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넬로페 Apr 11. 2023

레드벨벳 - The ReVe Festival 2022

Birthday

    2022년은 걸그룹의 다시 찾아온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걸그룹들이 다양한 음악으로 가요계를 두드렸다. 아이돌이라 함은 주로 세대가 큰 흐름에서 구분되고, 레드벨벳처럼 데뷔 연차가 꽤 된 걸그룹은 주로 이제 개별 활동이나 다른 분야의 활동으로 눈을 돌려 범위를 확장하던가 아예 가수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진다. 마의 7주년을 넘기기도 했고,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이전까진 에스파나 NCT와 같은 신인의 정착에 힘을 쓰느라 상대적으로 SM의 메인 아이돌에서 밀려난 듯한 인상을 많이 주었다. 하지만 'Feel My Rhythm'으로 아직까지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이제 다섯 번째인 ReVe Festival은 개인적으론 앞서 들려주었던 네 개의 축제보다 더욱 레드벨벳에서의 '벨벳'을 나타내는 것 같다. 짐살라빔~사이코까지의 앨범 시기를 꽤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레드벨벳의 수명이 다했다고 느꼈을 때는 역시 아이돌의 수순을 밟아간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앨범에서 생각이 다시 뒤바뀌었다.


    사실 'Feel My Rhythm'이 대중적으로 성공함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론 앨범을 굉장히 아쉽게 여겼다. 사실상 치트키로 여겨지는 G선상의 아리아(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BWV 1068 중 2악장 'Air')의 멜로디를 그저 신나는 댄스곡으로 바꾼 것 수준이라는 인상을 느꼈기 때문이다. 4번의 ReVe 페스티벌은 모두 그와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준비가 덜 된, 예전에 쓰려고 했다 탈락했던 곡의 재활용, 보장된 팬덤을 이용한 수익 확보와 같은 미완성된 듯한 느낌을 연속으로 주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전반적인 퀄리티가 굉장히 상승했다고 첫 곡부터 느껴졌다. 타이틀곡인 'Birthday' 또한 전작과 같이 조지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를 샘플링 했지만, 말 그대로 샘플링이며 레드벨벳의 독자적인 색은 확보한 인상을 주었다. 들으면서 두터운 드럼과 베이스에 힙합에서 자주 쓰이는 트랩 비트를 얹어 레드'벨벳'에 어울리는 독특한 신남이 만들어졌다. 'Bad Boy'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전반적으로 다듬은 듯한 인상을 앨범 전체에 주는데, 무작정 신나는 댄스곡 보다 이런 색이 더 레드벨벳에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다만 '버스데이'의 후반부는 조금 진부한 랩들로 이루어져 지루함이 약간 묻어났다. 그 지루함을 2절 후반부턴 약간의 변주와 드럼 추가를 통해 다시 한번 훅으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적당히 해소를 하는 괜찮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굉장히 무난한 타이틀로 느껴졌다.


