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행복하냐 물으신다면
인간이라면 행복을 좇아 살기 마련이다. 저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에 행복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해석도 천차만별이다. 늘 마음속에 품고 사는 질문이 있다. '나는 행복한가?'이다. 스스로의 질문에 난 항상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라는 씁쓸한 대답을 내면에 들려주곤 했었다. 행복의 정의도 사실 잘 모르겠고, 모호했으며 현실에 대한 만족감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난 행복하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행복한 감정은 어떤 감정을 말하는 것일까?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우린 어떤 기분 좋은 일이나 즐겁고 황홀한 상태를 느낄 때 "행복하다"라 표현한다. 우린 모두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 그럼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걸까?
고통의 연속이며, 욕망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예측불가한 것이 인생이라고 하는데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그런 상태가 행복이라면 우린 행복한 인생을 애초에 살아갈 수 없는 게 아닐까? 이 세상에 '내던져'진 인간이란 존재가 원치 않는 고통을 떠안고 살아가는 삶이 곧 인생이 아니던가?
고통이란, 다양한 모양으로 인생에게 다가와 우리를 지독하게 괴롭힌다. 외로움, 두려움, 슬픔, 낙망, 절망, 무기력, 공허함, 무의미, 상실, 불안, 우울, 또는 예기치 않는 사건, 사고 등 수많은 고통은 우리의 삶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고통 없는 삶이 과연 존재할까?
우리 모두는 행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만족과 기쁨만이 존재하는 고통 없는 상태가 행복이라면 우린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게 아닐까? 내가 행복이란 정의를 너무 긍정에만 초점을 두고 왜곡된 해석을 하며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란 영화를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무작정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스펙터클한 경험을 겪으며 진정한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그런 내용이었다. 영화 중간쯤부터 보게 되어서 전체 내용은 다 알 수 없지만, 마지막 부분에 행복이란 어떠한 하나의 긍정적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장면이 나왔다. 난 무릎을 쳤다. '아!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게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내적 깨달음에 유레카를 외쳤다.
난 행복한 인생은 긍정적 감정과 상황만이 존재하는 그런 평온한 마음 상태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 나의 삶을 묶고 흔들고 있는 '고통'은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라 여겨왔다. 행복이란 상태를 단순히 어떠한 하나의 긍정적 감정과 상황에서 찾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어떤 경험과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나의 삶 전체에 흐르고 있는 '고통'이라 불리는 것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자족'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 그런 모순적 상태가 '행복'인 건 아닐까?
내 삶에 부표처럼 떠도는 부정적 감정,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어떠한 상황, 평온한 일상을 깨우는 좋지 않은 소식... 반대로 아침을 깨우는 향긋한 커피 한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들었던 따뜻한 말 한마디,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공감의 글귀로 인해 느껴지는 희망찬 마음...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쌓여 삶이 되는 것일 텐데, 이 '뒤섞인' 상태 그대로를 납득하고 수용하려고 하는 '의지'가 존재하는 인생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다시 나에게 질문해 본다.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