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니 육아가 수월해졌다

2026.4.1 (15m 10d)

by 슈앙

시댁에는 지난 설날 연휴에 9일 정도 지냈고, 친정에는 지난주까지 2주 동안 머물렀었다. 이렇게 시댁과 친정에 지내는 동안 양갱이는 매일 TV를 봤다. 돌 전까지만 해도 시댁과 친정에 TV 자제를 요청드렸고, 잘 받아주셨다. 며느리 고집으로 어머님은 드라마를 거의 못 보셨고, 친정아버지는 내내 딸내미 잔소리를 들으셔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우선 TV에 관대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걷기 시작한 양갱이를 부모님들께 맡길 때, TV의 도움을 받아야 훨씬 수월하게 봐주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네 분 다 70대시다. 부모인 나와 남편도 양갱이랑 노는 것이 힘든데, 부모님들은 오죽하랴. 여기저기 펭귄처럼 뒤뚱뒤뚱 쏘다니며, 어지럽히는데 그 범위가 한정 없다. 그러다가도 여지없이 엄마인 내게 와 안아달라고 보채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봐주시고 싶어도 결국 내 몫이 되어버렸다.


TV 보여주는 것에 제재가 없어지니, 어머님은 커피 한 잔 하고 오라며 자유시간을 주시기도 했고, 언제든 여유 있게 볼 일을 볼 수 있었다. 밤잠 들어가기 전, 기저귀 갈고 깨끗한 내복으로 갈아입히는 동안 양갱이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은데, 그때 아버지가 보시는 중국 드라마 틀어놓으면 수월하게 밤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할머니들은 부엌일 하고 나는 이유식 만드는 동안 TV와 함께라면 할아버지들도 부담 없이 봐주셨다.


여쭤보면 신생아 때부터 TV를 보여줬었단다. 집안일하는 동안에 할아버지 할머니 방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TV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집안일에 치여 TV를 보여주는 기준이나 제한 또한 없었으리라. 우리 모두 별 탈 없이 잘 컸으니, TV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시댁과 친정에 있는 동안 편하게 보여줬다. 다행이도 양갱이는 TV에 빠져드는 타입이 아니었다. 20분 정도 보고 나면 또 나를 찾거나 다른 놀거리를 찾았다. 나는 어릴 때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는데 양갱이는 나와 달랐다. 다른 장난감보다 좀 더 오래 노는 정도다.


집에 돌아온 후론, TV를 켜지 않았다. 시력이 어느 정도 발달된 만 4세 전까지 조심하고 싶다. 멍하니 TV를 보는 모습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럴 시간에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양갱이가 못 들어가는 작은 방으로 옮겼기 때문에 틀 수 없다. 친가나 외가댁에 있는 잠깐동안 TV를 허용할 뿐이다.


한 번은 양갱이가 카시트에서 벗어나려고 엄청 울어댔다. 장난감도, 떡뻥도 소용없었다. 내가 ‘방법이 있긴 하죠. 요때 유튜브로 아기 상어 보여주면 조용해지죠’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대번에 ’그럼 그렇게 울릴 바에야 보여줘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는데 짜증이 확 났다. 욱하는 나 자신을 가만히 되돌아보니, TV라는 한 고삐를 풀었다고 모바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나 보다. 아버지의 툭 던지는 한 마디에 감정이 상할 정도면 말이다. 유모차에 태블릿 거치대를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항상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했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 다짐에서 더더욱 TV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있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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