    타이틀은 사실 앨범의 퀄리티를 보는데 좋은 곡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 그중 특히 아이돌이 타이틀에 올인하고 수록곡은 구색 맞추기로 내는 경우가 잦은데 이번 앨범은 다른 ReVe Festival이 아닌 레드벨벳 앨범을 전체로 놓고 봤을 때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 수록곡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BYE BYE와 롤러코스터는 트리플 타이틀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특히 BYE BYE는 묵직하게 분위기를 잡는 베이스라인과 의외로 조합이 좋은 스트링을 얹어서 레드벨벳 특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고, 그것을 3번 트랙까지 잘 이어간다. 또한 BYE BYE는 웬디의 보컬이 특히 돋보였다. 그녀의 개인 앨범을 통해서도 실력이 뛰어난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거의 웬디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곡과 보컬이 잘 어울렸다. 이런 종합적인 분위기 형성으로 필자가 바랬던 레드벨벳의 분위기와 해외 팝 같은 분위기를 잘 만들어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트랙 롤러코스터는 레드벨벳의 노래  상술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분위기를 가장 잘 만들어낸 곡이다. 제목과 비트의 조화가 굉장히 좋고, 선행했던 두 곡의 훅이 굉장히 쉽고 라이트 하게 흘러가 자칫 앨범의 분위기가 지루해질 수 있는 것을 톡톡 튀는 곡의 분위기와 강렬한 훅으로 즐겁게 해소해냈다. 레드와 벨벳이라는 두 가지 성향이 가장 잘 타협한 곡이어서 듣기 즐겁고 편하게 다가온다. 이 앨범 내에서 가장 사운드적으로 잘 만들어진 곡 같으며, 요란한 비트와 그것을 감싸는 플럭 사운드는 하이퍼 팝을 의식한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이 분위기는 마치 대중과 크게 타협한 '100gecs'의 곡을 즐기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극화풍 느낌을 주는 ZOOM은 슬기의 '28 Reasons'와 'Bad Boy'의 정신적 후속작인 것 같은 공격적인 베이스와 브라스처럼 구성해 놓은 신디사이저가 인상적인 트랙이다. 아이돌 음악에도 기승전결이 있는 것은 좋고 마무리 용도의 트랙이 있는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필자가 반가워하는 구성은 아니다. 르세라핌의 'ANTIFRAGILE'과 뉴진스의 'New Jeans'에도 약간의 아쉬움을 이야기했지만, 이번 앨범의 끝도 적당한 R&B 트랙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다른 네 곡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들었으나, 그렇기 때문일까 마지막 곡 'Celebrate'는 유독 아쉬웠다. 르세라핌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강한 구성을 가져가서 마지막 트랙 'Good Parts'가 괜찮은 환기가 되었고, 뉴진스의 마지막 트랙 'Hurts'은 Celebrate와 같은 이유로 아쉬웠다. 나쁜 트랙이라거나 앨범에 안 어울리진 않지만, 선술 했던 구색 맞추기 트랙 같은 느낌이 나고 그냥저냥 흘려보내는 음악으로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괜찮게 들은 앨범이지만 아쉽게 느껴진 점을 두 가지 뽑자면, 먼저 앨범 곳곳에 분포된 그저 그런 브리지 연결용 랩들이 생각난다. 아이돌은 육각형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래퍼의 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래를 잘하는 싱잉 랩도 아닌, 그렇다고 랩을 잘하는 싱잉 랩도 아닌 '그냥 천천히 말하기'처럼 느껴지는 파트가 곳곳에 느껴졌다. 웬디가 특히 노래를 잘하는 것도 맞지만, 무성의하게 벌려놓은 랩 파트들이 팀원 간의 녹음물 결과 차이를 더욱 크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쉬웠다. 두 번째는 과연 ReVe Festival이 어디까지 이어지는가?라는 점이다. ReVe Festival이라는 이름 하에 나온 앨범 중에도 괜찮은 트랙들이 분명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고민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주는 앨범이 많았다. 레드벨벳은 적어도 퀄리티에서 밀리는 인상은 아니었는데, 'Power Up'이 수록된 'Summer Magic' 이후로 전반적으로 그냥 컴백할 시간이 돼서 컴백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Queendom이나 Feel My Rhythm 등 좋은 트랙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레드벨벳은 아이돌치고는 정규 앨범도 자주 내며, 중간중간 내는 EP나 미니앨범도 굉장히 괜찮았었는데 Birthday 이전까진 그런 느낌이 굉장히 약해졌었다. 필자는 이 현상을 ReVe Festival 이후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Psycho'가 수록된 ''The ReVe Festival' Finale'를 끝으로 ReVe Festival이 마무리되는가 했더니 2022를 붙여서 정규 앨범이나 미니 앨범 없이 다시 Ep의 연속이 시작된 것도 이젠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SM이 레드벨벳에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 줄 만큼의 여력이 없을 리는 없고, 다른 신인들에 밀려 후 순위로 밀려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본 앨범에서도 느껴지듯 레드벨벳이라는 팀이 아직 저력이 있고, 팬들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적어도 마지막 정규 앨범 하나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나 싶다.


"레드벨벳 중 '벨벳'을 잘 표현해낸 앨범. 다만 레드벨벳이 구세대로 치부되기 이전에, 이 그룹의 여력이 아직 있을 때, 정규 앨범 하나쯤은 더 내주는 게..."


Red Velvet - 'The ReVe Festival 2022 - Birthday'. 6.5/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42488282


이전 04화 New Jeans - New Jeans 소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