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찰하고, 질문하고, 연결하는 실무자의 인사이트 기록
- 관찰하고, 질문하고, 연결하는 실무자의 인사이트 기록
『영감노트』는 일상 속에서 인사(HR)의 본질과 방향을 고민해보는 칼럼 시리즈입니다.
바쁜 실무 속에서도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인사이트로 닿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제 글에 대한 다른 생각이나 시선도 언제든 환영합니다.
최근 참여한 리더십 세미나에서 한 리더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리더와 팀원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다.”는 이야기였죠.
그 리더는 팀원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넌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라고 피드백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욕심’은 성장과 성취를 향한 도전 의지를 뜻했죠. 하지만 팀원은 그 말을 ‘자기중심적이고 무리한 욕심을 부린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의도와 달리 동기부여는 떨어지고, 관계에도 미묘한 거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말하고 싶은 언어가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전해질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른 맥락과 경험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서 언어 간극을 좁히는 일이야말로 리더십의 핵심 역량이라는 사실을요.
이렇듯 리더의 격려가 팀원에게는 압박으로, 동료의 제안이 비난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은 조직 안에서 흔히 벌어지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개인 역량에만 맡길 수 있을까요? 저는 조직 차원의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상시 성과관리(Continuous Performance Management, CPM)를 운영하며 언제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정말 중요한 환경이죠. 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실제 참여율은 기대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제도와 시스템이 있어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저는 제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평가 담당자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성과관리 제도를 단순한 관리 절차가 아니라, 몰입과 성장을 촉진하는 장치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코칭적 접근(Coaching Approach)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가이드나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런 기반 없이,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코칭적 접근의 정의를 세우고, 운영 방안을 설계하는 모든 과정이 저에게 맡겨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 출발점을 우리 조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진단하는 데 두었습니다. 내부 인터뷰와 문화 진단을 거듭하며 확인한 것은, 결국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본질은 ‘구조적 단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 단절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업무 사일로 – 팀 간은 물론, 같은 팀 내에서도 정보와 맥락이 단절되는 문제
목표 작성 불일치 – 목표는 세워지지만 회의나 실행과 연결되지 않음. 일이 먼저 진행된 후 뒤늦게 ‘목표’로 정리되는 사후적 방식의 문제
리뷰와 피드백 단절 – 연말 리뷰에만 의존하다 보니 시기와 맥락이 어긋나고, 중요한 성과와 과제가 적시에 발굴되지 못하는 문제
문제의 양상을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 제 머릿속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단절들을 풀기 위해 우리 조직에 코칭을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의도와 맥락이 달라 기대한 효과를 내기 어렵기에, 우리 상황에 맞게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세 가지 단절을 다시 곱씹어 보니, 결국 문제의 뿌리는 하나로 귀결되었습니다. 바로 대화의 부재였습니다. 물론 조직 구조, 리더십 역량, 제도 설계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팀 간 단절도, 목표가 실행과 이어지지 못한 것도, 리뷰가 맥락을 놓친 것도 — 결국은 필요한 순간에 대화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접근 방식을 한 단계 더 구체화했습니다. 코칭을 제도 밖에 따로 두는 것이 아니라, 상시 성과관리(CPM) 안에 일상적인 대화 구조로 심어 넣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세 가지 단절 모두가 대화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상시 성과관리(CPM) 안에서 대화를 구조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이라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방식의 강점은, 추가 예산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조직이 변화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이나 시스템 도입처럼 큰 비용이 필요한 개입을 떠올리지만, 저는 기존 제도 안에서 대화를 재구조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비용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접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리더만의 몫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팀장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고 해서 조직 전체의 대화 방식이 바뀌기란 쉽지 않습니다. 리더가 하루아침에 코칭을 시도하면, 구성원들은 그것을 낯설고 어색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새로운 방식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리더와 팀원 모두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동의 대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작은 대화의 리듬이 쌓일 때 비로소 몰입이 시작되고, 그 리듬이야말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 이번 글(4-1)에서는 조직의 ‘구조적 단절’을 진단하고, 이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코칭적 접근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글(4-2)에서는 이 접근을 성과관리 제도 안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설계했는지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