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30
지난 2주 동안 친정에서 양갱이와 지냈다. 2~3일째 이미 어머니는 힘에 부쳐했고, 나도 손목이 아파 파스 붙이고 손목 보호대를 차야 했다. 다시 수원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다. 다행히 일주일쯤 지나니, 서로 적응하면서 계획했던 2주를 채울 수 있었다.
부모님은 원 없이 양갱이와 스킨십하고 놀아주면서 만족하셨고, 나도 엄마밥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양갱이가 하루 종일 깔깔 거리며 웃는 모습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2주를 보낸 이는 양갱이었다. 2주 동안 오전, 오후 하루에 2번씩 동네놀이터, 대구국립박물관, 대구어린이세상, 수성못을 번걸아가면서 쏘다녔다.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햇볕도 충분히 받고 바람도 쐬고 여러 친구들도 만났다. 그러다 보니 낮잠과 밤잠을 기절한 듯이 자, 재우기 정말 수월했다. 집에서도 참 활동적이었다. 어머니가 아끼던 그릇도 깨고, 화분 모래 흐트러트리고 부엌 싱크대 시트지 벗겨버리는 등 다양한 사고를 쳤다.
놀기도 충분히 잘 놀았지만, 먹기도 참 다양하게 먹었다. 친정에서 처음 먹어본 것이 많다. 우선 물에 씻지 않은 짜장면! 아버지의 로망 실현을 위해 주말마다 코스트코에 가서 카트에 양갱이 태워 다녔다. 시식으로 주는 짜장면을 두 컵이나 먹었다. 가끔 짜장면을 씻어 주긴 했었는데, 그다지 맛나게 먹지 않아 짜장면을 안 좋아하나 보다 생각했다. 아니었다. 물에 씻지 않은 짜장면 맛을 본 순간 발을 동동 구르고 더 달라고 손을 뻗고 난리였다. 부모님은 신이 나서 계속 먹이셨다.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무한으로 먹일 판이었다. 그 외에도 곶감, 엿, 강냉이 등 내가 주지 않을 군것질 거리도 먹고, 블루베리, 요거트, 토마토주스, 단호박, 브로콜리는 매일 제공되었다.
덕분에 쑥쑥 성장했다. 점점 걷는 수준도 안정적여지고, 등이랑 다리에 근육이 단단하게 붙었다. 볼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시댁에서 지내는 동안 만들어졌다 없어진 두 턱도 다시 생겼다. 개인기도 늘었다. 강아지는 멍멍, 소는 음메~ 등 의성어/의태어랑 행동도 비슷하게 따라 해서 ‘애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시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버지는 아침저녁으로 기도하시는데 그때마다 양갱이를 데리고 들어가셨다. 특히 아침기도는 길게는 20분이나 걸리는데도, 잠자코 옆에 앉아 있는 양갱이를 엄청 기특해하셨다. 더 웃긴 건 양갱이는 기도하러 들어가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기도하러 들어가자 그러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15개월짜리 아기가 한참을 잠자코 있는 게 뭐가 좋겠으랴. 그래도 기어코 데리고 들어가서 매일 기도를 했다. 아버지가 염주를 다시 협탁 위에 두면 기도가 끝난 줄 알고 양갱이도 일어나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가 ‘양갱아~뭐 했어? 기도했어?’라고 하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기도했다고 표현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매번 물으셨다.
안 좋은 점은 2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니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어머니는 평소에 내가 밥 먹이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에 불만이 많으셨다. 천천히 먹이란 소리를 2주 내내 매끼마다 들어야 했다. 나는 또 너무 천천히 먹여서 밥이 차가워지는 게 또 불만이었다. 약간의 티격태격이 있긴 했지만, 양갱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들어주고 함께 웃어줄 상대가 있다는 것은 참 좋았고 감사했다.
그래도 2주가 딱이다. 3주는 너무 길고 1주는 아쉽다. 올해 추석에나 또 장기간 머무를 것같은데 그 땐 그냥 길어도 3박 정도만 있어야겠다. 20개월 양갱이의 에너지를 부모님이 감당하기 어려우실 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