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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Seoro Jan 17. 2023

멋있는 척을 하면 안 되는 이유 - 2

사진을 가렸을 때 벌어지는 일

나는 가끔 인스타그램을 할 때, 사진을 가린 채 내용만 보고 이 글을 누가 썼을지 맞춰보는 시도를 해본다. 대체로 내용에는 "헤헷"과 같은 짧은 감정 표현 혹은 이모티콘 몇 개 덩그러니 적혀있기에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의도로 올린 것인지도 이해가 잘 안 되고 내가 이런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면 그건 순전히 사진(얼굴/스타일/몸매/분위기 등)이 마음에 들어서라는 뜻인데 그런 1차원적인 호감을 표하고 싶지는 않았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우리는 대체로 좋아하지만 쉽게 좋아한 만큼 금방 새로운 자극을 찾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오랜 시간 직접 보았기에 절대 그들이 쉽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의 특성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시각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사진"에 대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지만 그 사진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될 메시지를 담당하는 "캡션"란에는 고민 없이 그냥 두어줄 쓰고는 이내 게시해 버린다는 것을 보고 요플레를 뚜껑만 핥고 버리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바로 그 메시지에서 "차별화"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나만의 차별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쉽사리 누군가 빼앗아갈 수도 없다. 반면 외모는 어떠한가? 아름다움에는 특정성이 없다. 쉬운 예로 "러닝과 등산을 열심히 하는 20대 여성"이라는 꽤나 디테일한 조건을 만들어도 명확하게 특정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계정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는 늙어가고 그 순간에도 더 젊은 인플루언서들은 계속 나타난다. 나의 매력에 "유통기한"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물론 중년의 나이에 시도하는 도전들도 아주 매력 있지만 안타깝게도 "좋아요"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 유통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살아남을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 인플루언서는 결국 플랫폼에서 도태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본인의 견해나 생각들을 짧게라도 적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잘 나온 셀카는 못하지만 생각이 담긴 메시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생각은 노화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깊이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그러한 생각들이 모인 계정은 방향성을 가지게 되며 그 방향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계정을 중심으로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무직타이거, 오롤리데이 등의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이제는 모른 척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니 너무 멋있는 척 감성 있는 척하지 말자. 척은 향신료로 치면 "고수" 같은 녀석이라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티가 나버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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