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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TXT - 이름의 장: TEMPTATION 소감


    최근 케이팝 시장은 조금 딱딱한 느낌을 준다. 이 딱딱한 느낌이란 성비를 이야기한다. 3대 기획사에서 방탄소년단을 위시한 빅히트(현 HYBE)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남자 아이돌 시장은 사장에 가까울 정도로 축소되었다. 그에 반해 걸그룹이 2022년도를 지배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걸그룹의 성과가 눈부셨다. 같은 계열사인 쏘스뮤직, 어도어 그리고 플레디스 등 각 자회사에서 나온 르세라핌, 뉴진스, 프로미스나인의 성과가 뛰어났고 그 밖에 기획사에서 아이브, 케플러, 스테이씨, (여자) 아이들 등 다양한 걸그룹이 2022년도 케이팝을 휩쓸었다. 세븐틴과 NCT는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생겼을 정도이다. 그런 거대한 흐름이 지나고 나서 남은 것은 무엇인가? 남자 아이돌 아이콘의 부재이다. 방탄소년단이 건재하지만, 멤버들의 군 복무 관련한 여러 비프들이 정치권과도 엮여 시끄러워졌던 만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보이그룹에서 꽤 강세를 보였던 기존 3대 소속사들이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케이팝의 유별난 여성 치중 시기가 지나고 2023년도에 앨범을 낸 TXT(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미니 5집은 필자의 귀를 놀랍게 만들었고, 다시 한번 보이그룹의 공간을 창조하고 BTS의 성공적인 후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빅히트 뮤직의 프로듀서인 권도형이 이번에도 역시 모든 곡의 작곡을 맡았다. 그는 여전히 살아있는 감각을 보여주었다. 인트로에 해당하는 [Devil by the Window(자정의 창가에서 만난 악마의 목소리는 달콤했다.]부터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필자가 싫어하는 오글거리는 류의 제목과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납득시킬 만큼 악마의 유혹 같은 사운드가 귀를 흔들어 놓는다. 로우 파이 느낌을 가져가는 묵직한 베이스와, 익숙한 팝 느낌을 가진 프리코러스가 트랙의 긴장감을 쭈욱 유지하며 변화무쌍한 재미를 준다. 재미있는 곡 구성에 코러스를 아주 팝적인 느낌으로 가져가는데, 아예 곡 전체를 영어로 구성하며 케이팝이라는 단어에서 '팝' 영역에 더욱 힘을 주며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타이틀곡은 HYBE의 댄스 뮤직 특유의 얼터너티브 함을 유지하면서도 경쾌한 댄스곡이다. 전반적으로 방탄의 냄새가 강하게 나며, TXT의 고유한 텍스처를 느끼기 힘든 도입부와 프리코러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러스에서 [Devil by the Window]와 연결되는 듯한 묵직한 베이스와 치명적인 악마 같은 목소리 위에 휘파람 소리를 얹으며 TXT스러움을 얹어냈다. 그 외에 구간에서 펑키 한 기타를 위시한 빅히트스러운 댄스 팝 또한 악마라는 주제를 잘 풀어낸 가사와 잘 어울린다. 코러스와 이외라는 반전 구성이 고퀄리티로 포장되어 깔끔하고 듣기 좋은 곡이다. 


    수록곡 중에선 [Happy Fools]를 굉장히 괜찮았다. 보사노바 리듬과 플루트를 얹어 케이팝 랩 장르를 잘 만들어낸 것 같다. 아예 힙합으로 가서 힙합으로써도 부족하고 케이팝으로도 부족한 트랙을 만들 바에 이러한 트랙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선택 같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전반적으로 로맨틱한 곡의 분위기 덕에 아이돌 특유의 억지랩이 아닌 듣기 좋은 싱잉 랩으로 멤버들의 실력과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XXL Freshman Class로 꼽힌 Coi Leray(코이 르레이)의 피처링도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참여한 Halsey(할시)처럼 적당히 잘 어울리며, 케이팝의 퀄리티가 결코 팝의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Tinnitus(돌멩이가 되고 싶어)]는 마치 페노메코의 [Organic]과 같은 아프로 팝인데, 개인적으로 프로듀서의 역량이 잘 느껴진 트랙이었다. 이번 미니 5집에는 모든 트랙이 다른 장르여서 자칫 잘못하면 멤버들의 실력적 유불리가 너무 튀어 수록곡은 버리는 수준의 퀄리티가 되는 경향이 보일 수도 있었으나, 빅히트의 뛰어난 연습생 육성 능력과 프로듀서의 탁월함이 합쳐져 수많은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앨범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음악 자체로는 그렇게 특이할 만한 점은 꽤 재밌는 가사 말고는 없으나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을 때 환기가 되는 다운 템포의 그루비함을 가져가 앨범의 완급조절이 좋다. 마지막 곡인 [네버랜드를 떠나며]는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락을 덧댄 곡이다. 필자는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앨범의 마무리를 그저 그런 R&B 혹은 발라드 트랙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른 앨범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을 벗어나 마치 Fall Out Boy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 락을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일단 가산점이 들어갈 것 같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앨범의 구성이었고, 대중들도 필자의 생각과 썩 다르진 않는지 차트 성적과 유튜브 조회 수도 굉장히 좋게 나오고 있다. 나름의 스토리와 오글거리는 가사나 제목이 조금씩 보이긴 하나, 조만간 글을 한번 쓸 예정인 SMP와 같은 온갖 난잡한 세계관과 그 때문에 벌어진 난해하고 재미없는 가사와 같은 문제까진 아니다. 멤버들이 앨범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고 아이돌 앨범 특성상 소속사의 큰 그림에 벗어날 수 없지만 다행히도 오글거림(상술했던 가사, 세계관, 뮤직비디오 등 전반에 걸친 문제를 이야기한다.)도 '아이돌이니까~' 정도로 넘어갈 수 있고, 전반적으로 신나고 듣기 즐거운 앨범이 나왔다.


"걸그룹이 지배했던 2022년을 뒤집을 성공적인 신호탄. 또한 K-Pop 기획사는 1대 기획사와 그 외가 될 듯하다."


TXT - 이름의 장: TEMPTATION. 7/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0663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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