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웅 Jul 26. 2020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여성의 위대함

직선이 아닌 곡선을 달리는, 강렬한 영화

4. 네 번째 느낌은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카 체이싱(Car Chasing) 영화죠. 영화 시작 10분 만에 배경을 정리하고, 카 체이싱 액션에 돌입하죠. 최소한의 CG로 영화 내내 액션만 주야장천 쏟아냅니다. 그 안에서 저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 영화의 일부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이 인류를 지배합니다. 그의 사령관 퓨리오사는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여자들을 탈취해 분노의 도로를 달립니다. 임모탄의 노예가 된 떠돌이 맥스는, 어쩌다 보니 임모탄과 함께 퓨리오사를 쫒게 되고 거기서 퓨리오사를 도와 약속의 땅으로 가게 됩니다.

출처 : warnerbros pictures
언제 봐도 대단한 영화, 샤를리즈 테론의 멋짐 폭발과 톰 하디의 몸을 던지는 액션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프링글x 같은,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영화


직선이 아닌 곡선을 달리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영화 내내 달립니다. 전투 트럭을 몰고 사막을 내달리는 자동차 영화죠. 개인적으로 자동차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끝이 정해진 도로와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틀에 박혀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최근에 <포드v페라리>가 어느 정도 편견을 깨 주긴 했습니다). 이 영화도 분명히 달립니다. 하지만 좀 다릅니다. 영화 초반에 전투 트럭을 몰던 퓨리오사는 직선에서 벗어나 동쪽으로 이탈하죠. 영화의 말미엔 우회로를 달리며 찾았던 약속의 땅에서 다시 그들이 잡혀 살았던 시타델로 역주행을 합니다. 이탈과 역주행. 이 영화는 그냥 달리는 영화는 아닙니다.

출처 : warnerbros pictures




임모탄과 워 보이 vs 퓨리오사와 물건들(thing)

본격적으로 이 영화가 어떻게 달리는지 얘기해보죠. 영화 초반엔 강한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거구의 몸과 이빨이 드러난 무서운 마스크를 쓴 임모탄, 하얗게 분칠 한 몸으로 날렵함을 자랑하는 워보이(war boy)들이 나오죠. 여성은 가만히 앉아서 모유 수유를 하는 정적인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얼핏 보면 짧은 머리에 남자 같지만, 사령관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전투 트럭을 모는 퓨리오사가 나옵니다. 그녀는 왼쪽 팔을 잃은 핸디캡을 가지고 있죠. 달려오는 적들을 막기엔 약한 모습입니다. 트럭이 직선을 이탈하고 임모탄은 자신의 다섯 여자들을 빼돌려 도망간 것을 알자, 퓨리오사를 죽이기 위해 쫒아갑니다.


불을 내뿜고, 요란한 기타를 치며 달려오는 건장한 워보이 vs  퓨리오사를 포함한 여자 6명. 극명한 대비죠.

출처 : warnerbros pictures


어머니들이 일군 약속의 땅을 찾아서

임모탄이 여성을 가장 소중한 보물로 여긴 이유는, 여자는 아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죠. 황폐한 세계에서 인류의 희망을 이어 갈 수 있는 건 오로지 새 생명뿐이었을 테니까요. 반대로 여성을 모유 수유의 수단과 수동적인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결국 그는 퓨리오사에게 복수의 죽임을 당하고 말죠.) 어머니의 땅에 어렵게 도착한 맥스와 퓨리오사의 여자들은 약속의 땅마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는 절망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무기력한 어머니들을 다시 깨운 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젊은 여성들과 강렬한 의지를 가진 퓨리오사였죠. 맥스는 거들뿐.


그럼  영화에서, 분노의 도로를 달리면서 진정으로 희망과 꿈을 일구는 자들은 누구일까요? 퓨리오사와 임모탄의 아내들이 아닐까요?

출처 : warnerbros pictures

물론, 이 영화가 여성과 생명의 위대함만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분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희망도 꿈도 없는 세상 속에서, 분노의 도로 위에 있는 인간들의 사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형된 차들처럼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절망적인 세상이죠. 그 표현력과 액션이 매우 잘 나타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마냥 액션을 즐기기 위한 영화로 보기엔 캐릭터들에 녹여낸 숨은 이야기들이 많은 영화 같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천천히 그 이야기들을 살펴 보는 건 어떨까요?



[=끝]

작가의 이전글 <트루먼 쇼>, 당신은 소품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