아노와 목관악기, 금관악기, 현악 5중주가 함께 흐르는 공간이 더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출처: 야후 무비

이런 의미에서 <킹스 스피치>도 하나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과정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티와 로그는 계층과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입니다. 수십 년 동안 각자 연주해온 삶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둘은 우연치 않게도 하나의 협주곡을 연주해야만 했고,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둘만의 방식으로 곡을 끝까지 연주해냅니다. 사실 영화는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으로 각 장면들을 묘사하고, 엔딩에 '황제'라는 타이틀의 선율을 흘려보냅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결국 이 왕이 말 더듬이를 극복하고 훌륭한 연설을 해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영화를 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함께 협주곡을 완성 시켜가는인간적 아름다운 때문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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