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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이달의 소녀 - [+ +] 소감

    최근에 이런저런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점점 더 과격해지는 하이퍼팝의 분위기가 케이팝에도 스며들기 시작하며 굉장히 사운드가 자극적이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이퍼팝이 싫다기 보단 차분하고 안정된 일렉트로닉이 주가 되었던 그러니까, Avicii나 Kygo가 영향력이 강하던 그 시절의 음악이 가끔 그리워질때가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런저런 음악을 찾아뒤지기 시작했더니, 의외의 보석을 발견해 나만 알 수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글을 시작해본다.


    이달의 소녀라고 하면 요즘 논란이 뜨거운 그룹이지만, 논란 여부는 차치하고 음악만 이야기함을 먼저 이야기하고 가고 싶다. 이달소는 예전부터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할말이 많은 그룹이라고 생각해왔다. 대체로 아이돌 앨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이런저런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해왔다. 이번에 소개할 [+ +] 또한 그런 예시이다. 특이한 데뷔 과정을 거쳤으나, 완전체 데뷔 앨범이 [+ +]이기 때문에 이것을 이달소의 첫번째 앨범으로 간주하자면, 데뷔부터 대중적인 성공가도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느껴진다. 보통의 아이돌 앨범에서 사용되는 가사, 상향평준화 된 멤버들의 실력은 뻔할 정도로 적당했으나 2018년도 앨범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깜찍한 시도들이 있다. 앨범이 전반적으로 일렉트로닉 팝인데 그 중에서도 다양한 템포를 채용해서 다양한 변주를 느끼게 해준다. 굉장히 아이돌틱한 [Hi High]을 타이틀로 아쉬운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나 수록곡 대부분이 아이돌을 차치하고서라도 뛰어난 일렉트로닉으로 들어차있다.




    데뷔까지의 스토리를 짧게 담은 인트로를 뒤로하고 Hi High, favOriTe, 열기, Perfect Love, Stylish가 준비 되어있다. 선술했듯 [Hi High]는 빠른 BPM으로 노래를 이어나가며 멜로디가 계속 이어지는 굉장히 아이돌스러운 화사한 사랑노래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한 백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톡톡 튀는 효과음들이 지루하지 않는 전개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개성 없는 노래인것은 틀림 없다. 다양한 이펙트와 효과음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그에 비해 너무 평범하고 뻔했다.


    반면 favOriTe은 전반적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이돌의 경계와 팝의 경계와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동시에 밟는 듯한 이 곡은, 다이어그램의 중심에서 갈피를 잡으려고 노력한 것이 느껴졌다. 재미있는 사운드와 희진의 시원한 "Brrr" 등 사운드적인 재미가 굉장히 잘 드러나는 트랙이다. 이달의 소녀의 이후 발매 앨범들을 들어보면 이런 사운드적인 재미를 챙기려는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 


    이어지는 트랙인 [열기]가 개인적으론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었고, 이 앨범의 무드와 앨범 아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자극적이지 않은 일렉트로닉이고, 굉장히 다운템포의 트랙인데도 하우스스러운 사운드와 소녀의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리게 묻어나는 트랙이다. 딱히 신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신이 나는 즐거움과, 청순함을 가득 담은 아주 양질의 하이브리드 팝이 굉장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앨범은 오로지 [열기] 하나로만 판단해도 들을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정도였고, 서문에서 이야기했던 Kygo의 트로피컬함이 느껴졌다.18년도에 나왔던 앨범에서 아직도 어색하지 않은 트랙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보기 드문 일이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무드의 앨범에 이 트랙은 후르츠 칵테일에 체리처럼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트랙 리스트에 혼자 한글로 있는 것도 열기가 눈에 띄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가사나 더블링도 소녀다움을 간직한체로 재미있게 나타내 가사를 듣는 재미도 챙겼다. 아이돌 가사에서 흔치 않은 단어나 평범한 회회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들만 늘어놓는거 보단, 분명히 평소에 쓰는 단어들을 재밌고 소녀스러움을 녹여 조금씩 뱉어냄으로서 귀여움을 자아냈다.


    이어지는 [Perfect Love]는 굉장히 대중적인 곡이다. 이 한마디로 요약이 될 정도 평범한 일렉트로닉 팝이다. 레드벨벳의 트랙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지적할 부분이나 딱히 칭찬할 부분이 없다. 그러나 이 트랙의 진가는 favOriTe부터 이어오는 일렉트로니카 향을 잔잔하게 가져가면서 무난한 분위기를 이어나가주며 퀄리티는 유지하고 있음이 그 가치이다. 대중적이라고 했지 그것을 어떠한 비판의 목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 아주 무난한 음악도 완성도가 받혀주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지, 대충 플레이타임만 늘리기 위한 트랙으로 치부하기엔 듣기가 좋다. 신난다, 슬프다 등의 방향성을 띄고 있는 느낌을 준다기 보다 무난하게 앨범과 귀에 스며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른 트랙들에 비해 재미를 희생하고 앨범의 윤활제가 된 듯한 구성이다. 그 뒤를 잇는 마지막 트랙인 [Stylish]는 화려한 비트와 그것을 감싸는 웅장한 베이스가 인상적인 곡이다. 앨범 전체가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사운드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Stylish] 그런 사운드를 가져가면서도 차분함을 덧대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트랙의 가사도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는데, "You're so stylish 너로 꾸며 Buy list"나 "우릴 축하하는 탬버린" 등 꽤 재밌는 비유나 은유가 있다. 개인적으론 사업의 확장이나 미디어믹스 수익 등 부가적인 요소 이해하지만 세계관을 만들고 그것으로만 구성된 가사와 앨범은 이해도도 떨어뜨리고 접근성도 떨어뜨려 결국엔 가사 자체에 재미가 없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달의 소녀는 고유의 세계관도 있고, 복잡한 설정도 있지만 딱히 가사에 티를 내지 않고, 뮤직비디오도 납득 가능한 선에서 만드는 것 같다. 이 앨범도 딱 재미있는 선에서 가사를 썼고,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거나 최소한 구조는 알아야 이해 가능한 가사가 아니기 때문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이 앨범은 한마디로 여러가지 양질의 일렉트로닉 팝의 모음집이다. 딱히 유기성이 느껴지는 구성이나 서사보단 양질의 곡이 잘 채워진 사탕봉지 같은 트랙이다. 앨범의 무게감도 딱 그정도를 겨냥하고 나온 느낌이 곳곳에서 풍긴다. 그러나 싸구려 사탕보단 각자 맛마다 취향이 갈릴만한 괜찮은 사탕들을 적당히 모아놓았다. 다만 데뷔 앨범으로써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주목도와 한 트랙 몰아주기 식으로 앨범을 만드는 우리나라의 아이돌 경쟁에선 약간 다른 방향성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그 덕분에 양질의 음악을 그저 음악 자체로 접할 수 있는 해외에서 더 큰 성과가 난 듯하다. 아이돌이라는 시선보단 그냥 일렉트로닉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더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녀다움과 귀여움, 청량함과 부드러움을 가진 반짝이는 앨범."


이달의 소녀 - [+ +]. 7/10점


https://youtu.be/J_7oa8F-Qes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6215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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