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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FIFTY FIFTY - THE FIFTY 소감

    가끔씩 뜬금없이 나타난 신인에게 귀가 빼앗길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신곡 리스트를 훑다가 발견한 FIFTY FIFTY(이하 피프티피프티)의 앨범이 꼭 그랬다. 11월 18일에 발매된 피프티피프티의 데뷔 앨범인 '더 피프티'는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놀랍지도 않은 세계관을 구성하고 그것에 따른 미디어 믹스뿐만 아니라 앨범의 가사에도 세계관과 밀접한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필자는 이런 구성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주로 세계관을 다루는 아이돌은 가사보단 사운드에 집중하게 되는데 피프티피프티는 특이하거나 참산한 사운드보다는 익숙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방식을 채택했다. 전반적으로 레트로한 시티 팝 무드를 내는 곡이 많이 있고, 한층 나아가 그때 당시의 J-POP을 시대에 맞게 다듬은 앨범처럼 느껴진다. 


    첫 번째 곡인 'Tell Me'가 가장 그러한데, 시티 팝의 기본인 펑키한 리프에 느린 템포지만 리드미컬한 비트가 어우러진다. 뭣보다 아이돌 음악에선 주로 음악보단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는 믹싱을 진행하기 마련인데, 이 곡과 앨범 전체에선 전반적인 조화가 어우러져 리드미컬한 사운드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겠지만 케이팝에선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되어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다. 믹싱에서 장점을 느낀 아이돌 앨범 중 당장 생각나는 것은 f(x)의 'Pink Tape'과 '4 Walls'가 있는데, 더 피프티가 이정도 수준의 앨범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음악에 집중되는 믹싱을 했다는 뜻이다. 두 번째 트랙 'Lovin'Me'는 개인적으로 상업화의 길로 들어선 이후의 'Zedd'의 음악을 듣는 듯하다. 이는 칭찬으로 웅장한 패드 사운드가 음악 전반을 감싸고, 멤버들의 목소리는 음악을 중심에 두고 적절히 조연으로 사운드에 대한 집중을 유도하는 킥으로써 역할한다. 이런 흐름이 선술 했던 믹싱에서의 장점처럼 아이돌 노래보단 일렉트로닉 팝 아티스트 같은 인상을 만들어준다.


    타이틀인 'Higher'는 조금 익숙하면서도 특이함을 주는데, R&B 기반의 레트로함이 감이 된 팝이기 때문이다. 이러번 아이돌의 앨범을 감상하면서 말했던, 끝을 흐지부지하게 마무리하는 그저 그런 R&B가 아니라 타이틀을 레트로 팝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요즘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런 곡 배치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짧고 슬픈 연극 같은 분위기를 구성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첫 번째 곡처럼 시티 팝의 향수도 포함하려고 한듯한 부드럽고 따듯한 기타 리프에 스트링을 섞어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거슬리지 않게 미니멀한 비트로 분위기를 보조한다. 가사는 대부분 세계관과 관련된 것 같으나 추억에 대해 다루는 것으로 보아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기 위한 가사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잘 맞아떨어져 잘 어우러졌다.


    사실 이 앨범에서 첫 세곡을 들으며 괜찮다는 생각은 충분히 했으나, 마지막 곡 'Log In'에서 좀 놀랐다. 요즘 많이들 나오는 세계관을 만들고 활동하는 아이돌 같은 분위기의 강렬한 EDM 곡이 나온 듯했다. 전반적으로 EDM의 정석을 따라가는 듯한 구성이지만 'Click Click Log In'을 주문처럼 외우며 나오는 실험적인 신스와 'Lovin' Me'보다 훨씬 과감한 패드 사운드가 굉장히 신난다. 마치 케플러의 데뷔 앨범처럼 아이돌 앨범보단 EDM&아이돌 콜라보, 혹은 리믹스 트랙처럼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베이스와 비트도 누가 더 낫다고 대결하는 듯한 공격적인 구성으로 밀고 나간다. 오래간만에 귀가 즐거운 베이스로 마구 달리는 트랙을 들어 굉장히 신나고 인상적이었다. 이는 누누이 말하는 음악 중심적 믹싱과, 보컬이 사운드에 킥이 되어주는 스타일이 신남을 더욱 가중시켰다. 가사 또한 반항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분위기와 굉장히 잘 맞아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앨범 구성이나 유기성, 서사에는 많이 뜬금없게 느껴지는 곡이지만, 그냥 신나는 아이돌 음악 하나로는 굉장히 수준급으로 느껴졌다. 애초에 아이돌 미니 앨범이나 EP에서 유기성을 찾는 시도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시티 팝, 레트로 R&B, 일렉트로닉 팝, EDM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재밌는 사운드로 적당히 엮어 꽤 잘 만든 앨범이다. 피프티피프티의 데뷔로 꽤 재미있고 어울리는 앨범이다. 또한 사운드에만 소감이 집중된 경향이 있는데, 멤버 개인의 기량과 믹싱의 조화과 좋았다. 앨범에서 전반적으로 랩의 비중이 꽤 큰 편인데, 크게 무리 없이 소화해냈으며, 보컬들 또한 연습량을 보여주기보단 음악에 필요한 적재적소에 배치해놓은 것 같았다. 다른 아이돌 앨범이 멤버의 비중과 음악의 비중이 8:2 정도라면 이 앨범은 5:5처럼 느껴져 꾸준히 주장하는 믹싱의 장점이 느껴진다.


    다만 아쉬운 점으론 타이틀이 신선하긴 했으나, 조금 약하다는 소감이다. 아이돌 시장에선 음악적인 유기성, 앨범 구성을 포기하더라도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허투루 하는 일이 아니다. 아이돌인 이상 시장에 살아남아야 후속곡도 나오는 것이고, 음악적 성과보단 먼저 시장에 살아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아예 'Log In'을 타이틀로 밀고 나갔거나 1,2번 트랙을 타이틀로 선정하는 것이 더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다. 가장 무난하고 가장 대중적으로 스며들기 좋은 곡이라 골랐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이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빼고는 꽤 괜찮은 데뷔 앨범이고, 이러한 스타일을 계속 유지한다면 꽤 괜찮은 음악적 입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원소녀가 음악성에 대비해 너무 빈약한 멤버들의 실력과, 어쩔 수 없는 마케팅의 차이, 대중적으로 먹히기엔 강한 장르 색에 흐지부지되었지만, 피프티피프티는 오래도록 살아남았으면 한다(물론 공원소녀의 부활도 기다리고 있다.)


"무난함과 약간의 신선함을 잘 덧대 재미와 만족이 적당히 공존하는 중."


FIFTY FIFTY - THE FIFTY. 6.5/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4412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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