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놀이터

2026.4.3 (15m 12d)

by 슈앙

걷기 시작한 양갱이의 체력소진을 위해 매일매일 동네 놀이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


집 바로 앞 모래 놀이터가 있다. 모래로 촉감 놀이도 하고 넘어져도 아프지 않겠다 싶어 반가웠다. 양갱이와 흙장난하며 노는데 지나가는 개 산책하시는 할머니가 '아이고~ 내가 미안하네~'라고 하시며 지나가셨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애들보다 개가 더 많은 동네라 모래 놀이터가 동네 강아지들 공용 화장실인 셈이었다. 어쩐지 모래 놀이터에 애들이 없더라니. 찝찝해서 그 이후로 안 가고 있다.


상가 앞 놀이터는 놀이기구는 다양하지 않지만 꽤 널찍하다. 종종 서너 명이 노는데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거나 보호자들을 대동한 영유아기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하원하는 4시 이후에 아이들이 있다. 가끔 어린이집 엄마들을 마주치는데 만나면 반갑다. 반가움도 잠시 양갱이랑 미끄럼틀 타러 올라가야 한다.


아파트 문 가는 길에 있는 놀이터는 작다. 미끄럼틀 높이도 꽤 낮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도 무섭지 않다. 앞서 언급한 놀이터엔 없는 그네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거의 없다. 너무 구석에 있어서 그런가 보다. 대신 할머니들 대여섯 분이 자주 모여 계신다. 양갱이 노는 모습을 사랑스레 쳐다보고 반응해 주셔서 좋다.

아파트 정문 바깥에 최근에 만든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이 꽤 북적인다. 대충 세어봐도 20명 정도다. 연령대는 영유아부터 10대까지 다양하지만,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이 있다. 뒤뚱거리며 걷는 양갱이가 귀엽다며 아이들이 다가온다. 같이 시소도 타주고 그네도 밀어준다. 군것질 거리도 나눠주고 킥보드 만지는 것도 허락해 줬다. 한국에 벌건 대낮에 학원 안 가고 술래잡기하면서 뛰노는 아이들이 있는 놀이터가 있다니 별세계 같다. 모두 새까맣거나 벌겋게 탔다.


먼저 다가와 놀아주는 형아들
뒤에 있는 형아한테 얻은 군것질 먹는 양갱이


어제는 5, 6학년 형누나들 예닐곱 명한테 둘러싸여 있었다. '아기 너무 귀여워요~' , '우와 신발 진짜 작다', '몇 살이에요?' 라며 말 걸기도 하고, '야! 아기 앞에서 욕하지 마라!', '아기는 귀여운데 넌 못 생겼어!', '저는 몇 살로 보여요?'라며 시끄럽기 떠들기도 했다. 소리에 예민한 양갱이는 내게 떨어지려 하지 않기도 했지만, 혼자 돌아다니며 과격하게 노는 형누나들을 신기하게 관찰하기도 했다.

우선 관찰부터~


동네 놀이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놀이터마다 항상 만나는 아이들이 있다. 먼저 와서 내게 손 모아 인사하고 양갱이를 귀여워하며 놀아준다. 어쩜 아이들이 예의도 바르고 배려심도 있고 허물없이 다가오는지 진짜 신기하다. 남편 말론 우리 동네 아이들이 공부를 서울만큼 안 하고 학원도 많이 안 다녀서 그렇단다. 공부 잘하면서 햇볕 아래 뛰어놀며 크는 방법은 없을까.


4세 고시, 7세 고시 붙은 아이들이 아니라 여기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이 이끌어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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